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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ㅣ 창비시선 219
박성우 지음 / 창비 / 2002년 9월
평점 :
찜통
박성우
내가 조교로 있는 대학의 청소부인 어머니는
청소를 하시다가 사고로
오른발 아킬레스건이 끊어지셨다
넘실대는 요강 들고 옆집 할머니 오신다
화기 뺄 땐 오줌을 끓여
사나흘 푹 담그는 것이 제일이란다
이틀 전에 깁스를 푸신 어머니,
할머니께 보리차 한통 내미신다
호박넝쿨 밑으로 절뚝절뚝 걸어가신다
요강이 없는 어머니
주름치마 걷어올리고 양은 찜통에 오줌 누신다
찜통목 짚고 있는 양팔을 배려하기라도 하듯
한숨 같은 오줌발이 금시 그친다
야외용 가스렌지로 오줌을 끓인다
찜통에서 나온 훈기가 말복 더위와 엉킨다
마당 가득 고인 지린내
집밖으로 나가면 욕먹으므로
바람은 애써 불지 않는다
오줌이 미지근해지기를 기다린 어머니
발을 찜통에 담그신다 지린내가 싫은 별들
저만치 비켜 뜬다
찜통더위는 언제쯤이나 꺾일런지
찜통에 오줌 싸는 나를 흘깃흘깃 쳐다보는 홀어머니
소일거리 삼아 물을 들이키신다
막둥아, 맥주 한 잔 헐텨?
다음주까정 핵교 청소일 못 나가먼 모가지라는디
시집 《거미》중에서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을 만나면서 내내 『찜통』이다. 날씨도 『찜통』, 이놈의 세상도 『찜통』, 내 속도 『찜통』이다.
마지막으로 까부라지는 몸을 부린 휴게실, 어떡허든 기운을 차려보겠다고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된 컵라면 생각을 하면 계속되는 『찜통』더위 속에서 천불이 난다. 대한민국의 최고 대학에서, 비록 청소 일이지만 최고의 일원이 되어 자랑스러웠을까? 그걸 영어로 쓰는 일이 뿌듯했을까? 개뿔~! 세상이 갑자기 와글와글 시끄러워졌다. 여전히 바닥을 쓸고, 여전히 땀으로 걸레질을 하고, 여전히 쓰레기봉투를 낑낑대고 끌어내리고, 여전히 저 휴게실에 몸을 눕혀야 하는 동료들은 어떨까? 바글바글 들락거리는 사람들은 며칠이나 이어질까? 다시 자리는 채워지고 우리나라 최고의 학생들은 음식을 주문해먹고 쓰레기를 버리고, 더 나은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를 토론하겠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