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에어컨 바람이 살갗에 닿으니 세포가 탱클탱클 살아났다. 재채기가 나고 정신이 깨어났다. 공부하는 신체로 모드 변환. 니체의 <이 사람을 보라》를 폈다. "무화과가 나무에서 떨어진다. 잘 익어 달콤하다 떨어지면서 그 붉은 껍질을 터뜨린다. 나는 잘 익은 무화과에 불어대는 북풍이다. 나의벗들이여, 무화과가 떨어지듯 너희에게는 이 가르침이 떨어진다. 이제 그 열매의 즙을 마시고 그 달콤한 살을 먹어라! 온사방이 가을이고 하늘은 맑으며 오후의 시간이다. 활자가 두 눈에 달려든다. 영혼을 상승시키는 니체의 말 헤어져 있던 애인과의 상봉처럼 이리도 눈물겨울수가. - P145
나는 명절이 싫다 한가위라는 이름아래 집안어른들이 모이고, 자연스레 김씨 집안의 종손인 나에게 눈길이 모여지면이젠 한 가정을 이뤄 자식 낳고 살아야되는것 아니냐고 네가 지금 사는게 정말 사는거냐고 너처럼 살다가는 폐인 될 수도 있다고 모두들 한마디씩 거든다 난 정상인들 틈에서순식간에 비정상인으로 전락한다 아니 그 전락을 홀로 즐기고 있다는 표현이맞을지도 모른다 물론 난 충분히 외롭다 하지만 난 편입의 안락과 즐거움 대신 일탈의 고독을 택했다 난 집 밖으로 나간다난 집이라는 굴레가, 모든 예절의 진지함이, 그들이 원하는 사람 노릇이, 버겁다 난 그런 나의 쓸모없음을 사랑한다 _유하의 시 <달의 몰락> 부분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작고 작은 방
그 방에 사는 일은 조금 춥고 조금 쓸쓸하고 그리고 많이 아파
하지만 그곳에서 오래 살다 보면 방바닥에 벽에 천장에 숨겨져 있는 나지막한 속삭임소리가 들려
아프니? 많이 아프니? 나도 아파 하지만 상처가 얼굴인 걸 모르겠니?
우리가 서로서로 비추어보는 얼굴 네가 나의 천사가 네가 너의 천사가 되게 하는 얼굴
조금 더 오래 살다보면 그 방이 무수히 겹쳐져 있다는 걸 알게 돼늘 너의 아픔을 향해 지성으로 흔들리며 생겨나고 생겨나고 또 생겨나는 방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크고 큰방
김정란의 시 <눈물의 방>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
장석남의 시 <그리운 시냇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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