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8전 무패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지현이의 8개 국어 정복기
임지현 지음 / 이미지박스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외국어 학습법'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외국어를 배운 사람도 있다'는 사실에 관한 책이다.

저자의 외국어 공부는 유치원 시절부터 부모의 손에 의해 시작되었다.
과연 이 책의 저자가 한국 땅에서만 살았다면 '세계 여러 나라의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뉴질랜드에서 자라면서, 인종과 국가에 관계없이 모든 인류가 평등하게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살아야 함을 피부로 느껴'올 수 있었을까?
저자의 엄마도 외국어를 배우면 즉시 써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결국 외국어를 잘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외국물을 먹어야 하는 것일까?-영어강사 이보영씨도 순수국내파라고 떠들고 다니지만, 그녀의 배경을 보면 한심한 주장일 뿐이다.-

확실히 이 책의 주인공은 특별하다.
어머니가 피곤해 할 정도의 완벽주의, 자기를 때린 아이를 오히려 감싸는 어린아이답지 않은 넓은 아량, 미술과 클래식 음악 등 다방면에 걸친 재능과 취미, 호기심이 생기면 꼭 문제를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
이런 성격과 재능의 주인공이 8개 국어를 배우지 못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어색한 일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평범한 아이들은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완성형 인간'이 아닌가?

더구나 옆집의 일본인 화가와 사귀기 위해 일본어를 배우고, 양로원의 중국인 할머니와 친해지기 위해 중국어를 배우고, 같은 반의 스페인 소년을 짝사랑해서 스페인어를 배웠다고 한다.
아빠의 책꽂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일본어 책 때문에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것도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그런데 저자가 가르쳐준 방법들은 전반부에 소개된 저자의 경험담과 전혀 상관없는 뻔한 공식들뿐이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자신에게 맞는 학습유형을 찾고, 영화와 성격 같은 부교재를 이용하라...

주인공의 외국어 학습 이야기로는 한 권을 채우기에 너무도 부족했는지, 어머니의 글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 내용은 너무도 뻔한 것들뿐이다. 어려움이 많은 이민생활을 꿋꿋하게 이겨낸 딸에 대한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가득 차 있다. 이런 내용들을 빈정거리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연재칼럼으로도 충분했을 내용들을 굳이 책으로 엮은 것 자체가 이미 1만원이라는 책값을 투자한 독자를 실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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