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밀리언셀러 클럽 20
로버트 블록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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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보다는 읽을만했지만, 과연 '걸작선'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단편집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담배파는 여자'는 오 헨리의 단편들 중 하나같다.
하지만 오 헨리의 이야기처럼 무릎을 치게 만드는 위트가 없고 일목요연하지도 않다는 점이 아쉽다.

'7월 4일의 야유회'의 이야기는 평범하고 개성 없는 살인사건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불후의 개그콤비 울프&아처가 등장한다. 아처는 비슷한 처지의 왓슨이나 헤이스팅즈 대령이 결코 보여주지 못하는 오만방자한 멘트를 쏘아댄다.
그러나 이야기는 무난한 설정에, 무난한 트릭으로 '걸작'이라는 이름에는 미치지 못하는 범작이다.

'우리 시대의 삶'은 '사이코'의 작가가 쓴 작품답다. 우스꽝스럽던 분위기가 갑자기 오싹한 공포로 돌변한다.
하지만 역시 이 작품도 '걸작'의 반열에 올라 마땅한지는 의심스럽다.

'치의 마녀'는 나바호족의 마녀에 관한 이야기다. 이국적인 스타일 말고는 그리 눈에 띄는 점이 없다.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은 금 밀수와 밀실살인이 얽힌 작품이다. 하지만 작가에 대한 엮은이의 극찬과 작가의 수많은 수상경험에 어울리는 '걸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초등학생 수준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밀실살인 트릭은 무척이나 실망스럽다.

'붉은 흙'은 한편의 성장소설같다. 이 작품이 에드거 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에드거 상은 트릭의 미묘함보다는 작품의 문학성에 중점을 두었던 것 같다.

'베니의 구역'은 중반이후의 예측 가능한 줄거리가 단점이지만, 그럭저럭 뒷골목의 울적한 분위기는 느낄 수 있었다.

타고난 범죄자의 이야기를 그린 '시적인 정의'는 모든 사건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때문에 마치 TV 연속극을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은 '예비 심문'과 '불타는 종말'이다.

'예비 심문'은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사건이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 쓰레기통 옆의 골목길 토크가 인상적이다.

루스 랜들은 인간성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악마성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쓴다.
'불타는 종말'은 중반부의 전개를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묘사와 엔딩부분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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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0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스 랜들만으로도 만족합니다^^:;;

sayonara 2006-02-0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작 두어편의 걸작, 단 한편의 초걸작 때문에 이런 책을 집어드는 것 아닙니까... 어쨌든 저도 두 편의 수작으로 만족하렵니다. ㅋㅋㅋ
 
돌려차기 [dts]
남상국 감독, 김동완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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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돌려차기'는 이야기의 구성과 등장인물들의 성격 등 모든 것이 학원스포츠만화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우연히 태권도부에 들게 된 사고뭉치 주인공과 개성강한 친구들, 주위의 반대와 여러 가지 어려움, 주인공과 늘 다투기만 하는 천재형 라이벌, 엉망진창의 데뷔무대... 노력과 근성, 화해와 전진... 뜬금없이 터져 나오는 허무개그.... ('슬램덩크'의 이야기라고 해도 상관없을 것 같은 설정과 전개들이다.)

모든 것이 공식대로 진행되고, 이야기는 예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그런 안전한 구성이 '돌려차기'의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편안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웃음과 기대하는 만큼의 액션, 기대하는 만큼의 감동이 있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바람의 파이터’보다 열 배는 더 터프하고 격렬하게 느껴지는 포스터가 오히려 유쾌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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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 디지팩 특별판 (dts 3disc)
이명세 감독, 하지원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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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명세 감독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6년 만에 찍은 이 작품에 대한 당혹감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예전에 이명세 감독이 왕가위의 '중경삼림'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과 영상미에 취하게 되면 위험하다"는 식의 경고를 했었다.-그리고 얼마 후 그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려는 듯 '인정사정 볼 것 없다'라는 엄청난 걸작을 찍어냈다.-

하지만 관객에게 불친절한데다가 거만하기 짝이 없는 이 작품 '형사'의 정체는 무엇인가!?
줄거리는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앙상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우스꽝스럽다.(개인적으로는 하지원의 '오버'처럼 보이는 연기가 거북했다.) 사건의 전개는 뚝뚝 끊어지기 일쑤고...

