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법률」에서 젊은이들이 의복, 거동, 춤, 운동, 노래 등을 제멋대로 이랬다저랬다 바꾸게 내버려 두는 것이야말로국가에 가장 해롭다고 보고 있다. 새로운 것을 뒤쫓고 새것을 만든 자들을 흠모하면서 자기 판단을 때로는 이 입장으로 때로는 저입장으로 바꿔 감으로써 이로부터 풍속이 타락하고 모든 옛 제도가 무시되고 경멸당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에서든, 물론 빤히나쁜 일은 예외이지만, 변화는 우려스러운 것이다. 계절의 변화, 바람과 음식과 기분의 변화가 다 그렇다. 그리고 하느님이 어느 정도 장구한 세월을 견뎌 가게 허락해 줘 아무도 그 기원도 모르고, 바뀐 적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경우 말고는, 어떤 법도 진실로 신뢰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 P476
이성은 우리에게 늘 한결같은 길을 가라고 명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같은 걸음으로 가라고 하지는 않는다. 현자는 인간적인정념들이 정도를 벗어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되지만, 자신의 규범을 저버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정념이 걸음을 서두르거나 늦추도록 허용할 수 있으며, 뻣뻣하고 무감각한 거인상(巨人像)처럼한자리에 붙박여 있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덕의 화신이라 해도적을 공격하러 갈 때는 저녁 먹으러 갈 때보다 심장 박동이 빨라질 것이다. 나아가 덕은 뜨거워지기도 하고 감동받아 움직이기도해야 한다. 이런 까닭에 나는 때때로 위대한 인물들이 지극히 고귀한 계획과 그지없이 중요한 일에 임하면서 잠조차 줄이지 않을만큼 완벽하게 평상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매우 비범한일로 새겨 두었다. - P477
판단력은 모든 일에 사용되는 도구이며 어디서나 관여한다. 그런 연유로 여기서 하고 있는 시험 (essai)들에서 나는 어떤 종류의 기회이든 다 이용한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라도 나는그것에조차, 멀찌감치서 여울의 얕은 곳을 가늠해 가며 내 판단력을 시험해 본다. 그러고 나서 내 키에는 너무 깊은 것으로 드러나면 물가에 머무른다. 그 너머로 건너갈 수 없음을 아는 것, 그것이바로 판단력이 보여 주는 특징적 자질 중 하나요, 나아가 가장 자랑할 만한 자질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 보잘것없고 하찮은 주제를 가지고도 나는 그것에 몸체를 부여할 수 있는 무엇, 그것을 받쳐 주고 지탱해 줄 무엇을 찾아보려 애쓴다. 때로는 그 자체로는더 찾아낼 것이 없는 고상하고도 진부한 주제로 판단력을 산보시키기도 한다. 하도 다져진 길이어서 다른 사람의 발자취를 밟으며걸을 수밖에 없어도 말이다. 그럴 때는 가장 나아 보이는 길을 선택하거나, 수많은 오솔길 중 이것 또는 저것이 가장 잘 고른 길이 - P527
었다고 말하는 것이 판단력의 활동이다. 나는 우연히 주어진 논제를 취한다. 어떤 것이든 내게는 똑같C이 좋다. 그리고 그것들을 끝까지 개진할 생각도 전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어떤 것도 그 전부는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전부를 보여 주겠노라 약속하는 이들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각각의 사물이 지닌 수많은 지체와 얼굴 중에서 나는 하나만 취해때로는 핥아 보기만 하고 때로는 스쳐 보며, 또 때로는 뼈까지 꼬집어 본다. 바늘로 찔러 본다. 가장 넓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한가장 깊이. 그리고 내가 가장 즐겨 하는 것은 익숙지 않은 관점으로 그것들을 포착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좀 덜 안다면 375 어떤 소재는 속속들이 다뤄 보겠다고 덤볐겠지만 말이다. 그저 여기서는이 단어, 저기서는 저 단어, 저들의 저서에서 떼어 낸 편린들을 흩뿌리면서, 계획도 약속도 없이, 그것들을 가지고 뭔가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도 없이, 거기에 집착하지도 않고, 마음에 들 때는 달리 생각해 보려 하지도 않으며, 의심과 불확실, 그리고 무지라는 나의 주된 상태로 물러나 버린다. - P528
우리가 때로 우리 자신을 고찰하는 데 마음을 쓰고, 남들을 살피거나 우리 밖에 있는 사물들을 알려고 들이는 시간을 우리 자신을 탐색하는 데 쓴다면, 우리 존재라는 이 피륙이 얼마나연약하고 결함 많은 조각들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 무엇으로도 만족할 줄 모른다는 것, 바로욕망 자체와 상상으로 인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일이우리 능력 밖이라는 것은 우리의 불완전성에 대한 특별한 증거가아니겠는가? 인간의 최고선을 찾기 위해 철학자들 사이에 줄곧이어져 온 대단한 논쟁이 그 좋은 증거이다. 이 논쟁은 아무런 결론도 의견 일치도 없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또 영원히 계속될것이다.
원하는 것이 우리 것이 되지 않는 한 다른 무엇보다 절실해 보인다. 얻고 나면 또 다른 무엇을 원하게 되며 똑같은 갈증으로 우리는 다시 목이 탄다. 루크레티우스 - P541
하느님의 법보다 넉넉하고 온화하고 호의적인 것은 없다. 하느님의 법은 우리처럼 죄 많고 가증스러운 자를 당신에게로 부른다. 우리가 아무리 비열하고 더럽고 진흙투성이이며 또 앞으로도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일지라도, 하느님의 법은 두 팔 벌려 우리를 품에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런 만큼 더욱 그 보답으로 하느님의 법을 바른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나아가 그 용서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하느님의 법에 호소하는그 순간만이라도 과오를 미워하고, 그 법을 어기게 한 정념을 미워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플라톤은 말한다. 신들도, 선인(善人)도 악인의 선물은 받지 않는다고.
재물을 바치는 손이 결백하기만 하다면, 과자 한 조각, 반짝이는 소금 한 덩이로도 호사스러운 희생물보다 더 확실하게 페나테스의 분노를 가라앉히리라. 호라티우스 - P568
나는 사람들이 우리 수명을 정하려 드는 방식을 받아들일수가 없다. 내 보기에 현인들은 일반적인 견해에 비해 수명을 아주 짧게 본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자 자신을 막아서는 사람들에게 소 카토가 말했다. "무엇이라고? 내가 아직 삶을 버리기에 너무 이르다는 비난을 들어야 할 나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의 나이 겨우 마흔여덟이었다. 그는 그 정도 나이에 이르는 사람 수가 극히 적다는 것을 생각해 그만하면 충분히 원숙해지고 늙었다고 여긴 것이다. 자연적 수명이라고들 하는 그 무슨 흐름인지 하는 것이 그보다는 몇 해 더 살게 해 주리라며 스스로 위로하는 자들은 그렇게 해 보라고 둘 일이지만, 누구라도 자연적으로 피할수 없게 되어 있어 그들이 믿고 싶어 하는 그 흐름이라는 것을 언제라도 중단시켜 버리는 저 수많은 사고를, 자기들만은 비켜 가는 특권이라도 누리고 있다는 말인가. - P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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