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화朴梨花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남해를 거쳐 대구에서 성장,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현재 댄스스포츠 트레이너, 심판으로 활동중이다.

□ 시인의 말



지지난 봄, 도둑고양이 몇 마리 내 집 담장을 슬금슬금 넘나들더니 지난 봄부턴 나 몰래 새끼까지 치고는 아예 제집인양 의기양양하게 살고 있다. 이렇듯 내 집 정원엔 제멋대로 들어와서 제멋대로 사는 것이 이들 뿐이 아니다. 능소화도 그렇고 보랏빛등꽃이며 달개비꽃 등등...... 가만 생각해보니 내 무관심과 무신경이 이들을 만만하게 불러들였던 것같다. 타고난 내 게으름 덕분에 영악한 도둑고양이도 눈치빠른 잡초도 경계심 턱, 풀고 제 삶을 부렸을 터이다. 돌아보면도 내게 그렇게 왔다. 그렇게 쭈삣쭈삣 와선 이젠 아주기둥서방처럼 건들거리며 살고 있다. 그러나!
너것들 사람 잘못 봤다.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다. 올 때는네 멋대로 왔는지 몰라도 갈 때는 어림없다. 왜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항시, 어디서건, 악랄하게 준비되어 있다. 왜냐하면 내 심드렁한 일상의 늪 속에 너것들은 이미 너무 깊이 너무도 오지게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격랑은 헤쳐 나갈 수도밀려 나올 수도 있지만 무심의 늪은 결코 빠져 나올 수 없는법. 이젠 아무도 내게서 살아 돌아가진 못하리. 사랑, 너도결국은 마찬가지!

2006년 고양이털 날리는 봄날에
박이화

박이화의 시에서 베어나오는 아릿한 꽃물은 우리 생애에 있어서가장 아름다운 관계의 알리바이다. 마흔 그늘 아래 뿌리 내린 복숭아나무가 바람에 선분홍 꽃으로 화안히 울컥, 온 몸을 피운 제선연히 그늘을 드리운다. 그렇게 ‘저 한 마리 들락이지 않는 날에마도 온종일 화사하게 들떠 있는 나무가 박이화의 시다. 그 화사빛깔 속, 삶의 핏물이 햇볕과 달빛에 바람과 비에 바랜 채 묻어 있는게 쉽게 느껴진다. 생애 전체가 꽃인 삶의 서러움일까? 대저 곳이란 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언어이기도 한 것 아님의 하늘에 열심히 가는가, 저 화염의 열린 꽃!

박이화의 시는 몸으로 피운 꽃이다. 몸 중의 몸, 그 중심에 닿아 있는 꽃이다.
뭔가 불편해서 외면하지만 자꾸만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곳, 그곳에서 올라오는 몸의 언어는 힘이 세다. 그녀는 좌사우고, 곁눈질하지 않는다. 직핍이다.
꽃분홍 복사꽃 향기 도처에 낭자하지만 립스틱조차 바르지 않은 시적 자아의탈은 맨얼굴이다. 그렇다. 몸으로 피운 꽃은 가식이 없다. ‘이건 속옷인걸‘ 하고 움켜쥐고 있는 사람들의 손아귀를 가차없이 비틀어버리는 손길은 분명 날것의 감각이다. 매울 ‘신‘의 날것이다.
장옥관(시인)

산벚꽃의 봄은 산벚꽃이 안다


봄이라고
모든 나무가 꽃피우는 건 아니다
나무의 나이테엔
그 나무의 전생
또 그 전생의 전생이 기록되어 있다 아니,
그 후생까지
아름다운 타원형 속에 비밀스레 내장되어 
있다
따라서 우연한 봄날
우연히 꽃 피우는 나무란 없다
거역할 수 없는 윤회의 법칙처럼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순환
그래서 저 벚꽃
일생 중
오로지 4월의 미풍에만 황홀하게 전율한다

내 몸 속
수천억 개의 세포는

내 전생의 잎, 잎들
그래서 당신, 그 봄날 같은 입김에
그토록 뜨겁게 반응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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