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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작가는 '내 비틀거림은 대수로운 게 아니었을 게다. 그리하여 나는 말할 수 있는 것들, 말하여 질 수 있는 것들의 한계 안에서만 겨우 말하려 한다.'고 말하였지만, '대수롭지 않은 그의 글'들을 읽는데 난 적잖이 고생을 했다.
책 제목이기도 한 밥벌이의 지겨움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우울해 하는 남편을 볼 때마다, 먼 출장길을 밥먹듯이 떠나는 남편을 볼 때마다, 남편의 무거운 어깨가 불쌍하고, 측은하다.
한 10년만 일하고, 은퇴하고 싶다는 남편의 말을 웃어넘기지만, 속으론 뜨끔하다.
남편을 '돈지갑'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소망이 나에겐 협박(?)으로 들리니...남자들의 고달픔이란..끝이 없나보다.
작가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글로 풀어낸다.
살아가면서 지나치는 소소한 것들을 풀어내기도 하고,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정치에 대해서도, 풍경에 대해서도 적고 있다.
'30년전의 투쟁구호를 여전히 외치고 있지만, 노동 조건의 개선을 절규하는 무수한 담론과 소설과 시와 음악이 있었지만, 결국 개선은 '본때'의 힘에 이루어졌다는 내용을 송고하면서 늙은 글쟁이는 비통했다. 말로 세상을 바꾸는 일은 이처럼 어려워야 하는가.'
라는 늙은 기자의 노래를 읽는 일개 독자인 나 또한 비통했다.
말로 세상을 바꾸는 일은 정말 어려운 걸까?
같은 맥락에서 명동성당과 조계사에서
'노조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종교의 신성은 더럽혀지지 않는다. 노조원을 내보낸다면 종교의 신성은 유지되기 어렵다. 그러나 애초에 노조원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의 종교의 신성이란 공허하게 들린다. 종교는 세속사회 속의 종교라야 마땅할 것이다.'
라는 작가의 글 또한 아프게 읽었던 구절이다.
작가가 세상을 보며 풀어낸 길지 않은 글들은 쉽게 읽히지 않았으며,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한숨짓게 했다. 아직도 더불어 사는 것에 익숙치 않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언제쯤이면 나아지려나..
작가의 한숨섞인 글들 때문에, 글에 질려서, 생각에 질려서, 책을 읽는 것이, 활자를 읽어내는 것이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그래도, 작가는 또 다른 세설에선 어떤 것들을 풀어냈을지 또 궁금하니...
어렵게 써내려간 그의 아픈 글들이 나를 아프게 하더라도 또 읽고 싶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