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여전히 낯선 여름에


낯선 계절이야 어디 여름뿐이겠는가. 이해될 수없는 한 우리가 놓여 있는 세계 자체가 낯설지 않겠는가. 세계가 밤과 낮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라면, 세계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루어져 있는 거라낯선 계절이야 어디 여름뿐이겠는가. 이해될 수 없는 한 우리가 놓여 있는 세계 자체가 낯설지 않겠는가 세계가 밤과 낮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라면, 세계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루어져 있는 거라면,
그 낮과 밤, 그리고 모든 계절이 세계라는 이유로얼마든지 낯설지 않겠는가.
필연과 우연은 어떠한가. 이해의 세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을 필연이라 한다면, 이해의 세계 밖에서 이루어지는 현상들은 우연일 것이다. 필연과우연이라는 건 말하자면 이해와 몰이해, 안과 밖,

낯익음과 낯섦의 관계일 수도 있다.
이해를 보자. 우리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계를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인문·사회 · 자연 과학으로 증명할 수 있는 세계를 이해의 세계라 한다면 그것으로 증명할 수 없는 세계를 몰이해의 세계라 할것이다. 이해의 세계가 몰이해의 세계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해되지 않는 세계를 너무 쉽게부정해 버린다. 이해할 수 없어. 우연일 뿐이야. 낯설어....…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계에 대한 이해가 적은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미지의 세계, 우연의 세계, 저 바깥의 세계를 부정하고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고 해서 그 낯선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작동하지 않는 것이아니다. 그 낯선 세계는 우리의 삶 순간순간에 엄연히 개입하며 한 인간의 운명을 관장한다.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폭발적으로가장 극적이고 격정적이며 어떤 인간도 피해갈수 없는 낯선 세계가 사랑의 세계다. 사랑은 인류가구축해 놓은 가치와 제도와 문화와 규범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병적인 증상을 빼곤 이런 경우가 없다.

우리는 사랑을 병이라 일컫지 않음으로써 가까스로 낯선 세계를 긍정한다.
이와 같은 체계 긍정의 개인적 사례가 바로 사황이다. 이로써 모든 인간들이 영매자의 특별한 체힘을 공유한다. 이 낯선 계절의 혼돈을 통과한 자는미지와 우연과 저 바깥 세계의 신비를 알아 눈이 깊어진다. 그런 자라야 비로소 ‘나는 행복하게도 불륜에 빠졌다.‘라는 말로 첫 이야기를 떳떳하게 시작할수 있을 것이며, 그런 자라야 이 첫 문장이 낯설지
않은 독자가 될 것이다.

2005년 7월,
여전히 낯선 여름에
구효서

만성화되무너지면 강물에 빠져 죽기밖에 더하겠어? 이렇게 대범한 척해도 불길함은 언제나 주사 맞는 일만큼 새삼스럽다. 새록새록.
AU불길함을 없애기 위해 불길함이라는 세 글자를되풀이해서 읽는다. 불길함, 불길함, 불길함, 불길함‥…… 이렇게 수십 번을 되풀이해 읽는다. 그러면불길 ‘함‘은 마치 전 ‘함‘의 일종이거나, 특별한 용도의 사서함 이름 같아진다. 이쯤 되면 재미도 없지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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