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더불어 사는 우리는 지구와 한 가족이지만 한 번도 가족처럼 따뜻하게 지구의 안녕을 물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그동안 풍요롭게 식량과 에너지를 지구로부터 얻었으며,
지구는 그저 말없이 모든 것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지구는과연 안녕할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지구의 형편을 비로소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은 관측과 실험으로 얻어진 신뢰할 만한 자료를 토대로 검증된 내용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후 연구자들중에 여기에서 다루는 내용을 부정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본다. 또 호프 자런은 과학적인 현상을 자신의 경험과 결합하여 문학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지구와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어른들뿐 아니라 더 오랜 시간 지구와관계를 맺을 청소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지구는 무엇을이야기하고 있는가. 귀 기울여 듣고, 그에 응답할 때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 기후과학연구소장

한국어판 서문

나의 모어인 영어로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20년 3월이었다. 얼마나 흥분했던지. 책 출간을 앞둔 몇 달 동안은디자인을 결정하고 마지막 오탈자를 잡아내느라 정신이없었다. 그 전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길고 긴 자료 조사를하며 행복한 몇 달을 보냈다. 그동안 사무실 창문으로 마당을 내려다보며 가을날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눈보라가 몰아치는 것을, 마지막으로 늘 그렇듯 온 세상이 모두 초록으로 돌아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잠깐씩 백일몽을 꾸는 사이에 데이터를 내려받고 또 내려받으며, 짧다고 할 수 있는내 인생 50년 동안 일어났던 소비와 폐기물, 기후 변화의패턴을 보여주는 각종 수치들을 찾았다.
분석을 통해 정신이 번쩍 드는 결과가 나타났지만 작업은 즐거웠다.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인구가 두 배로 중가하고 식량 생산은 세 배로 증가했으며 에너지 소비는 네배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 이 비율은 훨씬 더 극적이다. 지난 50 년 동안 인구는 60퍼센트 증가했고 에너지 소비는 열배, 화석 연료 사용은 아홉 배 증가했다. 이런 모든 변화가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기후 문제를 야기했다고 결론을 내 - P7

우리가 수년간 해오고있던 운전하고 사람 만나고 물전을 사고 비행기를 타고 쇼핑하고 여행하는 일 등의 대다수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적인‘ 일이었다. 좋든 싫든 한 더 좋든 더 나쁘든,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계속하서 익숙해져 있었던 소비의 습관 없이 몇 달을 지내왔고,
대부분은 잘 이겨냈다.
곧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도 다시 문을 열 것이고 나도 일하러 돌아갈 것이다. 조금 거리를 두어야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이 한국을 다음 번 행선지로 삼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내가 쓴 책을 누군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 - 아쉽게도로 읽어줄 때의 아름다운 소리, 다른 세상의 소리를상상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나는 이 책이 담고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훨씬 더 강하게 믿게 되었다. 문제를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 어딘가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숨어 있으니까.
- P9

내가 아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는 코로나19를싫어하고 두려워하기도 하며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한국의 위대한 시인 유치환은 희망이 해진 주머니로도 흘러간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원(시의 맥락에서는 시적 화자의 곤궁한 처지에 대한 소회가 담긴 표현이로 읽을 수 있으나, 호프 자런은 영역된 시를 읽으며 이를 좀 더 희망적으로 해석했다. 보내온 원문은 다음과 같다. Hope can flow even into a tornprocket. - 옮긴이), 적어도 한 세대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속도를 늦추고, 손대지 않고 내버려두고, 없이 살게 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할 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 P10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유명 인사들이 지구 환경 변화에 관해 논쟁을 벌여왔다.
90년쯤 전, 전구를 발명한 남자가 자동차를 발명한남자와 타이어를 발명한 남자에게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관해 소개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음료를 마시고는 다시 지구에 자동차가 굴러가게 하는 이야기로 돌아가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포드자동차가 만들어 판 3억 대 이상의자동차는 석유 100억 배럴을 태워 없했고 석유를 써서 만드는 타이어 12억 개 이상을 갈아치웠다.
- P17

전 세계 도시들은 계속 팽창할 것이다. 거주가 가능한 모든 대륙에서 사람들은 시골을 떠나 도시로 옮겨 간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도 인구의 80퍼센트는 이미 도시에서 살고 있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시골을 뜨고 있다. 전 세계 인구가 여전히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실질적으로 추정해볼 때 세계 인구는 2100년이면 100억 명에 달할 것이다. 더 많은 도시에 더 많은 사람이 살게 되면서 더 많은 풍요로움이 필요해지는데 특히 식량 공급 면이그렇다.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세상 사람이 다 도시로 이주한다면, 남아서 농사를 지을 사람은 누구인가? 답: 거의 아무도 없다. 지금 식량을 키워서 당신과 나를 먹여 살리고있는, 얼마 남지 않은 그들에 대해 다음 장에서 살펴볼 것이다.
- P44

2011년 이후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은 연간 3억 톤을 넘었다. 이는 1969년 생산량의 세 배에 해당한다. 그중97퍼센트는 세 종의 가련한 동물이 차지한다. 소와 닭, 돼지는 50년 전에도 전체 육류의 거의 90퍼센트를 차지했다.
이런 증가의 부담을 세 동물이 공평하게 진 것은 아니다.
1969년에 비해 소는 50퍼센트 정도 더 도축되어 소고기생산량은 두 배가 되었고, 돼지는 세 배 더 많이 도축되어네 배 더 많은 돼지고기가, 닭은 여섯 배 더 많이 도살되어열 배 더 많은 닭고기가 생산되었다. 여기에 더해 암탉들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조 개의 알을 낳는데 이는 1969년생산량의 네 배에 이르는 수치다.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21세기는 닭이라는 생물종에게 어두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 P71

