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화는 자유주의-식민주의체제에서 수탈과 착취의 뚜렷한 분리를 통해 더욱 강화됐다. 이 국면에서 수탈과 착취는 서로다른 지역에 자리를 잡고 다른 인구집단에 배당된 형태로 나타났다. 수탈은 노예화되거나 식민화된 지역과 인구집단에, 착취는 이중으로) 자유로운 지역과 인구집단에 말이다. 하지만 사실이 분할은 그렇게 경계선이 뚜렷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일부자원 채굴 산업은 식민지 예속민을 임금노동 형태로 고용했다.
한편 자본주의 중심부에 거주하는 피착취 노동자들 가운데에서 - P97

는 극히 일부만 당시 계속 진행 중이던 수탈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외관상 분리된 듯 보임에도 수탈과 착취는 체계적으로 중첩돼 있었다. 가령 값싼 식량, 의복, 광물, 에너지를 공급한 것은 주변부 대중의 수탈이었으며, 이것이 없었다면 식민 본국 산업 노동자의 착취는 수익성이 높지 않았을 것이다. 말하자면 자유주의-식민주의 시기에 수탈과 착취는 단일한 세계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서로 구별되면서도 상호 조율되는 축적 엔진들이었다.
그 다음 시대에 수탈-착취 결합체는 다시금 변천했다. 양차세계대전 사이의 시기에 시작돼 제2차 세계대전 후에 공고해진새로운 국가관리 자본주의 체제는, 수탈과 착취의 분리를 유지하면서도 이를 완화했다.  - P98

말하자면 국가관리 자본주의에서 착취는 더 이상 수탈과 분리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수탈과 착취는 한편으로는인종화된 산업 노동 내부에, 다른 한편으로는 포스트 식민 사회의 시민권을 둘러싼 타협 내부에 접합됐다. 그럼에도 수탈과 착취의 구별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각자의 ‘순수한‘ 변형이 중심부와 주변부에서 끈질기게 지속됐다. 상당수 주민은 여전히 순전한 수탈의 대상이었으며, 그들은 거의 예외 없이 유색인이었다.
다른 이들은 착취‘만‘ 당했으며, 그들은 유럽인이고 ‘백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또 하나의 새로운 요소가 있었으니, 일부대중이 수탈과 착취를 동시에 당하는 혼종적 사례가 출현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국가관리 자본주의 아래에서 소수에 머물렀지만, 이후 도래할 세상의 전조였다. - P101

여기에서 주범은 부채다. 예를 들면, 국가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압력 아래, 무방비 대중으로부터 부를 빼앗아 제살 깎아먹는 짓을 벌이려는 투자자와 결탁한다. 실제로 농민이 자산을 박탈당하고 자본주의 주변부에서 대기업의 땅뺏기가 치열해지는것은 대개 부채를 통해서다. 하지만 희생양은 이들만이 아니다.
포스트 식민 사회에 사는 사실상 모든 무자산 대중이 국가부채를 통해 수탈을 당한다. 예컨대 국제 채권자에게 담보를 잡히고
‘구조조정‘의 덫에 갇힌 포스트 식민 국가는 자유화 정책을 지향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발전주의를 폐기하고, 대기업 자본과 글로벌 금융에게 부를 이전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구조조정은 부채를 줄이기는커녕 재조정만 할 뿐이며, 국내총생산(GNP대비 채무상환비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든다. 그 결과 수많은 세대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부터 수탈당할(착취까지 당하게 될지여부와는 상관없이) 운명을 타고나도록 한다. - P102

그리하여 착취와 수탈이 교대로 이어진다. 게다가 중심부에서는 (주변부와 마찬가지로) 밑바닥을 향한 경쟁으로 인해 법인세가 낮아지고, 이에 따라 국고가 바닥이 나 더 심한 ‘긴축‘이 필요해지게 되며, 결국 악순환이 벌어진다. 대기업에 계속 선심을 쓴결과, 어렵게 획득한 노동권은 뼈대만 남고 한때 보호받던 노동자는 폭력에 방치된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 역시 지구 어딘가에서 만들어진 값싼 물품을 구매하는 처지다. 이런 조건 아래에서 소비자가 지출을 지속하려면 소비자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살이 피둥피둥 찐 투자자는 피부색과 상관없이 시민-노동자를 놓고 제살 깎아먹는 짓을 벌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극도로 수탈적인 서브프라임 대출이나 고금 - P103

그리하여 현 체제에서 우리는 착취와 수탈의 새로운 얽힘, 그리고 정치적 주체화의 새로운 논리와 만난다. 종속적 수탈 예속민과 자유로운 피착취 노동자를 확연히 가르던 과거의 분할대신에 연속체가 등장한다. 한쪽 끝에서는 무방비 상태의 피수탈 주체의 무리가 증가하는 반면에, 다른 쪽 끝에서는 착취‘만‘
당하는 주체인 보호받는 시민-노동자 계층이 감소한다. 그리고그 중간에는 새로운 등장인물, 즉 수탈과 착취를 동시에 당하는 시민-노동자가 자리한다. 형식적으로는 자유롭지만 너무도 취약한상태인 이 새 등장인물은 더 이상 주변부 주민이나 인종적 소수집단에 한정되지 않는 표준적 존재가 된다. - P104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공적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한 소수집단 밀집지가 특히 공장 폐쇄의 충격을 받아 일자리를 잃었을뿐만 아니라, 덩달아 세입원도 사라졌다. 이에 따라 학교, 병원, 기본 인프라 보수 등의 예산마저 사라졌고, 결국은 미시건주 플린트나 뉴올리언스의 로우어 나인스 워드" 같은 곳이 붕괴에 이르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차별적 판결과 가혹한 감금, 강제 노동, 사회적으로 용인된 폭력(경찰에 의한 폭력을 비롯한)에휘둘리던 흑인은 대거 징용당하는 신세가 됐다. 이른바 비판적인종이론에서 ‘감옥-산업 복합체라 명명한 곳으로 말이다. 이들은 소량의 크랙 코카인을 타깃으로 삼은 ‘마약과의 전쟁‘ 탓에수용 한계에 도달한 감금 시설에 갇혀 있는데, 수감자들 사이에서는 실업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렇듯 수탈/착취 결합체내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즐기는 수탈 탐식가인 금융화된 자본주의 안에서 인종주의는 건재하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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