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 한국경제 대전망
심영철.선대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시절이 하수상하다. 작년 이 맘때쯤 은행에서 상담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거치식, 적립식 펀드에 가입해야 한다고, 인사이트펀드에 가입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더 오를거라고 했지만, 나는 수긍할 수 없었서 가입하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올 초에 은행에서 다시 가입을 권유했을 때도, 주가가 1500이 되기 전엔 투자하지 않을 거라고 했더니 상담원은 터무니없는 추측이라고 했다. 그런데, 견고해보이던 1500은 너무 쉽게, 너무 빨리 깨졌고, 오늘은 1100마저 무너졌다. 1500이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게  무서워서 주식투자를 보류했다. 얼마 전엔, 상호저축은행에 넣었던 정기예금도 중도해지해서 은행으로 갈아탔다. 내가 지나친 것인지는 모르지만 상호저축은행도 불안해보인다.

각종 신문기사는 펀드런을 우려하지만, 난 뱅크런을 걱정한다.

 

그래도 이 책의 제목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부동산은 무엇인가? 마지막 보루와 같은 것이다. 잘 사는 동네에 산다는 것, 좋은 아파트에 산다는 것, 넓은 평수에 산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에겐 돈 그 이상의 그 무엇이다. 생활기반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만큼 산다는 것을 표시하는 자존심이기도 하다. 마지막까지 버티고 버텨서라도 지키고 싶은 것은 펀드도 아니고, 예금도 아니다. 바로 집이다. 그런데, 그 집이 이상하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제목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읽으면서 수긍되는 부분이 많았기에 착잡하다.

 

아파트의 평당 매매가가 3천만원이 넘는 게 수두룩하다.  

우리 아파트는 층간소음이 심해서 잠자리에 누우면 윗집이 지금 어떤 장르의 영화를 보고 있는지 알아맞출 수 있다. 꼭 새벽에 영화를 보는 통에 새벽에만 활동하는 올빼미족이라 늘 괴롭지만, 그 정도의 생활소음을 어쩌라고? 날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을... 하지만 이렇게 후진 집들 중에 백만불이 후딱 넘는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정말 백만불짜리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걸까?

우리나라 집 값은 이렇게 터무니가 없다. 환율 1000원일때 기준으로 백만불인 아파트. 미국이었다면 이 정도 가격이면 얼마나 멋진 집을 살 수 있는데...싱가폴에서라면 아파트 안에 수영장과 온갖 편의시설이 갖춰진 것도 이보다는 싸다. 한 마디로 한국에서는 백만장자를 너무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 백만장자는 정말 어마어마한 부자여서 '백만불의 사나이'라는 외화시리즈도 있었는데... 시대가 변하긴 했지만 자산에 대한 거품이 심하긴 심하다.

 

책은 왜 집 값에 거품이 심한지 보여준다. 대출을 안고 집을 사는 사람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  우리나라는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의 감소도 앞으로의 집값이 추세하락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은에서 아무리 이율을 내려도- 잘은 모르지만 - 대세적으로는 이율이 오르지 않을까? 그러니, 부동산가격은 더 떨어질 기미이고 대출이자는 오르니, 느는 것은 걱정이요 한숨이다.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책에서의 설명은 대체로 수긍이 가니 걱정이다.

책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이런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대처해야할 해법이다. 금융상품에 대한 해법은 다소 부실했다. 하긴 백약이 무효한 시대이다. 정부가 내놓은 처방은 전혀 듣지를 않는다. 부동산 공급이 많아서 미분양이 심각한데, 매수는 없고 매도만 쌓여가는데 부동산 공급으로 위기를 타개하다는 것이 과연 옳을까? 속담 중에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것이 있다. 지금의 단기처방이 장기에 더 큰 위험을 가져다 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일개 가정주부인 아줌마의 시각으로도 이건 좀 아니다 싶다. 하지만, 대책이 무효한 현 시점에서 오죽하면 그럴까 싶기도 하다.

 

작년에 우리부부는 주가 1500 이면 주식투자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모르겠다. 이 아노미를 일단 피하는 게 최선인 것 같다. 농담으로 우리나라 집 값은 너무 비싸서 혹시라도 아파트값이 반 값이 되면 살 용의가 있다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이제 그게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수가 불행해진다는 것은 우리 이웃과 우리의 가족도 불행해진다는 의미이므로 걱정이다.

 

 

좋은 ELS가 나왔다고 거래하는 증권사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만약의 경우 때문에, 지금보다 주가가 올라가긴 어려울 거 같다는 우려때문에, 수익률에 비해 제약도 많고 신경이 쓰인다는 이유로 매번 거절을 했었다. 이 얼마나 다행인지.....요즘 마음 편히 잠들지 못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주식은, 환율은 경제를 파악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실물경제로 옮아가는 게 당연한 이치이기에 우리집 아저씨도 구조조정의 한복판에 서있다. 언제 서슬퍼런 칼날에 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시국이다.

 

쓰다보니 혼자 격분했다.

 

덧1)

거품 붕괴의 규모는 거품의 크기에 정비례한다. <p124> 

: 책 중에서 가장 무서우면서도 잊혀지지 않는 구절이다. 무서운 것이 다가오고 있다. - 내가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언제 어디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덧2)

남편과 인사이트펀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래에셋이 망할까?" "글쎄, 아닐껄. 왜냐하면, 인사이트펀드의 수탁액이 4조면, 수수료를 2%만 잡아도 800억 이거든. 어렵긴 하겠지만 망하진 않을꺼야. 투자자는 손해를 봐도 수수료는 내야 하니까. 그러니, 장기투자가 대안이라고 광고들을 해대지.."

 

최근에 모신문의 재테크 상담코너에서 지금 이 시국에도 적립식펀드 금액을 늘리라는 전문가의 상담사례를 보고 신문을 집어던졌다...XXX하면서 말이다.  장기까지 끌고 가기엔 너무나 벅찬 이 시국 - 아니 장기적으로 이익이 나면 뭐하나 지금 죽게 생겼는데- 에 이게 말이 되나? 존 케인즈의 명언 '장기적으로는 다 죽는다'가 아니라 지금 당장 다 죽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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