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당대 최고의 문장가란 말이 틀리지 않는다.
어찌 글을 그리도 잘 쓰시오?
작가의 자전거에 동승하여 바라보는 풍경은 따뜻하고, 평화로운 모습만은 아니었다.
그의 자전거는 속도를 내서 달리는 선수용은 아니다.
뒤에 태운 사람의 무게 때문에 천천히 내달리는 느림보 자전거이다.
그러나, 때로는 느릿한 그 속도마저도 빠르게 느껴질 정도로 그의 문장은 쉬이 읽히지 않는다. 한참을 자전거에서 내려, 그가 그려낸 풍경과 그가 그려낸 글들을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몸속에서 햇덩이 같은 기쁨이 솟구쳐 올라,"아아아" 소리치며 내달린' 그 길을, ' 길이 아까워서 천천히 가야 하는데, 길이 너무 좋아서 빨리 가게 된다'는 그 길을, '뒤로 흘러가는 바다와 앞으로 흘러오는 바다의 길을 "아아아" 소리치며 내달렸다'는 그 길을 나도 함께 '아아아' 소리치며 내달리고 싶었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 의상대사와 원효대사의 사랑과 삶을 이야기하던 작가의 글을 가만히 귀기울여 들으며, 나 또한 작가와 같은 시각으로 낙조를 바라본다.
'문경새재..마루턱 쯤에 이르러 향촌으로 돌아가는 그 포의의 처사들은, 세상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그 세상 속으로 기어이 뚫고 들어가려는 나 자신은 또 무엇인가, 이 세상의 구조와 질서는 성인의 가르침과 사소한 관련이라도 있는 것인가를 통렬하게 자문자답해야 한다'고 한 그 문경새재에선 좌절할 수 밖에 없었고, 쓰라린 현실을 통찰할 수 밖에 없었던 초라한 선비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꽃피어 봄 마음 이리 설레니 아, 이 젊음을 어찌할거나' 이 대책없는 생의 충동때문에 파계할 수 밖에 없었다던 젊은 여승의 삶...스물 한 살 그녀가 견뎌내기엔 어려웠을, 주체할 수 없는 그 찬란한 젊음을 생각해본다. 예나 지금이나 젊음은 그러한가보다.
작가가 안내한 대부분의 곳을 나는 가보지 못했다. 그동안 내가 한국에서 살기는 한건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이다.
작가가 안내한 많은 곳 중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찻잔 속의 낙원이라던 쌍계사와 불우한 자들이 낙원을 만들고 모든 낙원은 지옥 속의 낙원이라고 소개한 식영정, 소쇄원, 면앙정이다.
자전거 월부값을 갚아야 하니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젊은(?) 중년 작가의 이 말이 밉지않다.
'예, 암요 사구말구요. 당분간은 당신의 화려한 문장에 빠져볼까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