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넓이 창비시선 459
이문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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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울 수 있도록

   오래된 기도 3

                                     이문재

   혼자 울 수 있도록

   그 사람 혼자 울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보기로 한다

   모른 척 다른 데 바라보기로 한다

   혼자 울다 그칠 수 있도록

   그 사람 혼자 울다 웃을 수도 있도록

   나는 여기서 무심한 척

   먼 하늘 올려다보기로 한다

   혼자 울 때

   억울하거나 초라해지지 않도록

   때로 혼자 웃으며

   교만하거나 배타적이지 않도록

   저마다 혼자 울어도

   지금 어디선가 울고 있을 누군가

   어디선가 지금 울음 그쳤을 누군가

   어디에선가 이쪽 하늘을 향해 홀로 서 있을

   그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도록

   그리하여

   혼자 있음이 넓고 깊어질 수 있도록

   짐짓 모른 척하고 곁에 있어주는 생각들

   멀리서 보고 싶어 하는 생각들이

   서로서로 맑고 향기로운 힘이 될 수 있도록

               시집 [혼자의 넓이] 중에서

   늦게까지 이어진 더위 탓인지 갑자기 겨울이 훅~! 들어온 느낌의 아침을 맞는다. 이렇게 쌀쌀해지면 덩달아 쓸쓸해지는 건 유난이 아니라 보편적인 감성이라는 위안을 살며시 가지면서 (그게 뭐 대수라고... 그래도 그런 위안에 슬그머니 편해지는 심리는 대체 뭘까?) 시집의 제목에서도 전체적인 시에서도 대놓고 '혼자'가 많은 문재 시인의 시를 펄럭~펄럭~하다가 떠나온 곳, 화장실에 붙여 둔 [오래된 기도]를 잠깐 생각한다. 벌써 몇 달 전이니 과연 붙어있기는 할까? 싶어지면서 더 먼저 떠나온 곳은 여태 붙어 있던데...로 이어진다. (시 제목도 가물가물~하다. 김사인 시인의 [조용한 일], 윤동주 시인의 [무서운 시간]일 거다. 아마도.) 그리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을 알고, 몸을 기억하는 분들이 이제는 안 계신다 생각하니 참 허망 타. '흔적'은 뭘까? 이런 기억들도 그분들의 흔적이겠지 싶다. '혼자 울 수 있도록' 타인을 바라보는 것, 이 직업에 적응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런 거리감이 많이 필요하다. 특히 나한테는. 매번 같은 상황에 휘둘릴 때마다 상실에 휘청거리는 어린아이 같은 내가 마음에 안 든다. 그러나 내가 변할 것 같지는 않으니 도망치듯 그런 상황에서 떠나왔는데,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허둥대고 있다니... 쯧~! 사람, 안 변한다.

   "저마다 혼자 울어도// 지금 어디선가 울고 있을 누군가// 어디선가 지금 울음 그쳤을 누군가// 어디에선가 이쪽 하늘을 향해 홀로 서 있을" 그 누군가를 알고 있다. 이런 시를 읽으면 그 누군가에게 "짐짓 모른 척하고 곁에 있어주는 생각들// 멀리서 보고 싶어 하는 생각들이// 서로서로 맑고 향기로운 힘이 될 수 있도록" 들려주고 싶어진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도 시는 좋구나. 중의적인 표현들 해석하려 애쓰지 않아도 가만가만 안겨오는 시어들 좋구나. 읽어보고, 읽어보고. 시에서 위안을 얻는 시월, 이 아름다운 시월이 속절없이 가고 있다. 그 누군가들도 이 시월을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차운 날씨에 감기 들지 말고 좋은 시 한 편 같이 읽자. 마음을 도둑맞았다고 억울해하지 말고. 누군가 이미 다 써버렸다고 투덜대지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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