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 주점>이후 에밀졸라는 처음이다. <패주>도 기다리고 있으니 이 작가에 한동안 빠져있을 듯 싶다.

이 응접실의 광적인 열기가, 훌륭한 사위를 얻겠다는 맹렬한 욕심이 천식을 앓는 듯한 피아노 소리를 타고 이 중산층 여인네들을 엄습하고 있었다. 처녀들은 몹시 지쳐 몸가짐을 똑바로 해야된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어깨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졸고 있었다. 처녀들을 우습게 보는 옥따브는 기혼인 발레리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였다. 검은 새틴으로 장식한 희한한 노란색 비단 드레스를입은 그 여자는 단연코 못생겼는데, 그럼에도 왠지 그는 마음이 끌리고 조바심이 나서 그녀를 자꾸만 돌아보곤 하였다. 한편 귀에 거슬리는 음악에 신경이 곤두선 그녀는 멍한 눈빛으로 아픈 여자 특유의 야릇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 P75
"내 말을 믿으실지 모르지만, 젊은 양반, 뷔욤 씨가 말했다. 내딸애는 열여덟살이 넘도록 소설 한편 읽지 않았어요. 안 그러냐, 마리" "맞아요. 아빠." ‘내건, 그가 말을 이었다. "멋지게 제본된 조르주 상드의 소설이 한권 있는데, 쟤 엄마는 걱정을 했지만 결혼을 몇달 앞두고는『앙드레』를 읽어도 좋다고 허락하기로 난 마음먹었죠. 그 작품은위험하지 않으면서도 상상이 풍부해서 마음을 고상하게 만들어주지요. 난 말이오. 자유 교육에 찬성입니다. 문학은 분명히 가르칠만한 이유가 있어요. 그 책을 읽혔더니 재한테 놀라운 효과가 있었죠. 글쎄 밤에 자면서 울더라니까요.. 작품의 정수를 이해하는 데는순수한 상상력만한 게 없다는 증거지 뭐겠소." "그 소설 너무 아름다워요!" 마리가 두 눈을 반짝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삐숑이 "결혼 전에는 소설 금지, 결혼 후엔 소설 전면 허용"이라는 논리를 내세우자 뷔욤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 P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