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박소란

옷장 속 가장 어두운색을 고른다
무표정한 얼굴로
숨어서, 때때로 완벽히 숨겨진 채로

나는 있다

멈춰 서 있다 사거리 횡단보도 앞
휴대폰을 만지작대며, 만지작대는 척하며 미간을 슬쩍 찌푸렸을 뿐인데
너는 그대로 나를 지나친다
휴대폰을 만지작대며

깜박이는 신호등
그늘을 펼친 가로수 아래 황급히 들어서면
겹겹의 잎으로 싸인 길을 뜻 없이 걷다 보면
또한 뜻 없는 저녁은 오고

무시로 두리번거린다
무엇을 찾듯이 어떤 우연을 바라듯이

불분명한, 나조차 나를 알 수 없는
사람이란 으레 그런 것일까

때가 되면 출근을 하고 구석 자리에 얌전히 앉아 서류철을 매만지면서
어쩌다 가끔은 아니지 이게 아니다 하는 심정이 되어 창 너머 뜨거운 시선을 부려놓기도 하는 것, 그럴 때마다
네게로 곧장 달려갈 듯이, 그럴 때마다
더욱 고요히 뭉뚱그려진 채로

나는 있다

이런 나를 뭐라고 부를까 너는

시집[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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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술을 마시고, 낚시를 하고, 투우를 보러 갔면 자신의 경험에 플롯을 더해서 독자의 마음속에 떠오르는의문이 각 장면을 지배하도록 만든다. 당신이 소설을 쓰고싶지만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을 하고, 점심 식사를 하고,아이들을 돌보는 본인의 하루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한 장면에 어떤 의문이나 불확실함을 포개어놓으면 평범한 일상에 어떤 요점과 방향이 생긴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아직 어린 당신의 아이가 시리얼을 바닥에 쏟고, 바로 그때 전화가 울린다. 동료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다. 그런 다음 통근 열차에서 회사 회계사를 만나는데, 그녀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재무 기록이 필요하다고말한다. 당신은 열차 밖 풍경을 감상하려고 하지만 회계사의 요청 때문에 초조해진다.  - P231

헤밍웨이의 소설처럼 이 이야기는 대체로 당신의를 설명하지만 그 위에 포개진 및 단어에 불과한 위기의당신의 행동을 전경에서 배경으로 밀어내고, 점심 식사는
갑자기 미식가의 일기에서 절제되고 긴장감 넘치는 장면의로 바뀌며, 이 장면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문제는 거의 언급되지도 않는다. 장편소설을 이런 식으로 쓰려면 보리에 보리를 무는 사건들을 만들어 내야 하지만, 그러한 사건들이주목을 충분히 끈다면 평범한 일상도 많이 넣을 수 있다. 대부분의 내러티브에는 디너파티에 참석하거나 자동차를 타고 갈 뿐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는 긴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연한 만남이나 걸려 온 전화, 뜻밖의 문자메시지, 우회로, 방심의 순간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거나, 미스터리가 시작되거나,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진다.  - P232

어떻게 하면 삶의 무작위성에 충실하면서도 짜임새있는 책을 쓸 수 있을까? 충분한 이야기가 본능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잠시 멈추고 인물들의 감정과 성격의 구체적결과이자 다른 사건에 영향을 끼치게 될 행위를 떠올리 보자(닥쳐오는 마감 기한과 금전적인 문제가 사건의 좋은 원전임을 잊지 말자). 인물들의 실수로 후회와 논쟁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문제가 생기게 하자.  - P248

마음속에 계획대략적인 계획, 또는 가장 중요한 순간 네다섯 가지 —— 이 있으면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소설을 쓰기가 더 쉽다. 지금부터 다음 50쪽까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50쪽이 끝났을 때 누군가가 다른 인물이 원하는 것을 거절하거나, 누군가 사랑에 빠지거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는사실은 알고 있다. 결국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으므로그 일이 벌어질 때까지의 장면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장편소설(또는 책 한 권 분량의 회고록)을 쓰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장편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면서 독자를 함께 데리고 가는 이야기로 생각하는 것이다.
- P249

