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이다.‘라는 비트겐슈타인의 정언 "에서 ‘나의 세계‘는 사고뿐 아니라 국가와 자연 같은 물리적 환경도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연 환경은 언어뿐 아니라 미술과 음악, 무용 등 모든 예술에 영향을 주고 같은 작품을 보고도 다른 것을 연상하게 만드는 조건이 된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말했다.
"월트 디즈니의 <판타지아>를 기억하세요? 한 섹션에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음악을 사용했죠. 하지만 디즈니 사람들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 음악에 맞춰 공룡들이 쿵쾅거리는 장면을 만들었죠. 디즈니 사람들은 남부 캘리포니 - P86

아에 너무 오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들은북유럽이나 러시아 같은 곳에서 겨울이 지나면 모든 것들이 땅을 뚫고 힘차게 솟아오른다는 것을 잊은 겁니다. 스트라빈스키 음악의 힘찬 소리는 공룡이 땅을 내리찍는 소리가 아니라 자연이 솟아오르는 소리인 거죠." (70체험한 낱말과 체험하지 못한 낱말은 자연이 솟아오르는 소리와 공룡이 땅을 내리찍는 소리만큼이나 간극이 크다. 자신이 몸과 정신으로 체험한 낱말을 사용해야 오해의소지를 줄일 수 있고 자유자재로 문장을 구성할 수 있다.
가끔 멋 부리고 싶어서 체험하지 못한 낱말을 쓸 때가 있는데 여지없이 체하거나 탈나서 뱉어내야 한다.
체험한 낱말의 개수가 살아온 나날만큼 늘 수 있기를바란다. 동시에 체험하고 싶은 낱말을 수집하는 것은 매우설레는 일이다. 우리 십대 시절에 ‘사랑‘이 꼭 그러했던 것처럼. 그런데 당신에게 사랑은 체험한 낱말인가, 체험하고싶은 낱말인가. 체험해서 잘 아는 것인가, 아직 체험하지 못해 잘 모르는 것인가. 세상엔 이처럼 알쏭달쏭한 낱말도 적지 않다. 인간뿐 아니라 낱말 하나도 소우주다. - P87

그렇다 해도 여전히 변함없는 사실 하나. ‘나무가 말을한다.‘는 문장을 예로 든다면 ‘나무‘와 ‘말‘이 어떤 뜻이냐에대해서는 가르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 실제로 낱말은 배우고 외워야 한다. 또 ‘말을 한다‘라고 하지, ‘말이 한다‘라거나 ‘한다 말을‘이라고 하지 않는 등의 문법과 형식에 대해서도 가르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 이 또한 물리적으로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러나 ‘나무가 말을 한다.‘는 문장이 어떻게 뜻을 가질수 있느냐 묻는다면 이에 대해 가르칠 수 없고 배울 수 없다. 이는 언어적 직관으로 스스로 획득할 수 있을 뿐이다. 언어적 직관이 부족한 사람에게 시적 상상력, 은유, 함축, 의인화 운운해봐야 난해한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화가 통한다는 것은 언어적 직관이 통한다는 의미다. - P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