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고 지고! : 자연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1
박남일 지음, 김우선 그림 / 길벗어린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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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말이 하도 예뻐서 아이들보다 제가 더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이제 다섯 살인 아들에게 읽어주니 슬그머니 자리를 떠버립니다. 당연하죠. 다섯 살 아이에겐 별 감흥이 없겠죠. 

하지만, 저는 단어 하나 하나 문장 하나 하나를 곱씹으며 흐뭇해하며, 어머 이런 말도 있었네 하며 읽게 됩니다.  

해돋이 때 처음 솟는 가녀린 햇빛은 햇귀. 수많은 화살이 날어오듯, 내쏘는 햇빛은 햇살. 사방으로 확 퍼지듯 넓게 뻗치는 햇살은 햇발. 작은 햇귀가 쑥쑥 자라나 햇살이 되고, 햇살이 부채처럼 펼쳐져 눈부신 햇발이 되지. 네 꿈도 햇발처럼 활짝 펼쳐 봐! <p.9>  

초승달이 조금 자라 조각달 되고, 조각달이 더 자라 반달 되고....달도 ' 한 달'을 재는 시계! 달이 돌리는 시계는 '음력', 해가 돌리는 시계는 '양력' <p.17>  

오랜 가뭄 끝에 비가 내렸어. 그럼, 다디달게 느껴져서 단비. 모낼 무렵에 고맙게도 비가 내렸어. 그럼, 꼭 필요할 때 내렸다고 목비. 바쁜 봄에 내리는 비는 비를 맞더라도 일하라고 일비. 덜 바쁜 여름철에 내리는 비는 집에서 낮잠이나 자라고 잠비. 추수 끝난 가을에 내리는 비는 떡 해 먹는다고 떡비. 때맞춰 내리는 비는 하늘이 주는 축복이야. <p.28~29>

아, 이렇게 예쁘게 설명하는 사전, 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이렇게 고운 단어가 있는데, 그동안 잊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와 달과 별, 바람과 구름, 비와 눈, 그리고 들과 강과 바다에 대한 아름다운 우리 말들을 들여다보면서 잊었던, 몰랐던 단어들을 배웁니다. 목비, 잠비, 일비, 떡비는 처음 들어보는 비이름입니다. 

이제 일곱 살인 우리 딸아이가 이렇게 아름다운 말들을 알게 된다니 다행입니다. 아이가 책에 나오는 예쁜 우리 말을 자연스럽게 말하는 날이 오리라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아직은 우리 아이보다 제가 더 좋아하는 책이지만 언젠가 알게 되겠죠? 새털구름, 양떼구름, 작달비, 채찍비, 도둑눈, 설밥, 가람, 볕뉘, 선바위와 너럭바위, 황소바람, 건들바람, 남실바람 따위를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거지만 우리 말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듯 합니다. 그리고, 우리말이 아무리 곱고 예뻐도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리겠죠. 안타깝지만, 국어보다 영어가 더 중시되는 지금의 상황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 소중하고 고마운 책입니다. 첫번째 사전인 재고 세고! 수와 양에 대한 우리말 사전도 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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