글을 몰랐던 할머니를 떠올리면 가슴이 무척 아프다. 글쓰기, 특히 여성의 글쓰기가 행운이자 축복처럼 마음이 가는 것은 아마도 할머니 때문일 것이다. 글쓰기는 온갖 장애와 방해에도 불구하고 존재한다. 문화적으로 강제된 문맹, 정부의 검열, 또는 지인과 친인척의 비공식적 검열처럼 명백한 것들 외에 글쓰기를 가로막는 또한 가지는 자기검열이다. 나는 여러 해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고, 친구들을 관찰하고, 나 자신을 관찰하면서 특히 여성은 아예 글을 쓰지 않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독자가 알아내지 못하도록 글을 씀으로써 자기 글을 검열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남성의 글(특히 전통적으로 침묵을 강요당해 온 집단에 속한 남성의 글) 역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지만 자기검열, 즉 말하거나 글을 쓸 수 없다는 느낌은 여성이더 자주 느껴 온 문제라고 생각한다(그리고 써 왔던 문제이기도 하다. 여성이 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여성이 말하지 못하고
쓰지 못하고, 설명하지 못한다) - P254


우리는 글쓰기가 적어도 처음에는 방종임을 안다. 글쓰기가 기쁨을 전혀 주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 책을 읽고 있지않을 것이다. 우리가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다른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할 글을 쓰게 될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밖에 없다. 그러나 글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기꺼이 노력하고, 수정하고, 비판을 받아들이고, 폭넓게 읽을 준비가 되면) 우리의 목표는 당장은 아니라도 조만간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글을 쓰는 것, 본인만이 아니라 남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된다.  - P255


 내가 당신에게 자신감을 줄 수는 없지만, 당신은 자신같이 있는 없는 자신 있게 행동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자신 있다는 듯이 쓰면 된다. 나는 앞서 글을 쓰려면 일반적인용기만이 아니라 특정한 용기도 필요하다고, 단어를 타이핑하는 용기만이 아니라 인물 안으로 들어가서 살 용기, 등장인물이 실수를 저지르고 고통을 겪게 만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8장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용기에 대해서 쓰고싶다. 바로 이야기의 형식을 선택하고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떤 문장으로 전달할지 선택하는 용기이다. 당신은당신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들을 괴롭히는 자신감 부족을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객관적인 선택들로 이야기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는 있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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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일어난 다음에 또 다른 일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쓰는 방법은 무척 많다. 전문 작가의 글을 초심자의 작품과 구분하는 것은 종종 "또 다른 일", 주로 3, 4쪽에서 이야기에 침입하는 새로운 무언가인 경우가 많다. 맨 처음에 어떤 문제가 있고, 작가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여기서 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지? 여기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지?"
라고 생각한 것처럼 새롭고 예상치 못한 사람이나 문제, 복잡성이 등장한다. 어떤 사건또는 사건들이 있고, 그런 다음이야기가 생겼다고 느껴질 만큼 중대한 일이 마침내 벌어진다. 뻔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당신이 이야기는 이야기처럼느껴진다"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생각해 낸 결심과 해결책과 비극과 불확실성이 심리적으로 적절한지 (허구적 진실),
- P177

틸리 올슨의 일생은 슬프다. 그녀는 놀라운 단편소설들과 미완성의 요논디오 뿐만 아니라 『침묵들』(Silences) — 의미심장하게도 여성이 글을 쓰는 것이 왜 어려운지에 대한책이다 ㅡ 이라는 논픽션 저서도 썼고 모범적인 페미니스트가 되었지만,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녀의 젊은 시절 노력이 허사였던 것은 아니다. 1930년대에 윤리적인 젊은 여성이 공산당에 시간을 바치는 것은 충분히 그럴 만한 일이었다(불행히도 그녀에 대해서 무척 비판적인 전기 작가는 이를이해하지 못하는 듯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묵은 비극적이다. 올슨은 소설을 더 많이 썼어야 한다.
- P187

마침내 1870년 12월, 『미들마치』를 쓰기 시작한 지 16개월 후에 엘리엇은 일기에 이렇게 쓴다.

단편소설을 시험 삼아 쓰는 중인데, 길게 써야겠다는 진지한생각 없이 시작했다. 내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후 앞으로쓸지도 모르는 주제들 중 하나로 정해 놓은 것이지만 전개하는 과정에서 아마 달라질 것이다. 오늘은 44쪽까지 썼다.