그리고 그 사이에 찬란한 영상미만이 홀로 우뚝 서 있다.
물론 감독이 의도한다면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검술의 칼끝에서도, 배경의 흐릿한 야경에서도, 스치듯 흘러가는 음악을 통해서도 주인공들의 희로애락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가 없는 영상의 감흥이란 늘 당혹스럽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시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의 손에 들린 횃불들의 흐름, 모였다가 흩어지는 포졸들의 절도 있는 움직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칼부림 등. 이런 화려한 장면들이 별 의미는 없다고 해도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다.

이상하게도 ‘형사’는 좋아하지만 좋아할 수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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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8전 무패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지현이의 8개 국어 정복기
임지현 지음 / 이미지박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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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외국어 학습법'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외국어를 배운 사람도 있다'는 사실에 관한 책이다.

저자의 외국어 공부는 유치원 시절부터 부모의 손에 의해 시작되었다.
과연 이 책의 저자가 한국 땅에서만 살았다면 '세계 여러 나라의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뉴질랜드에서 자라면서, 인종과 국가에 관계없이 모든 인류가 평등하게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살아야 함을 피부로 느껴'올 수 있었을까?
저자의 엄마도 외국어를 배우면 즉시 써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결국 외국어를 잘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외국물을 먹어야 하는 것일까?-영어강사 이보영씨도 순수국내파라고 떠들고 다니지만, 그녀의 배경을 보면 한심한 주장일 뿐이다.-

확실히 이 책의 주인공은 특별하다.
어머니가 피곤해 할 정도의 완벽주의, 자기를 때린 아이를 오히려 감싸는 어린아이답지 않은 넓은 아량, 미술과 클래식 음악 등 다방면에 걸친 재능과 취미, 호기심이 생기면 꼭 문제를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
이런 성격과 재능의 주인공이 8개 국어를 배우지 못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어색한 일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평범한 아이들은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완성형 인간'이 아닌가?

더구나 옆집의 일본인 화가와 사귀기 위해 일본어를 배우고, 양로원의 중국인 할머니와 친해지기 위해 중국어를 배우고, 같은 반의 스페인 소년을 짝사랑해서 스페인어를 배웠다고 한다.
아빠의 책꽂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일본어 책 때문에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것도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그런데 저자가 가르쳐준 방법들은 전반부에 소개된 저자의 경험담과 전혀 상관없는 뻔한 공식들뿐이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자신에게 맞는 학습유형을 찾고, 영화와 성격 같은 부교재를 이용하라...

주인공의 외국어 학습 이야기로는 한 권을 채우기에 너무도 부족했는지, 어머니의 글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 내용은 너무도 뻔한 것들뿐이다. 어려움이 많은 이민생활을 꿋꿋하게 이겨낸 딸에 대한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가득 차 있다. 이런 내용들을 빈정거리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연재칼럼으로도 충분했을 내용들을 굳이 책으로 엮은 것 자체가 이미 1만원이라는 책값을 투자한 독자를 실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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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에이지 [기프트카드]
크리스 웨지 감독, 레이 로마노 외 목소리 / 20세기폭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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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에이지'는 디즈니의 매끈한 애니메이션들과 비교하면 좀 밋밋하고 초라한 느낌이다.
확실한 개인기를 보여주는 디즈니의 캐릭터들과 비교하면 '아이스 에이지'의 맨프레드, 사드, 디에고는 평범하다 싶을 정도로 소박하다.
화려하기 보다는 황량한 배경, 단순하고 직선적인 줄거리, 걸핏하면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 되어 쇼를 펼치는 디즈니의 닳고 닳은 캐릭터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아이스 에이지'만큼 완벽한 작품이 없는 것 같다.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말이 많지 않은 주인공들과 간결하고 소박한 줄거리도 좋고, 인간과 동물 사이의 교감과 우정,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우정이라는 이야기도 좋기만 하다.

태권도도를 펼치는 새들과의 격투, 도토리 하나에 인생을 걸었던 다람쥐의 집념, 눈사태와 얼음판에서 죽도록 고생하는 삼총사의 이야기는 언제 봐도 따뜻하면서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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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2-0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ox에서 아나스탸샤 실패 이후에 다시 시도했지만 역시 부족했던 영화죠. 디즈니의 2D형 애니메이션이 몰락하다보니 이제는 픽사의 실감나는 주인공만 볼 수 밖에 없네요. ^^

sayonara 2006-02-0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는 그 부족함, 황량함, 빈약함이 오히려 더 좋더라구요. 과잉의 디즈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백의 미'라고 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