우리는 영양실조로 시달리는 8억 명 이상의 인류와 이 지구를 나누어 쓰고 있다. 이들은 ‘일상 활동 유지에 필요한 식이 에너지가 최소 수준 이하‘에 해당하는 이들로,
곧 굶주리고 있는 아이이고, 여성이고, 남성이다. 누군가는아무 이유 없이 이런 상황에서 살아야 하고 또 이런 상황에서 죽어야 한다. 굶주림은 지구의 부족한 공급 능력 때문이 아니라, 생산한 것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우리의 실패로 등장한 문제다. 육류를 생산하느라 사라지는, 지구상의먹을 수 있는 곡물 3분의 1을 빼고도 우리는 여전히 75억인구가 매일 2,900칼로리씩 섭취할 수 있는 양의 음식을생산하고 있다. 이는 USDA가 제시한, 건강한 삶을 위해필요한 1인당 에너지 필요량을 공급하고도 남는 정도다.
- P77

인류는 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혼란에 빠진 적이 있는데, 세계 인구가 40억을 넘을 것이 명백해져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생산량을 늘린 1950년대였다.
이미 지난 세기에 에이스 카드를 사용한 우리에게 위험한일이 닥칠 것임을 알아채야 한다. 과학소설과 달리, 한줄기에 달리는 옥수수 알과 소의 등뼈를 따라 균형 맞춰 자리 잡는 고기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식량이 될 수있는 것들의 생물학적 한계로 곤란에 처해 있다. 얼마 되지않는 고기와 엄청난 양의 배설물을 얻느라 우리가 매년 곡물의 90퍼센트를 가축 사료로 적극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조만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미래는 상당 부분 불명확하지만, 사람들이 무언가를먹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전체 인구가늘어가고 있기에, 그들을 모두 먹이는 방법을 일찌감치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지금 이 문제를 무시한 채 포크를 손에 들고 고기 한 조각을 더 먹는다면, 매일 세 번씩 손자들보다 우리 자신을 선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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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옮긴이 황현산 
1945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기욤 아폴리네르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받았다. 아폴리네르를 중심으로,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로 대표되는 프랑스 현대시를 연구하는 가운데 〈시적인 것〉, 〈예술적인 것>의 역사와 성질을이해하는 일에 오래 천착했으며, 문학 비평가로도 활약했다. 번역과 관련된여러 문제에도 특별한 관심을 지니고 이와 관련하여 여러 편의 글을 발표하였으며,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맡았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우물에서하늘 보기』, 『밤이 선생이다」, 『잘 표현된 불행」, 『말과 시간의 깊이』, 『아폴리네르-알코올의 시 세계』, 『얼굴 없는 희망」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 『파리의 우울』, 아르튀르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철, 기욤 아폴리네르의 『알코올,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드니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집』 등이 있다. 2018년 타계했다.

레옹 베르트에게

나는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 데 대해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빈다. 나에게는 그럴 만한 사정이 하나 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귄 가장 훌륭한 친구가 바로 이 어른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사정이 있다. 이 어른은 모든 것을, 어린이들을위해 쓴 책까지도 이해할 줄 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사정이 있다. 이 어른은 지금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데, 거기서굶주리며 추위에 떨고 있다. 그를 위로해 주어야 한다. 이모든 사정으로도 부족하다면, 지금은 이 어른이 되어 있는예전의 어린아이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어른들도 처음엔 다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걸 기억하는 어른들은 별로없다.) 그래서 나는 헌사를 이렇게 고친다.

어린이였을 때의 레옹베르트에게 - P7

옛날 옛적, 한 어린 왕자가 자기보다 조금 클까 말까 한별에 살고 있었는데, 그는 친구가 갖고 싶어서……… 삶을이해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식의 이야기가 훨씬 더 진실하게 보였을 것이다.
사람들이 내 책을 가볍게 읽어 버리는 것이 싫어서 하는말이다. 이제 그 추억을 이야기하려니 그만큼 슬프기도 하다. 내 친구가 양을 가지고 떠난 지도 어언 6년이 되었다.
내가 여기에다 그의 모습을 그리려고 애를 쓰는 것은 그 애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친구를 잊어버린다는 것은슬픈 일이다. 누구에게나 다 친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도 숫자밖에는 관심이 없는 어른들처럼 되어 버릴지 모른다. 내가 이제 다시 그림물감 한 갑과 연필 몇 자루를 사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나이에 다시 그림을 시작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여섯 살 적에 속이 보이는 보아뱀과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뱀을 그려 본 것밖에 달리 그려본 것이 없는 처지에! 물론 힘이 닿는 한 그의 모습과 가장많이 닮은 초상화를 그리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성공할 수있을는지 정말 자신이 없다. 어떤 그림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어떤 그림은 영 딴판이다. 키를 어림잡는 데도 좀 서투르다. 이쪽 어린 왕자는 너무 크고 저쪽은 너무 작다.  - P25