12월 31일에는 이렇게 쓴다.
- P196

엘리엇은 지도를 그린 다음 도러시아와 커소번 씨, 리드게이트와 로자먼드 등 발전시킬 관계들 목록을 작성하고 누가 누구를 알아야 하는지를 적는다. 어쩌면 이러한 목록은 플롯상 필요할 때 어떤 인물들이 서로 얽힐 수 있도록그들이 서로를 알게 되는 장면을 미리 써야 함을 알려 주었을지도 모른다. 설령 내가 이 자료집을 읽으면서 소설가로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해도 이 목록만으로도 도움이되었을 것이다.
- P201

엘리엇이 자료집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유기적이고 유동적이며, 한꺼번에 책 전체를 구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다. 이것은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철저히 검토하는 방법이다. 즉 연상하고, 아이디어를 얻고, 새롭게 이해하고,  - P205

이것을 자료집이라고 보르는 것은 엘리엇이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돈을 하기 위해서 일부러 엉망으로,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거친 땅을 파헤치고 있다.
바위산에서 건물을 지을 석재를 잘라 내는 사람들처럼 그녀는 채석장에서 알맞은 조각을 구해서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정확히 무엇을 찾아야 할지, 또는 어떤 각도에서 접근해야할지 미리 말할 수 없다. 조지 엘리엇은 열심히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너무 진지하게 여기지 않고, 다시 생각함으로써모든 페이지가 살아 있고 예측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책을쓴다. 이것이 장편소설을 쓰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한가지 방법이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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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간단한, 그리고 자유를 주는 행동으로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발볼이 넓다면 발볼이 좁은 사람의 시점으로 써 보자. 당신 자신이 아니라 당신이 만든 인물로서 가게 진열장의 신발을 보자. 그러면 갑자기 여섯 가지쯤 되는 다른 일들 역시 달라진다. 평소에 본인과 거의 비슷한 —— 그러나 자신의 삶과 성격을 소설에 그대로 넣고 싶지는 않으므로 (또는 그러고 싶지만 너무 어려우므로) 종이 위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지는 않은 -  - P136

소설 속 인물이 당신과 어느 정도 비슷할 수는 있지만 현재의 당신과 달리 내일 결혼식을 올리거나 이제 곧 직장을 잃는 등 인생이 바뀔 상황에 처해 있다. "어떤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현실을 소설로 바꾸어 주는 질문이다.
나는 "캐릭터화"라고 불리는 것을 이해하기가 항상 힘들었다. 인물이란 당신이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이해하다가 결국 하나가 되는 사람이다. 당신은 모르는 사람의 집 안을 걸어 다니면서 단서를 하나씩 모을 때처럼 이 인물의 독특한 점이 무엇인지 서서히 파악한다. 나의 경우에는 인물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을 임의로 정하면 그인물 안으로 들어가거나 인물의 안에서 다른 사람을 보기가더 쉬워진다. 이야기의 주제와 상관없는 사실을 하나 정하는 것이다.  - P137

상상의 자유를 누려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보자. 작품속에서 인종이나 성적 지향이 다른 사람이 되어서, 면밀히살펴보아야 하지만 항상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는 삶의 부분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보자. 유색 작가들은 때로 자신의인종 공동체에 대해서만 써야 한다고 느낀다. 또 백인 작가들은 대부분 감히 흑인의 시점에서 글을 쓰지 못한다.  - P138

다양한 인종의 작가들이 자기 소설에 진실하기 위해서때로 다른 인종인 척해야 하는데, 우리 모두 종종 그것을 두려워한다. 무척 다양한 주제가 우리에게 열려 있다. 우리는고국의 문화와 언어로 가득한 일상을 보내는 이민 가족에대해서, 또는 원래 다른 나라 출신임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이민 가족에 대해서 쓸 수 있다. 우리는 항상 "타자"로 인식되는 사람들을,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만 - P141

어쩌면 작가가 소수자에 대해서 쓸 때 맞닥뜨리는 가장큰 어려움은 이야기와 인물에게 진실하기 위해서 주인공이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불행한 결말을맞이하도록 써야 할 때일 것이다. 소수자인 주인공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무언가를 망치면 피상적인 독자들은 소설 자체가 반페미니즘적이거나 반흑인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행한 결말을 쓸 자유와 용기가 없다면 복잡한인간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자유도 없고 진지한 책을 쓸수도 없다. 소수자에 대해서 진지한 글을 쓰려면 애초에 그인물의 행동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그러한 책을쓰는 것은 두렵지만 무척 가치 있는 일이다.
- P150

