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란 들춰보지 않아도 약속대로 사회 구석구석이 제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사회를 말한다. 그래야 사람들은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각자 자기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그 무엇하나 법대로, 원칙대로,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고, 뒷구멍을 통해 수를 쓰면 다른 결과가 나오는 나라는 후진국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독재의 기억이 비정상적인 힘, 법 이외의 관행에 의해사회가 굴러가는 것을 내버려 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6·25종전 이후 지난 60년간 군에서 의문사로 죽은 사람이 6만 명에이른다(《한겨레신문》 2013년 3월 8일 자). 연평균 1,000명이 죽어나간 셈이다. 삼성가의 남자들은 그중 73퍼센트가 병역의 의무를 면제받았다고 한다. 대학 시절 강남 사는 남학생이 군대에현역으로 가게 되면, "걔네 엄마 계모냐?"라는 소리가 공공연한 농담으로 나돌기도 했다. 우린 노벨상을 타고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는 것으로 선진국에 진입하고 싶어 하지만, 그런것보다 먼저 이뤄야 하는 것은 ‘투명사회‘다. - P128
프랑스의 모든 공공기관 입구에는 ‘자유·평등·박애‘라는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이 여전히 적혀 있다. 그 세 단어를 음미하다 보면, 헛웃음이 터져 나오곤 한다. 그 혁명의 이상으로부터너무도 멀리 와 있는 프랑스의 현실을 보며, 주변 사람들을 붙짧고 성토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적어도 이 사람들은 중심을잃지 않았다. 세상이 비틀거리고 추락할 때마다 자신들이 건설하고자 했던 사회로부터 멀어져감을 느낄 때마다, 거리에 나와 우리에겐 자유·평등·박애가 필요하다"고 외친다. 누구도도를 달 수 없는 이들의 중심은 바로 그 혁명정신이다. 그래서이들은 추락을 경험해도, 다시 힘을 모아 제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 P131
그렇다면 우리가 공유하는 가장 빛나는 기억, 한마음으로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시험 문제의 정답과 삶에서 만나는정답이 다른 세상은 가치가 분열된 사회다. 우린 바로 그 전복되고 분열된 가치의 시대를 지르밟으며‘ 가고 있다. 깨져서 산산조각이 난 가치들을 밟아야 하는 우리의 발바닥에는 피가 맺힌다. 끝나지 않는 부조리극을 보고 있는 것만 같은 이 시절. 마침내 이 시절을 청산하고 새 시대를 열게 된다면, 결코 후퇴할수 없이 단단한 우리의 가치를 세워가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것이다. - P132
2016년 봄, 세월호 유가족분들과 함께 보낸 파리에서의 나흘은경이로운 시간이었다. 마술처럼. 곤경에 처하면 바로 다음 순간새로운 문이 스르르 열렸다. 이번 세월호 유족의 파리 방문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모든 멤버들이 함께 경험한 일이다. 유족들의 강연과 영화 <나쁜 나라>의 상영이 예정되어 있던소르본 대학 내 바슐라르 강의실은 천장 한가운데가 불투명 유리로 되어 있다. 해가 쨍쨍 내리된다면 화면이 선명하게 보이지않을 수 있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상영시간이다가오자, 해는 사라지고 먹구름이 요란스런 바람과 함께 밀려들었다. 우리는 아무ㅈ불편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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