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식탁에 앉자 한 손님이 돌아가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신랑이 신부에게 말했다. "이봐요, 내 사랑, 아는 이야기 없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뭐라도 들려줘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면 꿈 얘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 그림형제 수집 <강도 신랑>

좋든 나쁘든 모든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놓고자 한다.
아니면 이야기의 일부를 조작하는 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읽고 싶지 않으면,
건너뛰어 다른 이야기를 택하기 바란다.

- 제프리 초서, <캔터베리 이야기>>

그리고 이제 그는 상상 속에서또 다른 행성을 오른다
이 세상을 카메라의 시점으로 한눈에 하나도 빠짐없이 더 잘 보기 위해 매번 울리는 영감어린 찰칵 소리,
이곳의 이야기, 이곳의 속임수, 이곳의 흔적 없음,
이것을, 이것을 그는 책에 쓰고 싶어 한다!

- A. M. 클라인, <풍경으로서의 시인의 초상>

이름을 짓는 행위는 인류가 할 수 있는 위대하고 엄숙한 위로다.

- 엘리아스 카네티 (파리의 교통

나는 무엇 때문에 제정신인 사람이 허구에 매달려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묘사하는 데 일생을 바치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만약 그것이 글쓰기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들이 때로 하는 말처럼 애들 장난같은 공상의 연장이라면 그들의 행동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그것을, 그것만을, 오직 그것만을 간절히 소망하고, 그 일을 자전거로 알프스 산맥을 넘는 것만큼이나 이성적이라 여기는 것을 말이다.

- 메이비스 갤런트, <선집> 서문

굴 속에 깊숙한 굴 속에, 거의 완벽한 고독 속에 자리하기. 그리고 오직 글쓰기만이 구원해주리라는 것을 깨닫기. 책에 대해 손톱만큼의 주제도 생각도 없이 있는 것, 이는 다시 한 번 책 앞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는 일이다. 광활한 백지. 잠재적 상태의 책, 무 앞에 자리 잡기, 살아 있는 알몸의 글쓰기 같은 무언가, 너무나 끔찍해 이겨내기 힘든 무언가 앞에 있기.

- 마르그리트 뒤라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

먼저 특별할 것 없는 고백부터 해야겠다. 나는 작가이자 독자다. 그리고 그게 전부다. 학자도 아니고 문학 이론가도 아니다. 이책에 그런 개념들이 조금이라도 돌아다닌다면 그것은 보통 작가들이 취하는 방식으로 인해 그곳에 자리하게 된 것이다. 그 방식이란, 갈까마귀가 하는 짓을 떠올리면 된다. 반짝거리는 물건들을훔쳐서 둥지를 마구잡이로 쌓아올리는 것 말이다. - P18

식민지는 진부한 틀을 초월할 정신적 에너지가 부족한데(…) 이런에너지가 부족한 건 자신을 충분히 믿지 못해서다. (...) 이들은 아주근사한 장소를 자국의 현재도, 과거도, 미래도 아닌, 국경 너머 어딘가 발전 가능성을 넘어서는 어딘가로 설정한다. (…) 위대한 예술은예술가와 관객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의 삶에 대해 열렬하고 유별나게 공통의 관심을 보일 때 자라난다.

- E. K. 브라운, 《캐나다 문학의 문제》(1943)‘

시인 5백 명이 몰려들 만큼 거액의 상금이 걸린 시 쓰기 대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 그들을 한데 모으면 전형적인 캐나다시인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시 5백 편을 모두읽고 나서 깨닫게 되는 사실은 한 세 사람 정도가 뭘 좀 할 줄 안다는것, 그러니까 시를 전문적으로 쓸 줄 안다는 것이다. (...) 이 세 사람이 지나가고 나면, 운율은 그럴 듯하나 핵심적인 은유 하나 없는 2백편의 시와, 운율이 있다 해도 절뚝거리는 3백 편의 시를 만나게 된다. (...) 이 수많은 시들 사이에 광인이 쓴, 재치 있고 기묘하나 모골이 송연해지는 서너 편의 시들도 끼여 있다. (...) 5백 편의 캐나다 시인에 대한 이런 분석은 나를 우울감에 빠뜨린다. 왜냐하면 이들이 이나라의 풀뿌리 시인, 시를 애호하는 독자, 감수성 풍부한 보통 시민을 대표하는데, 그 누구도 전혀 문학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제임스 리니, <캐나다 시인의 곤경》(1957) 

캐나다 시인은 언어 (다른 언어들은 말할 것도 없고)의 모든 양식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자신이 그 언어 양식들과 경쟁하고 있다는치명적인 인식이 부족하다.

- 밀턴 윌슨, 《기타 캐나다인들과 그 후》(1958)‘

나는 독자이면서 작가도 되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공책을 사서글을 쓰려고 애를 썼다. 실제로 쓰기도 했는데, 시작은 호기로웠으나금세 글에 맥이 빠지자 엄벌이라도 처하는 양 종이를 찢어내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나는 공책 표지만 남을 때까지 찢고 쓰기를반복했다. 그런 뒤 공책을 또 사서 전체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같은 주기가 꼬리를 물고 되풀이되었다. 흥분했다가 좌절했다가, 흥분했다가 좌절했다가.

- 앨리스 먼로, <코테스 섬>(1999) 

너는 불쌍한 사람을 도울 때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너의 착한 행실이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하라. 그러면 은밀히 보시는네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 마태복음 6장 3~4절

정열과 환희의 시인들이여,
지상에 영혼을 남겨두었구나!
새로운 곳에서 이중으로 살면서,
천상에도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 존 키츠, <정열과 환희의 시인들이여>

너는 지킬의 손을, 너는 하이드의 손을 가졌구나.

- 그웬돌린 매큐언〈손과 히로시마

비정상적으로 관찰을 강조하는 것은 관계를 몹시회피한다는 것을의미한다. 더 정확히 말해, 타인의 삶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동일시하는 동시에, 말도 안 될 정도로 거리를 두는 것을 뜻한다. (...) 멀찍이떨어져 있는 것과 완전히 연루돼 있는 것 사이의 긴장, 그것이 작가를 만든다.

- 네이딘 고디머, <선집> 중 서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