진정한 자신으로 성장하는 젊은 남녀에게 초점을 맞추는 소설이나 회고록은 성장담이라고 부를 수 있다. 성장담은 섹스와 사랑뿐만이 아니라 일과 행위에 대한 책이다 나에게는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 무릎에 제일 쉽게 놓이는 여성의 성장담은 아이가 자라서 일찍부터 그녀의삶을 억압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까지, 주인공이 진정하고 복잡한 성인이 되기 위해 독립적인 행동을 취하는순간까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지만 정작 그 미래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 책은 무척 많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1944년에 "자전적 소설"로 출판된 돈 파월 (Dawn Powel)의 「우리 집은 멀다』 (My Home Is Fur Auver)인데, 오하이오주에 사는 소녀와 그 자매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매들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매력적인 아버지의 방치 속에서 계모에게 잔인하게 학대받고, 계모는 결국 열네 살의 여주인공 장차 작가가 되는 창의적인 소녀 - 을 집에서 내쫓는다. 돈 파월은 뉴욕으로 이주하여 냉소적인 사람들을 풍자하는 매력 넘치는 책들을 쓰지만 이 소설에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 P151

그는 실패한 성인이 되지만, 그주인공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자기 인생을 망치지만 소설의 주인공에게는 당연한 권리이다. 19세기 영국처럼 동성애자 귀족에게 적대적인 사회에서 인물의 타고난 성격과 불운까지 더해지면 한 개인이 실패할 수 있음을 충분히 복합적으로 보여 주는 소설이다. 이 책에서 차별의 희생자는 실패를 하도록 허락받는다.
소녀가 자라서 여인이 되고 행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문학작품은 더욱 찾기 힘들다. 물론 젊고강력한 여성에 대한 환상소설이나 여성 탐정이 등장하는 탐정소설도 있다. 장르소설을 읽고 싶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장르소설의 특징 - 즐거운 모험, 뒤얽힌 플롯, 현실과의 짜릿한 괴리 - 때문에 비극의 가능성을 가진 인물 탐구의 - P153


또 여성 예술가를 다루는 뛰어난 소설들도 있었다.
 1915년에 출판된 윌라 캐더의 『종달새의 노래』(The Sung of the let)는 유명한 오페라 가수로 성장하는 미국 소녀의 이야기이다. 나중에 뉴욕 메트 극장에서 노래하는 유명한 소프라노가 되는 주인공은 힘든 리허설 일정과 밤늦은 공연 때문에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이 생긴다. 그녀는 젊은 시절 외국에서 활동할 때 어머니의 임종이 다가오는데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그녀의 성공에 발판이될 역할을 맡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은 죄책감을 느끼고, 친구들은 그녀를 비난한다. 캐더는 누가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의 주인공은 맥베스나 오셀로와 마찬가지로틀릴지도 모르는 선택을 할 자유를 누린다.
이제는 거의 모든 여성이 일을 하고 몇몇은 상당한 영향력도 가지므로 우리는 현대문학 작품에서 엉뚱한 부하를해고한 다음 후회하는 여성이나 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네거티브 캠페인에 유혹을 느끼는 여성이 등장하리라 기대할 수있다.  - P156


이러한 책을 쓰기 어려운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몇 세기 동안 (예를 들어) 여성 의사에 대한 책을 쓴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책을 쓰는 것이 가능해졌을 때에도 여전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또 여성이 일을 하는 것이 아직 새로운 현상이기 때문에 일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책을 쓸 때에도 그것을 당연하다고 상정하고 시작하는것이 아니라 여성이 일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 P157

는 논쟁에 가깝다.
이런 책이 나쁘다는 말은 전혀 아니지만 그런도 필요하다. 여기에서 관습이 만들어진다. 일하는 0,
WIKI것이에 대한 책은 주인공이 무슨 일을 하는지 보여 주는 것이 이니라 그녀가 일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주장하는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기면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상상하기 어렵다. 여주인공이 감정적 장애를 겪게 만드는 것은 유혹적일 수 있다. 그녀가 일을 하면서 자기 문제를해결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 결과는 역시 일하는 것에 대한책이 아니라 일을 해낼 수 있느냐에 대한 책이 된다. 모든 소설은 쓰기 어렵지만 주인공이 계속해서 행동을 취하는 책보다 주인공이 결국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지막에 의미심장한미래를 향해 용감한 행동을 딱 한 번 취하는 책을 쓰기가 더쉬울지도 모른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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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처럼 싸우는 법,
나는 그동안 간디에 대해 뭘 알고 있었던 걸까? 에릭 와이너가 이끄는 기차에 앉아 맨발의 간디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는 듯하다. 경이와 흠모를 담고