아! 어린 왕자, 너의 초라하고 쓸쓸한 생활을 나는 이렇게 조금씩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네 마음을 달래 주는 것이라곤 아늑하게 해가 저무는 풍경밖에 없었다. 나흘째 되는 날 아침, 나는 너의 말을 듣고 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 너는 이렇게 말했지.
「난해넘이가 정말 좋아. 지금 해넘이를 보러 가요…….」「하지만 기다려야 하는데…….」「기다리다니, 뭘?」「해가 지기를 기다려야지.」너는 처음에 아주 놀란 얼굴을 하더니, 곧 네 자신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너는 말했지.
「나는 아직도 내 별에 있는 건 줄 알았어.」그렇다. 미국이 한낮이면 누구나 다 알다시피 프랑스에서는 해가 저문다. 해가 저무는 것을 보려면 단 1분 동안에라스로 갈 수만 있으면 될 텐데, 불행히도 프랑스는 너 - P33

무 멀리 떨어져 있지. 그러나 그처럼 작은 너의 별에서는의자를 몇 걸음 당겨 놓으면 그만이었지. 그래서 넌 네가원할 때마다 석양을 바라보곤 했었지…….
「어느 날 난 마흔네 번이나 해넘이를 보았어!」그리고 잠시 후 이렇게 덧붙였지.
「아저씨도 알 거야……. 그렇게도 슬플 때는 누구나 해가 저무는 게 보고 싶지.」「마흔네 번 해넘이를 본 날, 그렇다면 너는 그만큼 슬펐단 말이냐?」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 P34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어 있어,
년 전부터 양은 바로 그 꽃들을 먹어 왔고, 그런데 외 불이 아무 소용도 없는 가시를 만드느라 그렇게 고생을 하는지 알아보려는 것이 그래 중요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과 꽃들의 전쟁은 중요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그 뚱뚱하고 시뻘건 어른의 덧셈보다 더 중요하고 진지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내 별을 떠나선 어디를 가도 찾아볼 수 없는 이세상에 단 한 송이밖에 없는 꽃을 생각해 봐. 어느 날 아침조그만 양이 멋도 모르고 이렇게 단숨에 없애 버릴지도 모르는 그 꽃을 내가 사랑한다고 해봐. 그런데 그게 중요한일이 아니란 말이야?」그는 얼굴이 빨개져 가지고 다시 말을 이었다.
「수백만 또 수백만이 넘는 별들 속에 그런 종류로는 단한 송이밖에 없는 꽃을 누군기가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별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할 거야. 저 하늘 어딘가에내 꽃이 있겠지.……….) 이렇게 혼자 말하겠지. 그런데 양이그 꽃을 먹어 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그에겐 그 모든 별들이 갑자기 꺼져 버리는 것 같을 거야! 그래도 그게 중요한일이 아니란 말이야!」 - P38

그를 조용히 흔들어 달랬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네가 사랑하는 꽃은 이제 위험하지 않아……. 양의 입에우도록 내가 부리망을 하나 그려 줄게….. 네 꽃을 위해 내가 갑옷도 하나 그려 줄게………. 내가….」 나는 더 이상 무엇을 말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난 내가 아주서툰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그를 달랠 수 있는지, 어디를가야 그의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없었다. 눈물의 나라, 그건 그렇게도 신비롭다.
- P39

「내 생활은 단조로워,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고 닭들은 모두 그게 그거고, 시람들도 모두 그게 그거고,
그래서 난 좀 지겨워. 그러나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을 받은 듯 환해질 거야. 모든 발자국 소리와는 다.
르게 들릴 발자국 소리를 나는 듣게 될 거야. 다른 발자국소리는 나를 땅속에 숨게 하지.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내게 아무 소용이 없어. 밀밭을 보아도 떠오르는 게 없어. 그래서 슬퍼! 그러나 네 머리칼은 금빛이야. 그래서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밀은, 금빛이어서, 너를 생각나게 할거야. 그래서 나는 밀밭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될 거고…」여우는 입을 다물고 오랫동안 어린 왕자를 바라보았다.
「제발……… 나를 길들여줘!」 여우가 말했다.
「그러고는 싶은데,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시간이 없어. 나는 친구들을 찾아야 하고 알아야 할 것도 많고.」「자기가 길들인 것밖에는 알 수 없는 거야.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어느 것도 알 시간이 없어. 그들은 미리만들어진 것을 모두 상점에서 사지. 그러나 친구를 파는상인은 없어.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가 없지. 네가 친구로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줘!」 - P94

이튿날 어린 왕자가 다시 왔다.
같은 시간에 왔으면 더 좋았을걸. 여우가 말했다.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질 거야. 4시가 되면,
벌써, 나는 안달이 나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온다면, 몇 시에 마음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을 거야….. 의례가 필요해.」「의례가 뭐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도 모두들 너무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이를테면 사냥꾼들에게도 의례가있지.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 처녀들하고 춤을 춘단다.
그래서 목요일은 경이로운 날이지! 나는 포도밭까지 산책을 나가지. 만일에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모든 날이 다 그게 그거고, 내게는 휴일이 없을 거야.」 - P95

나는 물론이라고 대답하고 딜빛 아래 주름을 짓고는 모래 언덕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사막이 아름다워」 그가 덧붙였다.
사실이다. 나는 늘 사막을 좋아했다. 모래 언덕 위에 앉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정적 속에 빛나는 어떤 것이 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어딘가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나는 모래밭이 왜 그처럼 신비롭게 빛나는지 문득 깨달았다. 어렸을 때 나는 고가(古家)에서 살았다. 전해 오는 이야기로는 그 집에 보물이 묻혀 있다고 했다. 물론 아무도그 보물을 발견하지 못했고, 어쩌면 찾으려 하지도 않았을것이다. 그러나 그 보물이 우리 집 구석구석을 황홀하게만들었다. 우리 집은 그 깊숙한 곳에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
「그래.」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집이나 별이나 사막이나 그걸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야!」「아저씨가 내 여우하고 같은 생각이어서 기뻐.」 그가 말했다.
어린 왕자가 잠이 들어 나는 그를 품에 안고 다시 길을걸었다. 나는 감동했다. 부서지기 쉬운 보물을 안고 가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 P106

