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는 가만히 소종을 집어들었다. 분노의 눈물이 눈앞을 가렸다.
그는 그의 항복을 비우는 동료들 속에서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비들거리며 걸어갔다. 아! 저 장이라는 인간! 좀전의 쓰디쓴 훈계! 하지만좋다고 느껴지는 훈계에 충격을 받은 모리스는 장에게 주체할 수 없는증오심을 느꼈다. 슈토가 저따위 하사들은 전두가 발발하면 머리에 중알을 맞기 십상이라고 투덜거렸기에, 분노에 찬 모리스는 담장 뒤에서장의 머리통을 박살내는 자신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사소한 사건이 모두의 주의를 다른 데로 이끌었다. 장과 모리스가 말다툼을 벌이는 동안 과슈가 슬그머니 자기 소총을 땅바덕에내려놓은 것을 루베가 알아챈 것이었다. 왜 그랬지? 파슈는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려 하지 않았고, 그저 처음으로 잘못을 저지른 모범생처럼조금 부끄럽지만 내심 기쁜 표정으로 슬며시 미소 지을 뿐이었다. 아주명랑하고 쾌활해진 그는 두 팔을 흔들며 걸어갔다. 끝없이 단조롭게어지는 무성한 밀밭과 홉밭 사이로, 불처럼 뜨거운 햇볕이 쏟아지는 기나긴 도로를 따라 패주가 계속되었다. 총도 배낭도 없는 낙오병들은 이제 길을 잃고 터덜터덜 걷는 군중이요, 거지와 건달이 뒤섞인 인파에지나지 않았다. 그들이 다가올 때마다 겁에 질린 마을 주민들은 대문을닫았다.
그때 누군가와 조우하며 모리스의 슬픔은 극에 달했다.  - P47

랭스에서 내린 106 연대가 거기서 야영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모리스는 깜짝 놀랐다. 전방 주둔군과 합류하기 위해 샬롱으로 가는 게아니었단 말인가? 두 시간 후 그의 연대가 시내에서 4킬로미터 떨어진쿠르셀 근처에서, 엔에서 마른으로 이어지는 운하를 따라 펼쳐진 드넓은 평원에서 소총을 걸어총으로 세워뒀을 때, 게다가 아침부터 퇴각한살롱의 전군이 여기서 야영하기 위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그의 놀라움은 한층 더 커졌다. 과연 지평선 끝에서 끝까지, 생티에리와 라뇌빌레트까지, 심지어 라옹 도로 너머까지 천막이 쳐졌고, 저녁이되자 4개 군단의 모닥불이 타올랐다. 그렇다면 파리 근처에 포진해서프로이센군을 기다린다는 계획을 세운 게 분명했다. 모리스는 기분이좋아졌다. 이게 가장 현명한 작전이 아니겠는가?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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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내렸고
약속은 깨졌고
넷플릭스에서 나의 아저씨를 보았다.
가문 땅에 스며드는 비처럼 촉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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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했던 <집구석들>을 마치고 드디어 <패주> 를 시작했다. 어떤 졸라를 만나게될지

뭘루즈‘에서 라인강 쪽으로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기름진평원에 야영지가 구축되었다. 먹구름이 지나간 뒤 흐린 하늘에 비긴8월 저녁의 마지막 햇살 아래 소형 천막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걸어총으로 세워둔 소총들이 전선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정렬된 반짝거렸다. 탄환이 장전된 총을 든 보초들이 꼼짝 않고 그것을 지켰는데, 그들의 눈은 저멀리 지평선을 따라 펼쳐진 라인강의 보랏빛 안개에 고정되어 있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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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스랑 씨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종이띠에 글씨를 쓰라 간밤을 새웠다. 동틀 무렵, 이른 아침의 오스스한 전율 속에서2000개를 채웠으니 6프랑을 번 셈이었다. 몇번이나 그는 버릇대로고개를 들고 혹시 옆방에서 사뛰르냉의 기척이 나는지 들어보려고귀를 기울였다. 그러다가 베르뜨 생각을 하니 일해야겠다는 새로운 열의가 샘솟았다. 가엾은 것, 새하얀 물결무늬 천으로 웨딩드레스를 해 입고 싶을 텐데. 어쨌든 6프랑이면 그 애가 들 신부 꽃다에 다만 꽃 몇송이라도 보탤 수 있을 테지.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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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주점>이후 에밀졸라는 처음이다. <패주>도 기다리고 있으니 이 작가에 한동안 빠져있을 듯 싶다.


이 응접실의 광적인 열기가, 훌륭한 사위를 얻겠다는 맹렬한 욕심이 천식을 앓는 듯한 피아노 소리를 타고 이 중산층 여인네들을 엄습하고 있었다. 처녀들은 몹시 지쳐 몸가짐을 똑바로 해야된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어깨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졸고 있었다. 처녀들을 우습게 보는 옥따브는 기혼인 발레리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였다. 검은 새틴으로 장식한 희한한 노란색 비단 드레스를입은 그 여자는 단연코 못생겼는데, 그럼에도 왠지 그는 마음이 끌리고 조바심이 나서 그녀를 자꾸만 돌아보곤 하였다. 한편 귀에 거슬리는 음악에 신경이 곤두선 그녀는 멍한 눈빛으로 아픈 여자 특유의 야릇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 P75

"내 말을 믿으실지 모르지만, 젊은 양반, 뷔욤 씨가 말했다. 내딸애는 열여덟살이 넘도록 소설 한편 읽지 않았어요. 안 그러냐, 마리"
"맞아요. 아빠."
‘내건, 그가 말을 이었다. "멋지게 제본된 조르주 상드의 소설이 한권 있는데, 쟤 엄마는 걱정을 했지만 결혼을 몇달 앞두고는『앙드레』를 읽어도 좋다고 허락하기로 난 마음먹었죠. 그 작품은위험하지 않으면서도 상상이 풍부해서 마음을 고상하게 만들어주지요. 난 말이오. 자유 교육에 찬성입니다. 문학은 분명히 가르칠만한 이유가 있어요. 그 책을 읽혔더니 재한테 놀라운 효과가 있었죠. 글쎄 밤에 자면서 울더라니까요.. 작품의 정수를 이해하는 데는순수한 상상력만한 게 없다는 증거지 뭐겠소."
"그 소설 너무 아름다워요!" 마리가 두 눈을 반짝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삐숑이 "결혼 전에는 소설 금지, 결혼 후엔 소설 전면 허용"이라는 논리를 내세우자 뷔욤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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