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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 - 통찰 편, 시장의 거짓을 이기는 통찰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8년 10월
평점 :
"주식투자는 단지 도박심리가 좌우하고 있는 곳에서 얼마나 이성적일 수 있는가?"라는 명제가 핵심입니다. - 에필로그중에서-
주식시장을 단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시종일관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고 있다. 총성없는 시장에서 피흘리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는 요즘이다. 사실, 나는 주식시장에 참여하지 않은지가 꽤 오래되었다. 발은 담근 것도 근 1년정도. 운좋게도 적은 이득은 보았지만, 알면 알수록 투자를 하면 할수록 무서운 곳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그리고, 몇 년째- 벌써 6년이 넘었다- 책만 읽고 있다. 마구 올라갈 때도 편승하지 못했고, 떨어질 땐 공포감에 뛰어들지 못했다. 다만 위로라면 적어도 손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결정하기 어려운 것을 많은 사람들은 어쩜 그리 쉽게 과감하게 뛰어드는지 때론 그 무모함과 과단성이 부럽기도 했었다.
언제가 다른 리뷰에서 쓴 적이 있지만, 신혼시절 강원도에 놀러갔다가 정선카지노에 가본 적이 있다. 장마철에 휴가를 잡은 터라 꽃구경 대신 가본 그곳은 정말이지 나에겐 충격이었다. 숫자가 가득써 있는 동그란 회전판에 돌을 던져서 그 숫자를 알아맞추는 게임을 해본적이 있다. 그 숫자가 짝수나 홀수인 경우에는 1/2의 금액이, 그 숫자가 1~10, 11~20... 구간에 들면 1/3, 1/4..의 금액을 지급하는구조였다. 물론 맞추기 어려울수록 확률은 희박해지고 딸 수 있는 금액은 높아진다. 따지고 보면 홀수와 짝수를 맞추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 절반은 따고 절반은 잃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십분의 일의 확률에 많은 돈을 건다. 지극히 소심한 우리 부부는 밥값과 차비정도를 벌고 일찌감치 그 자리를 떴다. 게임에 참여한 자가 돈을 딸 수 있는 구조가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은 혹시나 한방을 믿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결혼 전, 명절때가 되면 가끔 친척들과 돈내기화투를 쳤다. 오랜시간 게임에 참여해도 돈버는 사람은 어깨뻐근하게 열심히 게임에 참여한 사람이 아니라, 게임을 포기하면서 광를 팔면서 개평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여기에 핵심이 있다. 시골의사의 말처럼, 시장에 참여해서 돈을 버는 사람은 결국 매매를 중개해주는 댓가로 수수료를 챙기는 금융기관뿐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식이 오르거나 내리는 확률은 50%이다. 이론적으로는 주식은 오르거나 내리니 50%확률이지만, 매매가 잦을 수록 수수료가 늘어나니 결국은 50%확률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만큼을 제한 것만큼 발생확률이 되니, 내가 확보한 확률은 50%미만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게임에 참여하는 빈도와 시기가 길수록 질 확률은 더 높아지는 것이다.
시골의사가 쓴 이 책은 이전의 것보다 훨씬 거칠고 공격적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자는 절대로 이길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짐싸서 떠나는게 가장 현명하다고 말한다. 그의 거친 글이 불편했지만, 시장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시장에 참여한 다수의 투자자중에서 개인이 이길 기회는 아마도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만큼 시장은 무시무시한 곳이다.
시골의사는 그러면서 성장주에서 가치주에서 어떤 것에서도 우리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다. 일례로, 작년 많은 사람들은 중국에 투자해서 열매를 맛보았다. 하지만, 그 대열에 뒤늦게 합류한 수많은 사람들과, 그 열매를 따기도 전에 불어닥친 엄청난 하락은 어~하고 있는 순간, 발뺄 틈도 주지않고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진행되었다. 모두가 열광할 때, 그것을 털고 나오기란 정말이지 너무나 어려운 결단이고 용기이다. 그 축제의 열기에서 소외된다는 것도, 다른 이들에게 찬물을 끼얹는다는 측면에서도 쉽게 내릴 수 없는 결단이다. 시장밖에서는 이성적일 수 있는 판단도, 내가 시장참여자가 되는 순간 - 나에게 유리한 것만 가려들으려 하기 때문에 - 이성은 마비가 되는 것이다.