119창백한 이마, 그 감긴 눈, 바람에 흩날리는 그 머리칼을 바라보며 혼자 생각했다. 내가 여기 보고 있는 것은 껍질에지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그의 반쯤 벌린 입술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미소를 보고나는 또 생각했다. 잠든 어린 왕자가 나를 이렇듯 감동하게 만드는 것은, 한 송이 꽃에 바치는 그의 성실한 마음 때문이다. 비록 잠이 들어도 그의 가슴속에서 등불처럼 밝게타오르는 한 송이 장미꽃의 영상이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그가 더욱더 부서지기 쉽다는 걸 알아차렸다.
등불들을 잘 지켜야 한다. 한 줄기 바람에도 꺼질지 모르는….
그리고 나는 이렇게 걸어가 동이 틀 무렵 우물을 발견했다.
- P107

이것은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 풍경이다. 앞면의 풍경과 같은 풍경이지만, 여러분에게 똑똑히 보여 주기 위해 이걸 다시 한번 그렸다. 어린 왕자가 이땅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곳이 바로 여기다.
어느 날 아프리카의 사막을 여행하게 되면 이곳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도록 이 풍경을 자세히 보아 두라. 그리고이곳을 지나가게 되거든 제발 서두르지 말고 바로 별 아래서 잠시 기다리라! 그때 한 아이가 여러분에게 다가오면,
그 애가 웃고, 그 애의 머리가 금발이면, 물어도 그 애가 대답하지 않으면, 그 애가 누구인지 여러분은 잘 알리라. 그때는 친절을 베풀어 달라. 이다지도 슬퍼하는 나를 그대로버려두지 말고, 이내 편지를 보내 달라. 그 애가 돌아왔노라고….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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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문제적 인간 15
케이트 커크패트릭 지음, 이세진 옮김 / 교양인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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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마친 후, 오래 오래 표지의 사진을 보고있게 된다. 읽기 전에 매료된 사진이지만 읽고 난 후엔 그가 보고 있는 저 너머의 시선에 벅차오르는 감동이 담긴다. 이제서야 제대로 시몬느를 만나게 되었다는 자책과 반성도 함께. 미친듯이 공부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삶을 닮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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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기가 이기적인 부분도 있다고 인정하겠습니다. 대부분의 교육받지 못한 영국 여성들처럼 나도 독서를 좋아합니다. 다독하는 게 좋습니다. 최근의 책들은 단조로워졌습니다. 역사서는 너무 전쟁 편향이고, 전기문은 훌륭한 남성들에 치우치고, 시는 빈약한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내가 현대 소설 비평가로서 무능력을 충분히 드러냈으니 그 이야기는 그만하겠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에게, 주제가 아무리사소하거나 광범위해도 망설이지 말고 모든 종류의 책을쓰라고 요구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여러분이 여행하고 느긋하게 지낼 비용을 확보하면 좋겠습니다. 세상의미래나 과거를 사유하고, 책을 보면서 꿈꾸고 길모퉁이를배회하고 생각의 낚싯줄을 강물 깊이 드리울 수 있는 돈을갖기 바랍니다. 비단 소설에 한정 지으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나를, 또 나 같은 사람 수천 명을 기쁘게 하려면 여행, 모험, 조사, 연구, 역사, 전기, 비평, 철학, 과학을 다루는 책을 쓰기 바랍니다. 그러면 틀림없이 소설이라는 예술에 득이 될 겁니다. 책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는 일면이 있으니까요. 소설이 시와 철학 옆에 꼭 붙어 있으면 훨씬 좋을 겁니다. 더욱이 사포, 무라사키, 2 에밀리 브론테 같은과거의 걸출한 인재들을 생각하면, 이 여성 작가가 창시자이면서 계승자임을 알게 될 겁니다. 여성들이 자연스럽게글 쓰는 습관을 갖게 된 덕분에 그녀가 존재하게 된 것이므로 시의 서곡 삼아서라도 그런 작업은 소중할 겁니다. p151. 152


1928년 10월 46세, 캠브리지 대학에서 두 차례의 강연을 함. 그중 하나가 <자기만의 방> 기초가 됨.

그건 공과금을 내거나 긴급한 상황에서 도리를지키는 것과 무관합니다. 소설가의 경우 진면목은 독사에게 이게 진실이라고 믿게 하는 일면입니다. 독사가 이렇게느낍니다. 그래, 이렇게 될 수 있었다는 걸 미리 알았어야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처신한다는 걸 까맣게 몰랐네.
그런데 당신은 그렇다고,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내게 확신을 줬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모든 구절을, 모든 장면을빛에 비추어 봅니다. 이상하게도 자연은 우리에게 소설가의 진면목이나 허위를 판단할 내적인 빛을 주는 듯합니다.
아니면 자연은 가장 비이성적인 기분일 때 보이지 않는 잉크로 마음의 벽에 위대한 예술가들만 확인할 수 있는 예언을 적어 놓은 것 같습니다. 혹은 천재의 불에 비춰야만 보이는 밑그림을 그려 놨거나. 그런 작품이 드러나서 살아나는 것을 본 사람은 황홀해서 감탄합니다. 이거야말로 내가늘 느끼고 알았고 원했던 거야! 그러면 그는 흥분해서 달아올라 찬양하면서 책을 덮고 귀중품인 양, 사는 동안 의지할 지지자라도 되는 양 서가에 꽂지요. 나는 『전쟁과 평화를 집어서 제자리에 꽂으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한편 독자가 시험해 보는 형편없는 문장들은 처음에는 화사한 색감과 현란한 몸짓으로 신속하고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지만 중단됩니다. 또는 빛에 갖다 대면 저쪽 구석의 회미하게 적인 자국과 저쪽에 얼룩만 보일 뿐 온전하고 완전한 것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 P102

