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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도전 박지성
박지성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전반부에 소개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생활이 절반 가까운 분량을 차지한다.
이는 박지성의 프리미어 리그 진출이 그만큼 의미심장하고 가슴 벅찬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 첫 골의 기쁨, 호나우두, 반 니스텔루이같은 세계적인 선수들보다 더 많은 선물을 받는 자신의 기쁨, 런던 사람들조차 알아듣기 힘든 퍼거슨 감독의 스코틀랜드 억양, 베컴이 떠났어도 여전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으로 남아있는 관중들을 보는 부러움, 긱스의 원인모를 통증이 새로 구입한 수동변속기 차량 때문이었다는 일화 등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많이 있다.
자신이 산소탱크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뛰는 걸 싫어하고 집에서 머무는 걸 더 좋아한다는 비밀이나 이상형에 대한 고백, 어린 시절 왜소한 체격에 대한 고민, 김남일, 안효연과의 도원결의 같은 비밀스러운 일화들도 담겨 있다.
특히 마지막 페이지의 사진 한 장은 ‘박지성 굴욕’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좋을 만큼 재미있다.
핸드폰 카메라를 든 수많은 학생들 앞에 앉은 박지성의 표정이 압권이다.
이 책은 확실히 월드컵의 축구 열기에 편승한 책이다. 그래서 그 내용이나 구성도 너무 안전하고 뻔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굳이 박지성이 아니더라고, 굳이 축구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별로 상관없을 내용들이다.
자신을 위해서 많은 고생을 하신 부모님들이 눈물 나게 고맙고, 그라운드에서는 우락부락한 페르디난드와 하늘같은 선배 홍명보도 사실은 친절하고 소탈한 사람들이고, 어느 정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이 따라야 하지만 그 운도 노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사실...
이런저런 자서전들에서 늘 읽던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감동적인 이유는 뻔한 내용이지만 ‘실화’이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성격 괴팍한 TV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은 너무도 쉽게 재벌 왕자님을 꿰어 차지만, 실화의 주인공들은 (말 그대로)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짜로 피를 흘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그 나물에 그 밥’인 자서전들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