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죽는다는 것은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완전한 이별. 미련과 기대와 슬픔마저 사치로 만들어버리는깨끗한 결단. 종지부, 두부를 삼키면 두부가 눈앞에서사라지듯이 죽음은 그들을 삼켜없애버린다.
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불경하고 암울한 사태, 피하고 싶은 사건일까? - P187
불건전이란, 마음속에서 자신의 죽음과 결별한어른들의 발명품이다. 현자들과 어린아이들에게죽음은 불길하거나 음산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서 있는 탁자처럼, 부스러진 빵조각처럼, 이불깃을 접어 넣은 침대처럼 거기 ‘있을 뿐‘이다.
- 크리스티안 생제르『우리 모두는 시간의 여행자이다』 중에서 - P187
살아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이다. 새삼 이 사실이 놀랍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어떻게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온 걸까? 내 몸속을 흐르는 피는어떻게 한순간도 흐름을 멈추지 않고 지금껏 움직여 왔을까? 새들과 한철 피고 지는 꽃들과 난쟁이 같은 버섯들, 크고 작은 - P190
동물들에 비해 사람은 태어나 죽기까지의 주기가 길다. 창문 앞에흐드러진 목련은 나를 한 철 보겠지만, 나는 저 목련이 죽고나서도 내년에 다른 얼굴로 오는 목련들을 ‘또‘ 볼 수 있다. 내게 죽음은 유예되고, 유예되고, 유예되고, 한없이 유예가능할 것 같은 무거운 숙제다. 물론 오겠지. 결국엔 올 것이다. 내게도, 다른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도. 죽음을 기약하지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내 침대 아래 죽음이 잠들어 있다.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죽음. 훗날 죽음이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려 할 때, 피하지 않고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후회 없이 살았고, 즐거웠다고. 사랑이 충만했다고 말하며 다 읽은 책을 덮듯이삶을 탁, 닫고 싶다. 그다음 죽음의 손을 잡을 것이다. - P191
아침은 멀고, 또 진정으로 밝은 아침은 불가능하다 해도. 눈이 부신 ‘척‘이라도 하며, 꽃 피는 계절을 나는 또기다릴 것이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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