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밀턴만이 울프에게 당혹감, 소외감, 열등감, 다소간의 죄의식을 안겨주고 있다. 그리스어나 형이상학 같은 지적인 남성성의 다른 요새들처럼, 밀턴은 울프에게 엄청나게 복잡한 대수학 방정식, 자신이 풀어야 한다고 느끼는(그러나 풀 수는 없는 ) 문제다. (‘나는 많은 수수께끼를 풀지 않은 채 남겨두었다.‘) 동시에 밀턴의 대작은 사물에 대한 울프 특유의 여성적인 인식과는 거의 또는 전혀 상관이 없는 듯 보인다. (어떤 위대한 시가 우리의 기쁨과 슬픔에 그토록 적은 빛을 들여보낸 적이 있었던가?) 더 나아가 울프는 특히 모호하고 추상적인 언어로 밀턴의 시를 칭송한다. 그 모든 것은 얼마나 매끄럽고 강렬하며 정교한가!) 그리고 (울프가 애호하는 양성적인 셰익스피어 드라마가 아니라) 밀턴의 운문이 ‘정수이며, 대다수 다른 시는 그것을 희석한 것에 불과하다‘는 울프의 느낌은 아마도 밀턴시의 깊은 곳에 ‘남자가 생각하는 우주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위 - P365

치, 신과 종교에 대한 우리의 의무가 요약되어 있다‘는 억지스러운 주장으로 울프가 공손하게 결론을 내린 이유를 설명해줄것이다. 우리의 여기에서 울프가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를 빌려 말하자면 ‘그녀는 분명 여성으로서 말하고 있다. 울프의 의식적 무의식적 진술 또한 분명하다. 밀턴의 악령은 그것이 무엇이든 결국 밀턴의 우주론이고, ‘남자가 생각했던 것‘에 대한 그의 시선이며, 대부분의 다른 여성 문인들처럼 울프가 서구의 문학적 가부장제의 핵심에서 감지했던 문화적 신화에 대한 밀턴자신의 강력한 표현인 것이다. - P366

여성적 오염에서 격리된 ‘옥스브리지‘의 전형적이고 가부장적 도서관의 심장부(말하자면 도서관들의 천국)에는 권력의 언어가 있는데, 그 언어는 밀턴의 것이다.
비록 《자기만의 방》이 그저 밀턴의 글과 그것의 여성 혐오적맥락이 지닌 비밀스럽지만 치명적인 힘을 암시한다 하더라도 울프는 문인으로서 생애 내내 밀턴을 비판적이기보다) 허구적으로 이용했을 때나 이용하지 않았을 때나 그를 무서운 ‘억압자‘로 분명하게 규정했다.  - P367

샬럿 브론테는 틀림없이 그렇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매우 수준 높은 문학비평가였던 울프는 밀턴의 문화적 신화를 의식적인 동시에 아주 불안해하며 상속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의 여성 작가들 가운데 밀턴의 위협적인 특징, 특히 그가 여성의 운명에 미친 영향이 해로운 (동음이의어를 사용하는 블룸의재치를 빌려 말하자면) 인플루엔자로 여길 만큼이었음을 가장 잘 인식했던 사람은 브론테였다. 『셜리』에서 브론테는 특히가부장적인 밀턴의 우주론을 공격했다. 브론테는 여성에게 해로운 이 우주론 안에서 자신의 여자 주인공들이 남성 지배적 사회 때문에 아프거나 고아가 되거나 굶어죽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밀턴은 위대했다. 그러나 그는 좋은 사람이었는가? (그이름이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셜리 킬다는 질문한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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