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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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스무살)에 남자친구와 연애할 때, 난 너무 이기적이었다.

별 것도 아닌 걸로 말 안하기, 무조건 화 내기,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알아낼 때까지 상대해주지 않기...이런 것들로 그를 피말리게 했던 적이 많았다. 그땐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그땐, 화가 나 있고, 서운해 하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게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 말 안하고 버티기로 일관했었다....이런 억지를 부려도 나를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 이건 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그래도, 이때를 생각하면, 어찌나 부끄러운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나마, 다행인건, 잘못했다는 걸 이젠 안다는 거다.

 

난, 나이를 먹는게 싫지 않다. 젊음이 아름답고 찬란하지만, 불안전하고 미성숙한 때이며, 무엇보다도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시기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 시기가 부럽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얻어지는 것들이 싫지 않기 때문이다.

삶이 어떤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인생을 그전보다는 여유롭게 바라볼 줄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는 것도 행복하다는 것을, 또, 기분좋은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거나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인생수업을 읽으면서 처음엔 조금 혼란스러웠다.

뭐야, 그럼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걸 부정하라는 건가. 죽음 직전에서 보니 열심히 살아온 건 아무 것도 아니더라...뭐 그런건가...하는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끔은 자신을 돌아보라고, 가끔은 바람이 전하는 소리를 들어보라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별을 보라고, 그리고, 자기자신을 사랑하라고, 그게 인생의 마지막에 서 있었던 많은 이들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던 이야기라고 저자는 쓰고 있다.

 

'우리는 어떤 특정한 일이 일어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스스로 말하면서 미래의 나라에서 살고 여행합니다. 새 일을 시작하면, 나에게 꼭 맞는 짝을 찾게 되면, 아이가 다 크고 나면...하지만 대개는 자신이 기다리던 일이 일어난 후에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실망합니다. 그래서 또 다른 새로운 미래들을 만들어냅니다. 승진을 하고 나면, 첫아이를 갖고 나면,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하지만 이런 식으로 얻는 기쁨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습니다. 미래보다는 지금의 행복을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가 행복할 때는 지금 이 시간입니다.미래에 행복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의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글처럼, 난 지금까지 미래의 나라에서 너무 오래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취직만 하면, 이 남자와 결혼만 하면, 나에게 돈이 얼마쯤 있으면.....그러면 행복할텐데...

그런 삶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순간을 행복하게 사는거...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우선 사랑하라. 사랑만이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유일하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용서하라. 용서는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며, 용서할 수 없었던 과거의 나를 용서하는 것도 포함한다. 과거의 쓴뿌리를 해결하지 못하고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겠지...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저자의 말은 쉬운듯 보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않다.

 

인생을 좀 더 느슨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타인이 아닌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다면, 그리고, 삶에서 주어지는 크고 작은 아픔이나 상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 삶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아니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불행하다고 한다. 

 

언젠가 친구에게  '아이는 사탕 하나에도 저렇게 행복하고, 싸구려 장난감 하나에도 저렇게 신나하는데 우리 어른들은 그보다 많이 소유하고, 누리고 살아도 행복하지 않으니...아이들이 부럽다...'이런 말을 한 기억이 난다.

아이처럼 기쁠 땐 기뻐하고, 슬플 땐 슬퍼하고, 화날땐 화낼수 있다면...어려운 일이다.....

 

'신이시여, 제게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평화를, 바꿀 수 있는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저자의 환자들이 죽음 직전에 깨달은 건 이 기도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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