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변경에는 두 가지 면이 있다. 변경은 인터페이스, 문턱, 경계 지점이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의 위험과 가능성을 모두 갖고 있다. 신기루처럼 변경의 앞면, 즉 자신이 바로 변경이라고 주장하는 면이야말로 누구도 가보지 않은 땅을 향해 우리가 대담하게 나아가는 방향이다. 우리는 폭풍의 전선처럼, 전장의 제1선처럼 앞으로 돌진한다. 우리 앞에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실제가 아니다. 그곳은 텅 빈 공간이다. 나는 위대한 변경 개척자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을 좋아한다. "브리타니아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내가 그곳에 직접 가기 전에는." 그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공간은 텅 비었다. 따라서 꿈과 희 - P56
망이 가득하다. 빛나는 일곱 개 도시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그쪽으로 간다. 황금을 찾아서, 땅을 찾아서, 앞에 있는 모든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우리의 세상을 넓힌다. 변경의 반대 면은 음陰이다. 우리가 사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항상 거기서 살았다. 사방이 그곳이다. 언제나 그랬다. 그곳은 현실 세계, 확실한 진짜 세계, 현실로 가득한 곳이다. 거기서 그들이 온다. 그들이 존재하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들이 오기 전에는. 다른 세상에서 온 그들은 우리에게서 우리 것을 가져가변화시키고, 고갈시키고, 쪼그라뜨려 소유물로, 상품으로 만든다. 그들이 우리 세상을 자기들 것으로 변화시킨 뒤에야 우리 세상이 그들에게 의미를 갖게 되므로 우리는 그들 사이에살며 그들의 의미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우리가 자기만의 의미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 P57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의 작업을 이어받아, 변경 생존자이며 캘리포니아 토박이인 이시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나는 이시만큼이나 어머니의 책에도 깊이 감탄한다. 하지만 항상 그 책의 부제가 아쉬웠다. ‘북미 마지막 야생 인디언 전기‘라니 어머니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의미와 정신에 어긋나는 제목이 아닌가. 이시는 야생이 아니었다. 그는 황야에서오지 않았다. 그의 부족을 학살하고 그들의 땅을 빼앗은 변경개척자들보다 훨씬 더 탄탄하고 뿌리 깊은 문화와 전통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살던 곳은 황야가 아니라 소중하고 친숙한 세계였다. 그의 부족 사람들은 그 세계의 산 하나하나, 강 하나하나, 돌멩이 하나하나를 모두 잘 알았다. 저 황금빛 산들을 피와 슬픔과 무지의 황야로 만든 자가 누구인가? 문명과 야만 사이에 유의미와 무의미 사이에 경계선이있다 해도 그것은 지도에 그어진 선이 아니다. 지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지역도 아니다. 오로지 마음속 경계선이다. - P58
북미 사람들은 서부의 땅을 보듯이 자신의 미래를 보았다. ‘정복‘하고 길들여야 할 텅 빈 땅(동물, 인디언, 외부인은안중에 없다)에 잔뜩 들어가 자신의 행동으로 가득 채운다. 무의미한 공백에 자신의 이름을 쓴다. 대부분의 사이언스픽션에도 바로 이런 미래가 나오지만, 내 소설은 다르다. 내 소설에서 미래는 이미 가득 차 있다. 우리의 현재보다 훨씬 더역사가 깊고 규모가 크다. 그곳에서 외부인은 우리들이다. 내 판타지 소설들은 힘의 사용을 예술로, 힘의 오용을 지배로 보고 탐구한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상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사이의 신비한 경계선을 따라 오가며 변경을 탐험한다. - P59
제국을 계속 확장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자본주의의 경계선은 계속 움직이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자본주의 정복자들은 영원히 엘도라도를 추구한다. 부유하면 부유할수록 좋다고 그들은 외친다. 내사실주의 소설들은 대부분 자본주의의 음지에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가정주부, 웨이트리스, 사서, 작고 우울한 모텔 관리인. 누군가는 이들을가리켜 정복자가 남기고 간 망가진 세상에서 원주민 보호구역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항상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가 변경이며 그 자체로서는 어떤 가치도 어떤 충만함도 없는 세상, 수익만이 가치를 평가받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 P59
나는 미국 개척자 집안의 증손녀다. 우리 외가는 이주해서 땅을 사고 농사를 짓다가 실패하면 다시 이주하는 생활을하며 미주리에서 와이오밍으로, 콜로라도로, 오리건으로, 캘리포니아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양의 에너지를 따라갔지만, 발견한 것은 음이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캘리포니아의 산에 스페인 사람들이 씨를 뿌린 야생 귀리, 농장을 일구던 사람들이 하니 카운티와 맬리어 카운티에 남기고 간 풀인 치트그래스가 내게 전해진유산이다. 나의 일족들이 심고 내가 수확한 작물들이다. 짚으로 자아낸 내 황금이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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