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영숙 지음 / 알마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4살인 딸과 가끔 기탄한글이란 학습지를 한다. 

아이가 재미있어해서 가끔씩 같이 공부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왼쪽은 글씨쓰기라 조금 지루하고, 오른쪽은 색칠하기, 숨은그림찾기등 재미있는 부분이라는데 있다.

엄마 욕심엔 왼쪽을 끝내고 오른쪽으로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늘 오른쪽만 하려고 한다.

요즘은 '난 못하니까 엄마가 하란'다.

그러면, 난, '싫다. 니걸 왜 엄마가 하니? 하기 싫으면 나중에 해.'

이런 걸로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을 본 후엔 생각이 좀 바뀌었다.

왼쪽이 싫으면, 나중에 하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사실 내가 봐도 좀 지루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야 재밌는거만 하고 싶어하다가 정말 재밌는거만 하려고 하면 어쩌나...

이런 갈등 끝에, 에이 뭐 가끔 건너뛸 때도 있지..이렇게 대범해지기 한다.

억지로 시킬 필요가 있을까..언젠간 하겠지...

아이들은 부모가 키우는게 아니라 가만히 두어도 스스로 알아서 잘 큰다는데...하면서

 

아마, 이 책은 내가 엄마가 아니었다면, 그저 그랬을지도 모른다.

엄마이니까, 아이를 키우니까, 저자가 쓴 글들이 수려하진 않지만, 다 감동이다.

어떨 땐 괜히 코 끝이 찡해지기도 하고, 혼자 감동해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래, 아이는 저렇게 지켜봐 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언제나 기다려 주는건데, 너무 몰아세웠어.

강요한다고 되는게 아닌데, 나도 예전에 그랬는데, 이것만 하고 공부해야지 했다가도 공부하라는 잔소리 때문에 하려던 공부도 하지 않으려고 했던게 얼마나 많았어.

그런걸 다 잊고 살았나봐...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아이가 어떻게 자라도록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참 많이 생각했던 책이다.

이제 나도 곧 학부형이 된다.

나도 다른 부모들처럼 조바심내고,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를 다그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도, 두려움도 많다.

그런 나에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것으로도 괜찮다고 박원숙 '간장님'이 말하는 것 같았다.

 

송사리같고 송아지같은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잘 자라는 걸 바라보는 행복함을 누리려면, 부모의 욕심을 버려야 할텐데...그렇게 하고 있는 저자의 편안함이 참 부럽다.

그 사람좋은 웃음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니 그 아이들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늘 숨소리 죽이며 조용하게 앉아서 책 읽는 곳이 도서관이라고 생각했는데, 느티나무 도서관은 시끌벅적한 아이들 웃음소리, 아이들 말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 속에서 행복해 할 아이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얼마나 좋을까....

당장 이사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다.

가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사 가자고 졸라볼까^^

 

책 중간에 나오는 도종환님의 시를 여러번 읽었다.

힘들때마다 위로를 받던 시인데, 여기서 또 만나니 또 위로가 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흔들리며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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