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개종하고 《코란》을 읽어야 했지만 한 문단을 더듬거리는 바람에 눈앞에서 자기 아기가 학대당하고 살해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어머니가 있었다. 이 남자 저 남자에게 팔려 다니며 수백 번강간당한 여덟 살 소녀가 있었다. 너무나 절망적인 나머지 자기 몸에 불을 붙여 얼굴과 목에 깊은 흉터가 남은 젊은 여성도 있었다. "저는 남자로서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제 아내도 그랬지요. 무슬림이었으니까요. 독일인으로서 저는 한 세기도 채 지나지 않은 과거에 우리 유럽 문명도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고, 그러고도 여전히 교훈을 배우지 못한 것 같다는 사실을 잘 알지요." 독일이 야지디 여성을 받아들인 시기에 독일 지도자 앙겔라 메르켈 Angela Merkel이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치며 100만 명의 난민에국경을 연 것은 아마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나머지 유럽이 국경을 닫아건 그 시기에 말이다. "가장 힘든 건 누구를 데려갈지 결정하는 일이었죠." 블룸박사가 말했다. "두 아이를 잃은 여성과, 한 아이를 잃었지만 그 아이가눈앞에서 살해당하는 걸 지켜봐야 했던 여성 중에 누구를 선택할 수있을까요?" 최우선 순위는 응급조치가 필요한 경우였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여성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병으로부인과적 손상이나 분신 시도로 얻은 심한 화상-생명이 위태로운 여성들도 있었고요." - P40
그녀는 탈출을 두 번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심지어 그녀를 사기 위해 ISIS로 변장한채 알레포 근처의 노예 시장까지 간 적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그녀는 죽고 싶다고 했어요. 너무 지친 목소리였어요." 그녀의 마지막 문자는 "빨리 나를 찾아줘, 셰이커. 빨리"였다. 그 뒤로 연락이 끊겼다. 결국 그는 딜미르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내게 휴대전화의 바탕화면을 보여주었다. 적갈색 긴머리에 환한 웃음, 생기 있는 눈매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저는 그녀를 구하지 못했어요. 지금쯤 스물한 살이 됐을 텐데요." - P43
그의 눈이 눈물에 젖었다. "그게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입니다." 그가 잠시 뒤 말했다. "제가 그 산에서 본 것, 그들이 제 약혼녀에게 저지른 짓은 제 마음을 바위처럼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더는 제가 죽든 살든 상관없었죠. 처음에는 그들과 싸우려고 했어요. 하지만 최고의 복수는 유럽으로 가서 살아남은 소녀들을 돕고 세상에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그들이 살던 터키의 난민촌을 떠나 강을 건너 불가리아로 갔고 세르비아와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로 왔다. 결혼을 위해 모아둔 4000달러를 불법 난민 브로커에게 냈다. 독일까지 오는 데 23일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여러번 억류되었다. 독일에서 난민 신청이 승인되자 그는 야지디 활동가의 페이스북 그룹을 운영하며 다른 여성들을 구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한때 그가 그렸던 삶은 분명 아니었다. - P43
구글에서 검색하면 그중 1퍼센트만 맞습니다." 그가 말했다. 야지디교는 원래 메소포타미아에서 유래한 오래되고 신비로운종교로, 이슬람보다 오래되었고 기독교와 이슬람의 수피 신앙, 조로아스터교의 요소를 포함한다. 야지디족은 자신을 예지디 Yezidi 라고표기한다. 야지디족의 언어로 신을 뜻하는 에지드 Ezid에서 나온 말로, 신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야지디교는 기독교와 이슬람, 유대교와 달리 경전이 없으므로진정한 종교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셰이커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검은 책이라 불리는 책이 있어요. 그 안에 모든게 적혀 있는데 도둑맞았어요." 나는 그가 파란색 셔츠를 입고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야지디족은 파란색을 혐오하고 상추도 싫어한다는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셰이커는 웃었다. "그건 저희 엄마 같은 옛날 세대 이야기죠. 엄마는 샐러드도 절대 안 드세요!" - P44
얼굴에 커다란 자국이 생길 정도로 저를 때리고 후려쳤어요. ‘너희 야지디족은 불신자니까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어‘라면서요. 그러고는 제 등을 깔고 앉아서 숨을 쉬지 못하게 했죠. 그는 저를 뒤에서 강간했어요. 그 뒤로 매일 서너 번씩강간했어요. 그런 식으로 여섯 주가 지났어요. 제 삶은 그냥 강간당하는 것이 전부였어요. 그러더니 그가 어느 날 또 다른 소녀를 사올 거라더군요. 저는조금 편해지겠구나 싶어서 안도했어요. 그 사람이 데려온 소녀는 열살밖에 안 된 아이였어요. 그날 밤 두 사람이 옆방에 있었는데, 저는 누군가 그렇게 많이비명을 지르며 엄마를 찾아 울부짖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요. 저자신을 위해 울었던 것보다 더 많이 그 어린 소녀를 위해 울었어요." 나는 로지안의 손을 잡았다. 손이 찼다. 이야기를 그만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어느 날 그 남자가 히잡을 주며 우리를 시내로 데려갔어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검정색과 흰색의 [ISIS] 깃발이 곳곳에 보였어요. 저는 달아나려 했지만 또 다른 여성이 저를 붙잡아 다시 데려왔어요. - P49
우리는 멜론즙을 턱에 묻히며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나중에 한 사람씩 다가와 나를 안아주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뒤에 누군가가 와서 저희와 이렇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는 처음이에요." 투르코가 말했다. 그들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 자주 찾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숲을 구불구불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작은 방에서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과 함께 악몽을 꾸며 밤을 보낼 투르코와 로지안을 생각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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