뭐라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간디를 향한 나의 지대한 관심이 이해가 잘 안 된다는 것을 나도 안다. 나는 인도인이 아니다.
금욕적인 사람도 아니다. 비폭력을 실천하긴 하지만 못 그럴 때도 있으며 은은한 수동공격성도 있다. 간디는 사람들을 이끄는지도자였다. 나는 그 누구도, 심지어 우리 집 개 파커도 이끌지 못한다. 파커는 더 큰 힘에 복종한다. 바로 음식이다. 사망 당시 간디의 소유물은 작은 숄더백에 다 들어갈 정도였다. 내가 가진 물건을 다 넣으려면 그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필요하며, 나는 지금도 쇼핑 중이다. 하지만 간디는 내게 말을 건넸고, 나는 그의 말을들었다.
인도에서 보낸 3년 동안 간디는 내 뇌 속에 스며들었다. 어떻게그러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간디의 사상은 아니더라도, 그의 이미지는 돈이며 건물 벽이며 온갖 곳에 다 있었다. 심지어 한 전화기 회사는 간디가 전화기를 들고 있는 사진을 걸어놨는데, 거대한수화기 때문에 간디의 작은 머리가 더욱 작아 보였다.
모한다스 K. 간디는 이력이 다양했다. 법정 변호사, 채식주의자, 사두(깨달음을 얻기 위해 고행하는 요가 수행자-옮긴이), 실험가, 작가, 국가의 아버지, 들것을 들고 옮기는 사람, 명상가, 중재자, 잔소리꾼, 교사, 학생, 전과자, 유머가 넘치는 사람, 보행자, 재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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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 선동가, 하지만 무엇보다도 간다는 투사였다. 그는 영국과 싸웠고, 편협한 외국인 및 인도인과 사회다.
소리를 내기 위해 싸웠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싸움은 사우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싸움이었다.
물론 간디는 궁극적으로 폭력 없는 세상을 꿈꿨지만 그런 세상이 곧 도래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 만큼 현실적이기도 했다.
그때까지 우리는 더 잘 싸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자기들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며 자랑하는 부부를 한번 더올려보자. 그들의 이혼 소식이 들린다 해도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만 하면 싸움은 생산적이다. 양쪽이 윈윈하는 해결책에 다다를 수도 있지만, 애초에 싸우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해결책에 다다를 수도 있다. 동점으로 끝났지만 경기장이전보다 더 푸릇푸릇하고 건강해진 축구 경기를 떠올려보라 간디는 싸움을 필요악이 아닌 필요선으로 보았다. 우리가 잘 싸우기만 한다면 말이다.
미국의 기자이자 전기 작가인 루이스 피서는 간디의 아시람에서 그를 만났을 때 가슴이 떡 벌어진 탄탄한 남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간디의 "다리는 가늘고 긴 근육질 이었고 실제 키 165 센티미터보다 훨씬 커 보였다. 간디는 "매우 남자다웠고 남성의 강철같은 신체와 의지를 가졌다. 피셔는 썼다.
간디는 남성성에 집착했다. 그가 쓴 글에는 "남자다움과 힘".
"용기" 같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심지어 인디안 레일웨이를 향해 불만을 표할 때도 거세 개념을 사용했다. "우리가 기차 - P274

