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적 치아와 칸트적 치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작가는 '소설' 이라고 우긴다. 나는 인정할 수 없지만, 어쨌든 참 독특하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고 이유를 대라고 하면 말문이 탁 막힐 것 같은 질문에 작가는 책 한권을 다 채웠다.

만나고, 가까워지고, 서로의 삶에 관여하고, 사랑하고, 이별하게 되는 그 미묘한  감정들을 작가는 잘도 풀어서 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걸까? 이 책을 읽고도 작가가 무슨 답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남자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특히나 맑스주의라 표현한 대목에서 무릎을 탁치게 만들었다.

나같이 하찮은 존재는 너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

그렇구나 그래서 남자들은... 그래서 사랑 후에 떠나버리는 거구나.

지금 누리는 이 행복을 과연 누려도 될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는 이유도....

책에는 말장난 같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한 말이 너무도 많이 나온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다운것인가. 그녀가 아름다워서 내가 사랑하는 것인가.

내가 그녀를 사랑하면서 다른 이성에게 느끼는 이 묘한 설레임에 대한 그의 설명은 정말 탁월했다.

 "사랑에 대한 요구를 해결한다고 해서 반드시 갈망에 대한 요구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편치 않은 생각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자~알 생긴 장동건이나 현빈을 좋아하나.

(아니다, 이건 조금 다르다. 그들은 나와 동떨어진 세계에 사는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모두의 연인이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으며, 그것을 알기에 나는 나의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을 보러 극장엘 가고 드라마를 보며, 같이 그가 멋지다 아니다를 놓고 갑론을박 한다)

누구나 하는 고민. 사랑을 고백하고 싶어도 내가 고백하는 "사랑해"라는 말이 너무 상투적으로 들리지는 아닐까 하는.....내가 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사랑해 그 이상의 의미인데, 사랑해라는 말이외는 표현할 말이 없을때의 그 답답함....그래서 전적으로 동감할 수 밖에 없는 심정, 너무도 빈약한 언어 속에서 속타는 그 마음을 그는 마시멜로해라고 표현했다, 에이 그냥 사랑해가 훨씬 낫다 그래도.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결국 무수히 많은 작가의 설명이 있었지만,

나에겐 그게 바로 너이기 때문이라는 "존재 그 자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