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철교를 건너는 동안

잔물결이 새삼스레 눈에 들어왔다

얼마 안 되는 보증금을 빼서 서울을 떠난 후

낯선 눈으로 바라보는 한강,

어제의 내가 그 강물에 뒤척이고 있었다.

한 뼘쯤 솟았다 내려앉은 물결들,

서울에 사는 동안 내게 지분이 있었다면

저 물결 하나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결, 일으켜

열 번이 넘게 이삿짐을 쌌고

물결, 일으켜

물새 같은 아이 둘을 업어 길렀다

사랑도 물결, 처럼

사소하게 일었다 스러지곤 했다

더는 걸을 수 없는 무릎을 일으켜 세운 것도

저 낮은 물결, 위에서였다

숱한 목숨들이 일렁이며 흘러가는 이 도시에서

뒤척이며, 뒤척이며, 그러나

같은 자리로 내려앉는 법이 없는

저 물결, 위에 쌓았다 허문 날들이 있었다

거대한 점묘화 같은 서울,

물결, 하나가 반짝이며 내게 말을 건넨다

저 물결을 일으켜 또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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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점묘화 같은 서울도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보따리 인생같은 내 삶은 또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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