 소설은 현실과 상응하므로 그 가치는 어느 정도 현실의가치입니다. 하지만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와 여성들이 보는 가치는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할 게 분명합니다.
당연히 그렇지요. 하지만 통용되는 것은 남성적인 가치입니다. 대충 말하자면 축구와 스포츠는 중요 하지만, 패션추종과 의상 구입은 시시하지요. 그리고 이런 가치관이삶에서 문학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평가는 이 책은 전쟁을 다루므로 중요한 작품이라고 봅니다. 이 책은응접실에 있는 여자들의 감정을 다루므로 별 볼일 없다고평합니다. 전투 장면이 상점 장면보다 중요하지요. 어디서나, 또 더욱 교묘하게 가치의 차별이 난무합니다. 따라서19세기 초 여성들이 쓴 소설의 전반적인 구조는, 슬쩍 눙치고 외부의 권위를 고려해 명료한 시각을 변조하는 방식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오래전에 잊힌 소설들을 훑어보고문투를 잘 살피면 작가가 비난을 타개하는 중임이 금방 짐작됩니다. 그녀는 공격적으로 이런 말을 하거나 회유하면서 저런 말을 했습니다. 자신이 여성에 불과하다고 인정하거나 남성 못지않게 훌륭하다고 항의했습니다. 여성작가는 기질대로 온순하고 수줍게, 또는 분노하면서 강력하게 비난을 타개했습니다.  - P104

더 밀도 있고, 장시간 방해 없이 작업할 필요가 없게 형태를 갖춰야 한다고 말할 겁니다. 언제나 방해를 받을 테니까요. 또 뇌에 든 신경은 남녀가 다른 것 같으니 신경이가장 잘, 가장 열심히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다룰지 방법을 알아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백 년 전쯤 수도사들이고안한 이런 장시간의 강의가 신경에 적합한지. 일과 휴식을 어떻게 교대해야 할지. 휴식을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닌 다른 뭔가를 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그 차이가 무엇인지. 이 모든 걸 토론하고 찾아내야겠지요. 이 모든 게《여성과 소설이라는 문제의 일부분입니다. 하지만 다시서가로 가면서 생각했습니다. 여성이 쓴 상세한 여성 심리연구서를 어디 가야 찾을 수 있을까? 여성들이 축구 경기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의사가 되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면...
다행스럽게도 이제 내 생각은 다른 방향으로 전환했습니다.
- P110

문장에서 문장으로 매끄럽게 넘어가는 게 방해받았습니다 뭔가 찢기고 뭔가 했고, 여기저기서 한 단어가 눈앞에 횃불을 번뜩였습니다. 작가는 옛 희곡에서 말하듯 자신을 놓아 버렸 습니다. 그녀가 켜지지 않을 성냥을 그어 대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난 그녀가 옆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물었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문장들은 당신에게 적당한 형태가 아니던가요? 엠마와 우드하우스 씨가죽었다고 문장 모두를 폐기 처분해야 되는 건가요? 한숨이 나왔습니다. 아쉬워라, 그래야 했는데, 모차르트가 노래에서 노래로 넘어갈 때 그러듯 제인 오스틴은 멜로디에서 멜로디로 넘어가면서 숨을 돌리는 반면, 이 글을 읽는것은 돛단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파도를타고 솟구치다가 쑥 가라앉았습니다. 이 간결함, 이 짧음은 메리 카마이클이 뭔가를 두려워한다는 뜻이었겠지요.
아마 감상적 이라는 말을 들을까 겁났을 겁니다. 혹은 여성들의 글이 꽃처럼 너무 화려하다는 게 기억나서 가시를과하게 주입한 거지요.  - P113

말총처럼 뻣뻣하거나 깃털 처럼 보드랍습니다. 어느 거리의 어느 방이든 들어가면,
극도로 복잡다단한 여성다움의 힘이 얼굴로 날아듭니다.
어떻게 그러지 않겠습니까? 여성들은 수백만 년 동안 방에 박혀 살았으니 이즈음 벽마다 그들의 창의력이 스며들었고, 그 힘을 벽돌과 모르타르가 감당하지 못하기에, 그것 스스로 펜, 붓, 붓, 사업, 정치에 붙들어 매야 합니다. 하지만 이 창의력은 남성들의 창의력과 아주 다릅니다. 그래서 그것이 방해받거나 낭비되면 천만번 통탄할 일이 된다.
고 결론지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능력은 수 세기에 걸친 맹렬한 단련으로 얻었고, 그 자리를 대신할 게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이 남성들처럼 글을 쓰거나 산다면, 남성들 같아 보인다면 천만번 통탄할 일이 될 겁니다. 세상이넓고 다양한 것을 고려하면 양성으로도 몹시 부족한 마당에 하나의 성으로만 어떻게 꾸려가겠습니까 - P123

