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제가 실력이 점점 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다음에 나올 거는 더 재미있을 거예요!"
‘앞으로 점점 더 잘하게 된다‘는 확신은 어린이가 자신을 성장시키는 큰 동력이다. 그런 확신의 근거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현재의 자기 모습이다. 재작년보다 작년, 작년보다 지금 더 그림을 잘 그리고, 축구를 잘하고, 아는 게 많다.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열심히 공을 차고 공부도 한다. 그러고 보면 서툴다는것도 어른들 생각이지, 어린이 입장에서는 연습을 거듭한
‘지금‘이 가장 잘하는 때다.
설령 어린이에게 미숙한 점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어린이의 인격이 미숙하다는 뜻은 아니다. 당연히 어린이에게도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 P91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어도 어린이는 ‘배운 대로‘ 한다. 최소한 ‘배운 대로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쁜 말을 쓰면 안 되고, 쓰레기를 줄여야 하고,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차별이 나쁘다는 것, 서로 달라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스스로 생각해야 하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안다.
그리고 또 어린이는 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것, 모두를 위한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마스크를 꼼꼼하게 쓰고, 30초를 세면서 손을 씻고, 자주열을 잰다. 학교생활에 제약이 많아도 지침을 따른다. 아는 것을 바탕으로 행동하고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지성주의다. 나는 이 시대의 어린이야말로 지성주의자라고 생각한다. - P94

나이나 학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지성주의자가 될 수있다는 것을 어린이에게서 배운다.
여전히 어린이를 ‘동료 시민‘으로 부르기를 주저하는 분도 있다. 어린이를 보호하고 교육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어른과 똑같이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를 보내면서 그런분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어린이는 교육받을권리, 놀 권리에 심각한 제한을 받으면서도 방역 주체로서의무를 다해왔다. 만일 ‘몇 살 이상 성인‘ ‘심각한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 ‘특정 지역 주민 등에게 어린이들에게 하듯이 제한을 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만큼의 협조를 얻을 수 있었을까? - P95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생각했다. ‘어린이도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다. 어린이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러니까 어린이의 동료 시민인 어른으로서 내가 할 일은 우리가 옳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이제 소용없다. 다 끝났다‘고 하는 순간 악의를 가진 이들에게 동조하는 셈이된다. 나는 혼돈에 빠져 두려움을 확산시키는 대신 이상황이 안정 국면을 찾을 수 있도록 시민으로서 할 일을 하기로 했다. 외출을 자제하고, 개인위생을 잘 챙기고, 규칙을 지키고, 기다리는 것. 어린이들이 하는 대로다. 우리가가르친 대로다. - P96

세계 곳곳에 어린이가 산다. 어른의 세계와 어린이의 세계는 늘 겹치게 마련이다. 나의 세계에 어린이가 있다는 걸잊지 말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 어린이한테 모범적인 ‘사람‘이 되자고 또 다짐한다. - P105

그날 이후 며칠을 마치 몸을 얻어맞은 사람처럼 끙끙 앓았다. 그 사람의 공격적인 말투와 말의 내용이, 주변 사람들의 옅은 웃음이 자꾸만 생각났다. 그리고 나 자신이 어리고 힘이 없을 때부터 몸과 마음으로 받아온 폭력이 자세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스스로 기억하고 있는 줄도 몰랐던말과, 그 큰 목소리와, 육체적인 충격과, 수치심이 하나하나 생각났다. 그 몇 분 사이의 일이 어른인 나에게도 이만큼 영향을 주는데 어린이들은 어떨까. 어린이를 존중하자거나 보호하자는 내 말과 글은 나보다도 약했던 걸까. 아니면 그저 하기 좋고 듣기 좋은 이상일 뿐이었을까. 한동안 회의에 빠졌고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이 다 부질없이 느껴졌다. 제일 고통스러운 건 나 자신의 말이었다. - P113

어린이는 우리가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미래의 사람이다. 오늘의 어린이는 우리가 어릴 때 막연히 떠올렸던 그 미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어떤 부분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을 때, 변화를 위해 싸울수록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것만 같을 때가있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미래에서 누군가가 와서 지금 잘하고 있는 거라고, 미래에는 나아진다고 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 미래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어린이다. 어린이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어린이가 ‘나답게‘ 살 수 있게 격려하고 보호해야 한다.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의견을 가질 수 있게 가르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시민으로서 존중하면서 어린이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어린이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미래가 바로 그러하듯이. - P123

어린이는 우리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입니다. 어른은 어린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어른은 어린이를 존중해야 합니다. 어린이와 함께 미래의 위기와 새로운 기회에 대응해야 합니다. 이때 어린이는 누구보다 적극적인 동료 시민입니다. 왜냐하면 미래는 곧 어린이가 살아갈 현재이기 때문입니다. 잊지 마세요, 여러분. 세상에는 언제나 어린이가 있습니다.
어린이를 환영해주세요.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봐주세요. 처음 보는 어린이와 대화해야 한다면 존댓말을 써주세요. 그럴 때 여러분에게는 "나도 이제 다 컸다!" 하는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어린이와 보호자에게 순서를 양보해주세요. 어린이 일행은 언제나 시간이더 걸립니다. 뒤에서 천천히 해도 된다고 하고 시간을 벌어주세요. 제 말을 믿으세요, 여러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집니다. 유아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보호자가 보이면 도와주세요. 어린이를 가르치고 돌보는 선생님들께 감사하고 그분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도록 목소리를 모아주세요. 생각보다 빨리 우리 생활이 달라질 것입니다. 어린이는 빨리자라니까요. - P131

더 간단하게 어린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방법이 있습니다. 평소에 멋있는 어른인 척하는 것입니다. 편의점 직원에게 예의 바르게 대하는 어른,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어른,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어른이 되어주세요. 여러분이 어렸을 때 좋아했던 어른이 되어주세요. 만일 그런 어른을 만난 적이 없다면, 여러분에게 필요했던 바로 그 어른이 되어주세요. 미래는 달라질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어린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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