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학군 페어팩스의 열성 부모들 - 평범한 부모들의 남다른 자녀교육 다큐멘터리
김경하 지음 / 사람in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 EBS의 '공부의 달인'을 챙겨서 본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역시 다르다. 의지가 정말 대단하다. 부모가 아무리 이끌어 주어도 자발적으로 하고자 하는 아이를 따라갈 수는 없다.  방송을 보면서 그런 아이들은 부모의 도움없이도 척척 알아서 하는 '될성부른 아이들'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책에서, 미국의 부모들은 아이가 대학을 가든 그렇지 않든 아이의 행복이 우선이지만, 아시아의 부모는 아이의 성공이 우선이라고 했다. 나 역시도 아시아의 여느 부모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좋은 대학에 갔으면 좋겠고, 아이가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니 말이다. 그래서인가, 아이가 커 감에 따라 육아의 관심이 점차 교육쪽으로 옮아간다.

 

요즘은 초등학교 4학년이면 사춘기가 온다고 말하는 엄마가 많다. 이 시기가 되면 아이는 더 이상 엄마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4학년 슬럼프 현상'이 그것이다. ... 초등 4학년은 기본 해독 능력을 마치고 공부의 내용으로 이동이 되는 시기이다. 영어 교육을 예로 들어 이야기한다면, '읽기를 배우는 것'에서 '배우기 위해 읽는 것'으로 이동하는 시기이다. 읽고 쓰고 셈하고 이후의 학습에 필요한 도구를 배우는 것이 1학년부터 3학년이라면, 4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학습내용이 등장한다. 3학년까지 학습 습관이 잡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내용 학습을 위한 기본 지식이 다져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288~289>

 

'그래, 엄마가 끌고 가는데는 한계가 있어.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게 중요한거야.' 다짐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자녀 교육이 어려운 이유는 서로 지나치게 간섭하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서로의 다양한 결정에 유연해지면 나름 옳다고 생각하는 최선의 방식대로 아이들은 다양하게 성장한다. <p.269>

 

그런 것 같다. 자녀 교육의 어려움이 바로 지나치게 간섭하고 평가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큰 아이를 5살 까지 외국에서 키웠다. 아이가 5살이 될 때까지 나는 아이에게 12시에 끝나는 유치원을 빼곤 무얼 가르치기 위해 어딜 가본 적이 거의 없다. 토요일에 한 번 가는 집 앞 발레 학원이 전부였다. 그래도 나는 조바심 내본 적도 없고 아이 키우는 것에 만족하며 살았었다. 그리고, 한국에 온 지 2년. 학습지보단 내가 가르치는 것에 익숙해서 여전히 한글과 수학은 내가 가르친다. 그렇지만, 자꾸 조바심이 난다.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걸까? 이제는 학습지를 해야하지 않을까? 좋은 수업이 얼마나 많은데 나만 뭘 안 시키는 건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 둘째가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아이의 친구 엄마들과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러면, 나만 못알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교구가 좋고, 어떤 학원에 다니는 게 좋고....아,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건 이래서 어렵구나 깨닫게 된다.  좋은 교재, 책, 교구를 보면 다 사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어쩜 그리도 잘 아는지.... 아마 한국은 세계에서 교구와 학원이 가장 다양하게 구비된 곳이 아닐까?

 

언제쯤 뭘 하고 언제까지는 뭘 끝내야 하는 식이 아니라 아이에게 맞는 것을 찾아서 꾸준히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아이 키우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래이기 때문일 것이며, 수많은 경험자가 있어서 섣불리 조언하고 예단할 수 있지만, 누구도 우리 아이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아니기에 참고는 될 수 있어도 정답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내 아이를 내가 양육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많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방향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숱하게 많다. 그것은 아마도 아이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의 미래가 어찌 될 지 알 수 없기에 느끼는 불안감 때문일 수도, 아니면 아이 키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걸 하지 않으면, 혹시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불안감과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자기 만족.

 

경쟁이 심해서 성적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우리 나라 같은 교육환경에서는 아이의 다름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아이마다 잘 하는 게 있고, 아이마다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걸 인정해주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책 속에 열거된 부모들은 아이들을 신뢰하고 아이에게 적합한 교육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나도 우리 아이들을 무한히 신뢰하고 기다려주는 엄마이기를... 아이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육아법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된다. 꼭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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