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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 디지팩 특별판 (dts 3disc)
이명세 감독, 하지원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이명세 감독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6년 만에 찍은 이 작품에 대한 당혹감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예전에 이명세 감독이 왕가위의 '중경삼림'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과 영상미에 취하게 되면 위험하다"는 식의 경고를 했었다.-그리고 얼마 후 그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려는 듯 '인정사정 볼 것 없다'라는 엄청난 걸작을 찍어냈다.-
하지만 관객에게 불친절한데다가 거만하기 짝이 없는 이 작품 '형사'의 정체는 무엇인가!?
줄거리는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앙상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우스꽝스럽다.(개인적으로는 하지원의 '오버'처럼 보이는 연기가 거북했다.) 사건의 전개는 뚝뚝 끊어지기 일쑤고...
그리고 그 사이에 찬란한 영상미만이 홀로 우뚝 서 있다.
물론 감독이 의도한다면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검술의 칼끝에서도, 배경의 흐릿한 야경에서도, 스치듯 흘러가는 음악을 통해서도 주인공들의 희로애락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가 없는 영상의 감흥이란 늘 당혹스럽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시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의 손에 들린 횃불들의 흐름, 모였다가 흩어지는 포졸들의 절도 있는 움직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칼부림 등. 이런 화려한 장면들이 별 의미는 없다고 해도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다.
이상하게도 ‘형사’는 좋아하지만 좋아할 수 없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