나는 한 방을 믿지 않기에 로또에도 관심이 없다. 홀짝게임에서 홀짝을 맞추는 것도 확률적으로 이기기 어려운판에..... 그래서, 주식에 투자하면 성공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소심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엔 내 심장이 너무나 약하기 때문이다. 이익이 나면, 아니야 더 오를거야 라는 생각보다는 내일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노심초사에 적은 이익에 만족하며 팔고 나오고, 주가가 예상과 달리 떨어지면 손절매를 해버리기에, 원금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으로 떨어지는 주가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적은 이익때문에 심장이 오그라드는 걸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주식시장에 촉수는 드리우지만 결정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매수한 주식이 하락할 때는 절대적인 기준치를 적용해서 과감하게 손절매를 해야하고, 상승할 때는 추가상승의 여지를 두고 그때그때 상대적으로 대응해야 시장에서 성공한다고 말하지만, 역시나 나에겐 시장을 더 두렵게 만드는 비법이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의 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간접투자의 대표격인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이든, 연기금이든, 외국인이든 그들은 모두 프라이스 세터(price setter)가 된다는 것은 무시무시한 사실이다. 주식을 끊임없이 사들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들이 보유한 주식을 일시에 매도하면....아마 그때는 ....상상하기도 싫다. 그들도 우리처럼 내가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리는 구조에서 우리보다 더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주가가 곤두박질 칠때마다 연기금이 주식을 사서 주가를 방어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주식시장이 나락으로 빠질때마다 연기금이 그것을 받쳐주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미래의 국민자산을 - 그것도 늙고 병들었을 때 받을 마지막 보루같은 귀한 돈으로 - 외국인들은 팔지 못해 안달인 것을 받아내고 있어서이다. 지금은 장차 닥칠 미래의 위험보다는 당장의 불을 끄는게 시급하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안타깝고 답답한 노릇이다.
저자의 글에서처럼 직접투자이든 간접투자이든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난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을 틀리다. 지금처럼 힘든시기를 이겨낼 만큼 여유로운 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홀드할 수 있는 여력이 전혀없기 때문이다. 지금 살아남아야 장기도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시장은 혹독하다. 우리가 시장에서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겠지만 엄연히 사실이다. 교만에 빠지는 순간 투자자는 죽음의 길로 들어선다. ... 누구도 시장을 이길 수 없다. 투자자는 시장에 맞서려 하지 말고, 늘 시장 앞에 겸손해야 한다. ...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장으 흐름에 조용히 몸을 맡겨라. 그것만이 개인투자자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p.38>
동일 자금의 거래 회전으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거나 특정 종목만 오르는 경우에는 보유한 주식을 일단 매도하고 다시 수급이 일치하는 시점까지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한 기준이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상승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늘어나거나 시장의 자금 회전과 거래 회전율이 높아진다면 일단 시장에는 노란불이 켜진 것이다. 만약 이 지점에서 전체 거래량의 증가까지 나타난다면 그것은 일단 정지신호가 켜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p.383>
투자자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핵심사항 중 하나는 신흥시장에 투자할 포인트는 고도성장 후 침체에 빠졌다가 다시 기지개를 켤 때이지, 고도성장의 초기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p.430>
아마 2008년의 경우 부동산시장은 솔직히 네덜란드 튤립의 거품과 필적할 만한데 사람들은 이에 둔감합니다. 부동산의 가치를 자꾸 옆동네, 옆집과 비교하거든요. 그나마 주식은 자본이익률을 따지지 않습니까. 또 다른 비극의 단초 중 하나입니다. <p.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