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실패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이승욱 옮김 / 동방미디어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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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적으로 위험회피자이다. 나름 주식도 해보고, 적립식 펀드도 해보고, ELS도 해보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은행의 예금과 기껏해야 CMA나 발행어음정도로 만족하고 있는 상태에서 헤지펀드라니 너무도 나와는 거리가 먼 내용이다. 그래도, 몰라서 못하는 것과 알면서 안하는 것은 차이가 있으며, 무엇보다 모르는데도 무작정 따라하는 것은 더 위험하니 알아서 나쁠 것 없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노벨경제학자(머턴과 숄스)와 최고의 수재들로 구성된 100여명 남짓이 모여 헤지펀드와 기타파생상품을 거래하는 회사,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불과 9개월여만에 45억달러(한화4조5천억규모...아마 1998년 한화기준으론 얼추9조쯤 되지 않을라나)를 날려버린 믿기지 않는 사실을 성장에서 몰락까지 요약한 내용이다.

 

너무나 위험해서 종종 국제적 투기거래로 알고 있는 헤지펀드는 사실 미래의 위험을 헤지(피하기)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반대포지션을 취하여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간구된 것이 지금은 위험의 대명사가 되었다.

 

LTCM은 주로 차익거래를 통해서 이익을 실현했다. 시장은 대체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늘 스프레드(이자율등의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 차이를 찾아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미국정부에서 발행하는 채권과 러시아에서 발행하는 채권은 위험도가 다르다. 그렇게 나라간의 위험도와 이자율, 환율, 주가 등 정상에서 벗어났다고 판단되는 것을 찾아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수재들이 모여있는 이 집단에서의 거래는 기존의 금융기관보다 더 세련되었고, 더 논리적이었으며, 그들의 차익거래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그래서, 월가는 그들에게 완전 매료되어, 서로 돈을 빌려주기에 바빴고, 어떻게든 투자에 끼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렇게 완벽해 보이던 펀드들도 아시아발 금융위기(IMF)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저자의 말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과거에 실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의 파고를 앞으로도 정확히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보장해주지는 않았다....인생이란 논리학자들의 함정이다. 왜냐하면 인생은 대체로 이성적이지만 반드시는 아니고, 일반적으로 상식적이지만 가끔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은 실제보다 좀더 수학적이고 규칙적으로 보인다. 그 정확성은 그대로 드러나 있지만, 그 부정확성은 감추어져 있었다. 인생의 거친 야성이 잠복해 있는 것이다."그들은 바로 이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고, 그들은 대체로 옳았지만, 늘 옳았던 것은 아니었으며, 그 무시무시한 극단의 위험을 고려하지 못했기에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그 몰락을 막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던 장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메릴린치,골드만삭스, UBS, 살로먼 스미스 바니,리만 브라더스,뱅커스 트러스트 등의 수장들, 그린스펀, 버핏의 이름까지.. 세계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인물들이 다 나오니 울렁증이라도 걸린듯 어지럽다. 그런 별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고 LTCM의 파산을 막기위해 필사적이었으니 LTCM의 파괴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IMF이전에는 세계의 경제가 그렇게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 있는 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몰랐다. 나 역시도...태국의 바트화 폭락이, 러시아의 모라토리움이 우리 경제에 그렇게 충격을 가할줄이야...아마, 그 당시 우리나라 환율이 2000원쯤 하지 않았었나 싶다. 지금도 이 환율을 보면 공포감이 느껴진다.

 

누구나, 적립식펀드에 가입하고, 브릭스니 인도친이니 하면서 해외펀드에도 가입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그러니, 집에서 살림하는 나도, 경제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 하나...재테크의 가장 기본은 "지지 않는 게임을 하는 것,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실을 보지 않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사실과 역시나 차입거래, 즉 남의 돈은 무섭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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