여가라는 바람직한 것들이 충분치 않은 침실 겸 거실에서첫 소설을 쓰는 무명의 여성인 점을 고려하면, 그리 나쁘지 않게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코와 맨 어깨가 별이총총한 하늘을 배경으로 드러났습니다. 누군가 거실의 커튼을 당겨 놓았거든요 ㅡ 그녀에게 백 년 더 주자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녀에게 자기만의 방과 연간 5백 파운드를주자고, 그녀에게 마음을 말하고 지금 넣은 것의 절반을덜어 내게 하면 그녀는 곧 더 좋은 작품을 쓸 겁니다. 나는메리 카마이클 작 『인생 모험을 서가 끝에 넣으면서 말했습니다. 백 년 뒤 그녀는 시인이 될 거야.
- P132

우리도 그 경건한 소망에 가담해도 좋겠지만 시가가 배양기에서 나올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시는 아버지만이아니라 어머니도 있어야 하니까요. 파시스트 시가 어느 읍박물관에 있는 유리 단지에 담긴 것처럼 끔찍하게 발육 부전이 될까 염려스럽습니다. 그런 괴물들은 오래 못 산다고하고, 그런 부류가 들판에서 풀을 뜯는 기이한 일은 본 적이 없습니다. 몸 하나에 머리가 둘인 것은 수명이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굳이 비난해야 한다면, 모든 책임은 남녀, 한쪽에 있지 않습니다. 모든 선동가와 개혁가들의 책임입니다.
그랜빌 경에게 거짓말할 때의 레이디 베스버러, 그레그에게 진실을 말할 때의 미스 데이비스, 성별을 의식하는 상태를 자초한 모두가 비난받아야 하고, 그들은 내가 책에능력을 쏟고 싶을 때 그 행복한 시대에서 모색하게 만듭니다.  - P144

좀 혼재되지 않으면 지성이 우세해서마음의 다른 특징들이 굳어져 메마를 테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과도기일 거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달랬습니다. 생각의 추이를 밝히겠다는 약속에 따라서 한 말은 대개 철 지난얘기일 겁니다. 내 눈에서 타는 불꽃 대부분은 아직 성년이 안 된 여러분에게 의심스러워 보일 거고요.
나는 책상으로 걸어가서 <여성과 소설이라고 적힌 종이를 집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래도 여기 쓰고 싶은 첫 문장은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성별을 생각하는 것은 치명적입니다지요. 순전히 단순하게 남자거나 여자인 것은치명적입니다. 남성스러운 여성이나 여성스러운 남성이되어야 합니다. 여성이 불만을 조금이라도 강조하면 치명적이지요. 대의명분이 있어도 안 됩니다.  - P145

지난 백 년쯤 되는 사이 위대한 시인들의 이름이라면?
콜리지, 워즈워스, 바이런, 셀리, 랜도, 키츠, 테니슨, 브라우닝, 아널드, 모리스, 로제티, 스윈번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이들 중 키츠, 브라우닝, 로제티를 뺀 전원이 대학 출신이었고, 세 명 가운데 한창때 꺾여 요절한 키츠만 유일하게 유복하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면 매몰차고 슬프기도 하지만, 시적인 천재성이 내키는 곳으로 빈부 차별 없이 불어 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확고한 사실이다. 확고한 사실을 보자면, 그 열두 명 중 아홉 사람이 대학 출신이라는 것은 영국이 주는 최고의 교육을 받을 재원을 조달했다는 뜻이다. 확고한 사실을 보자면 남은 세 사람 중 브라우닝은 유복했고, 장담하거니와 그가 부유하지 않았다 - P149

그리고 여성들은 비단 2백 년 동안이 아나라 태초부터 늘 가난했습니다. 여성들은 아테네의 노예아들보다도 지적인 자유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여성들은 시를 쓸 기회가 아주 적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내가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렇게 강조한 이유입니다. 하지만우리가 더 알고 싶은 과거의 무명 여성들의 수고 덕에, 또이상스럽게도 두 번의 전쟁, 즉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을 거실에서 끌어낸 크림 전쟁과 60년 뒤쯤 발발해서 보통여성에게 문을 열어 준 유럽 전쟁 덕에 이런 악조건은 향상되는중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오늘 밤 여러분은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을 테고, 여전히 위태롭고 염려되지만 여러분이 연간 5백 파운드를 벌 확률은 극히 미미할 것입니다.
여전히 여러분은 항의할 겁니다. 왜 당신은 여성들의 책집필을 그렇게 중시하지요? 당신 말로는 무척 큰 노력이요구되는 일이고, 어쩌면 숙모들의 죽음을 초래하고, 오찬에 늦는 건 확실하고, 대단히 훌륭한 사람들과 아주 심각한 언쟁을 벌이기 십상인 일이라면서요? 내 동기가 이기적인 부분도 있다고 인정하겠습니다. 대부분의 교육받지 못한 영국 여성들처럼 나도 독서를 좋아합니다. 다독하는 게 좋습니다. 최근의 책들은 단조로워졌습니다. 역사서는 너무 전쟁 편향이고, 전기문은 훌륭한 남성들에 치우치고, 시는 빈약한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내가 현대 소설 비평가로서 무능력을 충분히 드러냈으니 그 이야기는 그만하겠습니다. - P151

