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한성례 옮김 / 부엔리브로 / 2007년 9월
평점 :
로마인 이야기를 11권까지 밖에 읽지 못하고 있었고 같은 저자 시오노나나미와 시인이자 번역가인 한성례의 지명도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구입한 책이었다.
그런데 차일피일 지금까지 미루어오다 이번에 읽었는데 쩝~ 많이 실망했다.
갑자기 본전생각에다 읽고 있는 시간이 아까워 누구한테든 화를 싶을 만큼.
배가 많이 고픈데 맛있는 거 먹겠다고 오래 기다리다, 드디어 맛있는 걸 앞에 두고 기대감에 한 입 먹었는데 맛이 없을 때, 돈 생각에 배고픔에 꾸역꾸역 먹긴 했는데 입은 버리고 배는 부르고……. 딱 그런 때의 기분 같은 거였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의 광대한 스케일과 소소한 설명 전개에 익숙한 내게 ‘중간 생략’이 너무 많은 마치 줄거리만 엮어 놓은 것 같았다. -결국 그 계기로 로마인 이야기를 마치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꼭 나쁘다고만 할 수 는 없다.-노고단까지 버스타고 올라갔다 와서 지리산 갔다 왔다고 말한 것 같은 찜찜함과 지리산의 일부분을 만나고 나니 그 산에 오르고 싶다는 심리가 발전했다고나 할까. 다행히 뒤쪽으로 갈수록 아깝지 않았다. 돈이든 시간이든.
마지막 장인 9장, ‘로마에서 오늘의 우리를 돌아본다.’꼭지.
전체를 메모해 두고 싶을 만큼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게 했다.
"현재는 아무리 나쁜 사례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시작된 원래의 계기는 훌륭한 것이었다." 카이사르의 이 말을 전한 사람은 1500년 후의 마키아벨리이고 거기에 그는 ‘그 말은 전적으로 진실이다.’는 짧은 코멘트만 덧붙였다 한다. 현재의 개혁을 이루기 위해 과거를 나쁜 것으로 몰아가는 역사의 되풀이 속에서 신선하고도 서늘한 지적이다. 우리의 정치인들께서 그 지적을 기억하고 받아들였을까?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정치적 잇권과 견해에 따라 만들어지거나 같은 이유로 사라지는 많은 입안들이 생기진 않을 테니. 그 속에는 사회복지 입안들도 그럴 것이고. 당연히 요즘 같이 듣는 것만으로도 추워지는 뉴스들을 만나진 않았겠지.
참 추운 시절이다. 세 모녀의 자살 소식 때문인지, 이 꽃샘추위의 느낌은 오래 가겠단 생각이 든다. 엊그제, 광교산에도 한 청년의 자살에 구급차며 경찰들이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다행이 미수에 그쳤지만 중태더라는 등산객의 소식에 산그늘 어둠이 싸늘하게 다가왔다. 위태위태한 사람들이 한계치에 내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록으로 덧붙은 ‘저자에게 듣는 로마 영웅들의 성적’은 재미있었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지적 능력, 설득력, 육체적 내구력, 자기 제어 능력, 지속하는 의지. 카이사르만이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이탈리아 일반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다시 천년쯤 후에 세계 어느 역사에서 그를 능가할 지도자가 나올 수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난세에 영웅도 있는 법이라 했으니 태평성대이기에 그런 지도자가 나올 일이 없다는 역설이 되는 것인가.
영웅이 그립다. 세기의 영웅 카이사르까지는 아니더라도 뛰어난 그의 업적과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 팍스 로마나를 실현한 아우구스투스 같은. 그는 지적 능력, 설득력, 육체적 내구력의 점수는 카이사르에 미치지 못하지만 자기 제어 능력과 지속하려는 의지는 동등한 점수를 받은 지도자였다.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현실밖에 보지 않는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에 부합된 인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카이사르는 그를 후계자로 지목했고 그는 성실히 그 임무를 수행했다. 성실한 지도자, 그런 영웅이 그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