여행의 고생스러움을 참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다는 표시다."
간디는 영국이 인도를 거세했다고 믿었다. 그는 인도의 "잃어버린 남성성을 되찾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한 남성성은 좀 달랐다. 간디가 생각한 남성적 힘은 폭력이 아닌 그 반대에서 나왔다.
간다는 부당한 법에 복종하는 것을 "남자답지 못한 행동으로여졌다. 그런 법에는 반드시 맹렬한 힘으로 저항해야만 한다. 비폭력적 힘으로 말이다. 간디는 그러려면 진정한 용기가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디에 용기가 더 필요한것 같은가? 대포 뒤에서 적을 조각조각 날려버리는 것인가, 아니면 웃는 얼굴로 대포 앞에 서서 조각조각 찢기는 것인가? 내 말을믿어도 좋다. 용기와 남자다움이 없는 남자는 절대로 수동적인저항자가 될 수 없다."
간디는 폭력을 혐오했지만 그가 폭력보다 더 싫어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비겁함이었다. 둘 사이에서 골라야 한다면 간디는 폭력을 선택했다. "비겁한 사람은 남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간디의진정한 목표는 인도의 잃어버린 남성적 힘을, 인도만의 방식으로되찾는 것이었다. 간디는 그렇게 하면 자유가 자연히 따라오리라믿었다.
- P275


간디는 이 관점을 다음과 같은 짧은 단어로 요약했다. 욕망 없음. 나태해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욕망 없는 행위를 통해 해탈을 추구하는 카르마 요기는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는 많은 것을한다. 결과에 대해 걱정하는 것만 빼고,
우리의 방식은 다르다. 우리는 결과 중심적이다. 헬스 트레이너, 비즈니스 컨설턴트, 의사, 대학, 세탁소, 갱생 프로그램, 영양사, 재정 자문가, 많은 곳에서 결과를 약속한다. 이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능력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할 수는 있지만,
우리는 결과를 지향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전제에는 그다지 의문을 품지 않는다.
간디는 결과를 지향하지 않았다. 과정을 지향했다. 그는 인도의 독립이 아닌, 독립할 자격이 있는 인도를 추구했다. 일단 인도가 독립할 자격을 갖추면, 잘 익은 망고가 나무에서 떨어지듯 자유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간디는 이기기 위해 싸우지 않았다. 자신이 싸울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싸움을 싸우기 위해 싸웠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과정 중심적인 접근법이 결과 중심적 접근법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 P280

간디에게는수백만 명의 팬이 있었지만 가까이에 머무는 추종수행자들은 수백 명 정도였다. 간디와 함께하는 삶은 결코 쉽지 않았다. 수행자들은 쉬운 것(도둑질하지 말라)과 고된 것(신체 노동), 아주 힘겨운 것(정조)이 포함된 열한 가지 서약을 지켰다. 지금껏 함께 살펴봤듯이 간디가 늘 좋은 사람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요구가 많았고, 가끔은 냉혹하기도 했다. "간디와 함께 사는 것은 칼날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나는 그만큼 균형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궁금해졌다.
 "나는 그럴 거야." 내가 카일라스에게 말한다. "나는 간디와 함께 살 거야."
내 말을 마치 다른 사람의 말처럼 내 귀로 들으면서 그 말이 사실임을 깨닫는다. 가끔 우리는 입으로 직접 말해야만 진실을 깨단는다.
나는 간디와 함께 살았을 것이다. 그 삶이 요구하는 고된 규칙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바로 그 규칙 때문에. 나는 더욱 안락해지려는 노력에 상당한 시간과 돈을 쓴다. 그게 정말 필요한 것이아님을 알면서도, 에피쿠로스라면 뭐라고 말했을까? 충분한 걸로는 부족한 사람에게는 무엇이든 충분하지 않다.  - P299

간디처럼, 평화로운 과정을 거쳐 통일된 인도를 만들겠다는 간디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말년에 간디는 "폭풍이 휩쓸고간 뒤 아파하며 굶주리는 이 세상"에서 표류하는 것 같은 기분을느꼈다. 절망이 간디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간디는 절대로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1947년 8월 15일자정, 인도인들이 독립을 축하할 때 간디는 하루 종일 금식하며기도를 올렸다. 곧이어 기차와 두 발을 이용해 막 태어난 국가의전역을 돌아다니며 흐르는 피를 멈추게 하고자 노력했다. 목표는이루지 못했으나, 수단은 이루었다.
어떻게 싸우는가가 무엇을 두고 싸우는가보다 더 중요하다. 나는 잘 싸웠다. 부당함을 인식하고 그에 맞섰다. 인디안 레일웨이라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에 맞서 창의적으로, 또 깨끗하게 투쟁했다. 정말로 그러고 싶었지만, 폭력에 의지하지 않았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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