이후에 더 골똘히 보게되고, 세상이 덮개를 벗기고 더 강렬한 삶을 주는 것 같습니다. 리얼리티가 아닌 것과 적대적으로 사는 이들은 부러운 사람들입니다. 또 모르거나 신경 쓰지 않고 한 일에 뒤통수를 맞는 이들은 딱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돈을 벌고 자기만의 방을 가지라고 권하는 것은, 리얼리티와 직면해서 살라는 뜻입니다. 알려 줄 수 있는 아니는 활기찬 삶이 나타날 겁니다.
여기서 그만두고 싶지만, 모든 강연은 맺는말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관습의 압박이 있군요. 또 여성들에게 주는맺는말은 특별히 강화하고 고양시키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데 여러분도 동의할 겁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책임을기억하라, 더 숭고해지라, 더 영적이 되라고 당부해야 할겁니다. 얼마나 많은 게 여러분에게 달려 있는지, 여러분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상기시켜야 마땅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권고들은 안전하게 남성들에게 맡겨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내가 구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달변으로 조언할 테고 사실 그래 왔습니다.
내 마음을 뒤져 봐도, 동반자가 되고 평등해지고 세상이더 고양된 목적을 갖도록 영향을 미치는 데 대한 고귀한 정서가 없네요. 나도 모르게 간단하고 지루하게 말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자기다워지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이지요.
- P154

이 원고에서 세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시드니 리 경‘의 시인 일대기에서 찾아보지는 마십시오. 그 누이는 젊어서 죽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 줄도 씨지 못했지요. 그녀는 <앨리핀트 앤드 캐슬 맞은편의 승합차 정류장이 있는 곳에 묻혀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한 줄도 못 쓰고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아직 살아 있다고 믿습니다. 그녀는 여러분 안에, 내 안에, 설거지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오늘밤 여기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 안에 있습니다. 그녀는 살아 있습니다. 위대한 시인은 죽지 않으니까요. 그들은 계속 존재합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속에서 실제로 거닐 기회뿐입니다. 내 생각에 지금 그녀에게 줄 기회는 여러분의 능력 안에서 나옵니다. 왜냐면우리가 백 년쯤 더 살고 - 이것은 개인으로 사는 분리된각각의 삶이 아니라 실질적인 삶인 공동의 삶을 말합니다.
- 각자 연간 5백 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갖는다면, 생각을 고스란히 쓰는 자유와 용기를 습관화한다면, 공동 거실에서 조금 빠져나와 인간들을 서로의 관계만이 아니라 리얼리티와의 관계로 바라본다면, 또한 하늘이든 나무든 무이라도 그 자체를 본다면, 어떤 인간도 시야가 가려지면되므로 밀턴의 악령을 지나서 본다면, 매달릴 팔 없이 - P158

혼자 가야 하며 우리의 관계가 남녀 세계에 국한되지 않고리얼리티 세계와 관련된다는 사실을 - 그게 사실이므로- 직시한다면, 그러면 기회가 오고 셰익스피어의 누이 같은 죽은 시인이 그리도 자주 내려놓았던 몸을 입을 겁니다.
앞서 오빠인 셰익스피어가 그랬듯, 앞서간 무명 시인들의삶에서 자신의 삶을 끌어내면서 그녀는 태어날 겁니다. 그런 준비 없이는, 우리의 노력 없이는, 그녀가 환생하면 시를 쓰며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주겠다는 각오 없이는 그녀가 오리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건 불가능할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그녀를 위해 노력하면 그녀가 올 거라고,
그러니 가난하고 불확실한 처지더라도 노력하는 게 가치있다고 분명히 말하겠습니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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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소설이나 시를 쓰려면1년에 5백 파운드와문을 잠글 수 있는방 한 칸이 필요하다.

한데 우린 여성과 소설에 대한 강연을 요청했는데, 그것과 자기만의 방이 무슨 관련이 있나요?)라고 물을지 모르겠네요. 설명해 보지요. 나는 여성과 소설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청탁을 받자 강둑에 앉아 그 말의 의미를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패니 버니‘와 관련해 몇 마디 언급하고 제인 오스틴에 대해 몇 마디 더 말하라는 뜻일 수도있었습니다. 브론테 자매들을 격찬하고 눈 내린 하워스사제관 이야기를 간단히 하는 것. 가능하면 미트퍼드에 대해 재담을 던지고, 조지 엘리엇에 대한 존경심을 밝히고,
개스켈‘을 언급하는 정도면 됐을 겁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이 제목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더군요. 여성과 소 - P7

설이라는 제목은 여성과 그들이 이민 주제인 MIN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것이 여러분의 의도있을지 모다. 혹은 여성과 여성이 쓰는 소설을 뜻하거나, 여성성에 대해 집필되는 소설을 뜻할 수도 있있지요.. 아니면 그세 가지가 밀접하게 얽혀 있고, 여러분은 내가 그런 건지서 고민하기를 바랄 수도 있을 테죠.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마지막 관점에서 주제를 고심하기 시작하니 곧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 걸 알았습니다. 내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리란 점이지요. 한 시간의 토론이 끝나면, 강연자가 알려준 순수한 진실 덩어리가 여러분의 공책 갈피에 담겨 영원히 벽난로 선반에 꽂혀야 합니다. 그게 강연자의 첫 번째의무지만 난 그러지 못할 터였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해봐야 사소한 부분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 정도였습니다.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된다는 점 말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알게 되겠지만,
그것은 여성의 본질과 소설의 본질이라는 중대한 문제를미제로 남깁니다. 나는 이 두 문제에 대해 격로 1기 1In - P8

