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논할 때는 시를 쓰듯이 해야 한다는 김수영의 말도 있지요. 시를 산문으로 하면, 산문이지 시가 아니잖아요. 그렇게 하면 시를 논할 필요도 자격도 없는 거지요.
시의 본질이 은유에 있다면, 그 은유는 다른 은유로밖에표현될 수 없고, 이 점은 다른 여러 예술의 경우에도 같다고 봐요. 시를 산문으로 설명한다면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떠먹거나, 지난주 일기예보로 내일 산행을 하는 것과마찬가지가 아니겠어요. - P26
이 표현은 여러 곳에서 농담처럼 쓰여요. 밥을 왜 먹느냐고 물으니, ‘밥이 거기 있으니까‘, 시를 왜 쓰느냐고 하니, ‘시가 거기 있으니까………… 이표현이 자주 쓰이는 것을 보면 분명히 보편적인 데가 있는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가 본 표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것은 등산로 옆 나뭇가지에 매달아놓은 리본에 적혀 있었어요. ‘보고 또 보아도 보고 싶은 산, 가고 또 가도 가고 싶은산.‘ 이 말이 불러오는 숨 막히는 그리움은 대상 앞에서시가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것이기도 해요. 시는 우리 주위의 하찮은 대상이 ‘보고 또 보아도 보고 싶고‘ ‘가고 또 ‘가도 가고 싶은‘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주지요. - P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