그저 어떤 의견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 밝힐 수 있을 따름이지요. 청중에게 강연자의 한계, 편견, 특성을 지켜보면서나름의 결론을 도출할 기회를 줄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진실은 사실보다 소설에 더 많이 담겼을 겁니다. 따라서 나는 소설가가 누리는 자유와 권리를 총동원해서 여기 오기이틀 전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내 어깨에 지워준 무거운 주제에 얼마나 짓눌리고 고심하면서 일상의안팎에서 모색했는지 말해 보지요. 이야기에 등장하는 요소들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옥스브리지는 가상의 공간이고 퍼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실존하지 않는 누군가를 편리하게 지칭하는 대명사일 뿐입니다. 내 입에서 거짓말이 술술 나올 테지만 간간이 진실도 섞일 겁니다. 이 진실을 찾는 것도, 어느 대목이간직할 만한지 결정하는 것도 여러분입니다. 그럴 만한 게없다면 이야기를 통째로 쓰레기통에 던지고 싹 잊으면 그뿐입니다.
- P9

주디스는 이 신사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았.
고 그래서 시인의 심장이 여성의 몸속에 붙들려 뒤엉칠때의 그 열기와 격렬함을 누가 가늠할까요? --- 어느 겨울밤 목숨을 끊었고, 지금 〈엘리펀트 앤드 캐슬‘ 외곽의 승합차 정류장이 있는 교차로에 묻혀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 어떤 여성이 대문호 같은 천재성을지녔다면 이 비슷하게 이야기가 흘러갈 것입니다. 하지만내 경우 그 죽은 주교에게, 그가 주교라면요, 동의합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 어떤 여자가 대문호 같은 천재성을 가졌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습니다. 셰익스피어 같은 천재는 노동하고 교육받지 못한 하인 계층에서 태어나지 않으니까요. 영국에서는 색슨족과 브리턴족 중에 그런 인물이태어나지 않았습니다.  - P47

면, 여성들은 아이 방에서 나오기 무섭게 노동을 시작했고, 부모가 억지로 일을 시켰고, 모든 법과 관습의 권력이일하게 만들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어떤 부류의 천재는노동자 계층뿐 아니라 여성들 속에도 존재했을 게 분명합니다. 이따금 에밀리 브론테나 로버트 번스가 타올라서그 존재를 입증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게 저절로 종이에옮겨지지는 않았겠지요. 그러나 따돌림 당한 마녀, 귀신들린 여자, 약초를 파는 여성 현자에 대한 글을 읽을 때, 혹은 어머니를 둔 대단히 뛰어난 남성에 대한 글을 읽을 때면 어느 자취 없는 소설가나 억압받은 시인의 흔적과 만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말 없는 무명의 제인 오스틴을.
재능이 안겨 준 괴로움에 미쳐서 머리를 싸안고 황무지를헤매거나 큰 도로 주변에서 찡그리는 에밀리 브론테를 사실 수많은 시를 쓰고도 노래하지 않은 무명씨는 여성인 경우가 대다수이리라 추측하고 싶습니다. 에드워드 피츠제럴드가 자녀에게 읊조리거나 물레질을 하며 기나긴 겨울밤에 발라드와 민요를 지은 존재라고 말할 때 여성을 암시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P48

 16세기에 그런 마음 상태를 가진 여성을 찾기란 확실히불가능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시대에 묘비를 에워싼 어린자녀들이 무릎을 꿇고 손을 모은 것만 생각해도 알 수 있지요. 그들의 요절, 어둡고 비좁은 방들이 들어찬 집을 보면당시 어떤 여성도 시를 쓸 수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상당히 나중에 어느 지체 높은 귀부인이 비교적 자유롭고안락한 삶 덕에 본인 이름으로 출판하면서 괴물로 취급될위험을 감수하리라 기대할 따름이지요. 난 리베카 웨스트의 얼토당토않은 여성 해방론>을 신중하게 피하면서, 물론 남성들이 속물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어느 백작 부인이 시를 쓰는 노력을 공감하며 인정합니다. 지체 있는 귀부인은 당시 무명의 오스틴이나 브론테가받았을 격려보다 더 큰 격려를 받았으리라 짐작됐습니다.
- P81

잠시 이런 궁리를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살럿 브론테가 말하자면 연간 3백 파운드를 소유했다면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 어리석은 여성은 소설들의판권을 1천5백 파운드에 팔았습니다. 바쁜 세상, 도시들,
들어 보긴 했어도 보지는 못한 활기가 넘치는 지역들에 대해 더 많이 알았다면, 더 많은 실질적인 경험을 하고 같은부류와 더 많이 교제하고, 더 다양하게 사귀었다면 어떻게됐을까요. 이 말에서 그녀는 소설가로서 자신의 결핍뿐만아니라 당시 여성들의 결핍을 지적합니다. 천재성을 먼 들판을 홀로 내다보는 데 쏟지 않았다면 천재성이 얼마나 꽃을 피웠을지 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잘 알았지요. 경험, 교제, 사귐, 여행이 허용되었다면 어땠을까요. 하지만 그런 것은 허용되지 않고 제한되었습니다. 빌레트』,
『엠마』, 『폭풍의 언덕』, 『미들마치 같은 훌륭한 소설들이고상한 사제관 생활 이상의 인생 경험이 없는 여성들의 손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지요. 그들 중 한 명인조지 엘리엇은 큰 시련을 겪은 뒤 달아났지만, 고작 세인트 존스 우드의 외진 저택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그녀는 손가락질하는 세상의 그늘에 자리 잡았습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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