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백양나무의 곁가지입니다. 지금까지는 어미나무에 붙어있으면서 어미로부터 물과 자양분을 공급받으며 살아왔습니다.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평화롭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어미나무로부터 떨어져 나오게 됩니다. 아직 기차의 기적소리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한적한 시골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던 암소가 기차의 기적소리에 놀라 날뛰면서 '백양나무의 곁가지'인 나는 어미의 곁을 떠나 놀라 날뛰는 암소를 부리기 위한 나무막대기가 됩니다.

어미나무의 곁을 떠나보니 언제 말라죽을지도 모르는 신세가 되고, 물과 양분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암소를 부리는 막대기가 되었다가 농부의 어린 딸, 재희를 단속하는 회초리가 되었다가, 뒷간의 똥을 휘젓는 똥친 막대기가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한 발도 움직일 수 없는 '나'는 이제야 거친 비바람에도, 눈보라에도 묵묵히 지탱해준 어미 백양나무의 고마움을 깨닫습니다.

"어미 나무는 그 자리에 서서 한평생을 상처를 입으면 입는 대로, 가뭄이 들면 또 그대로 볼멘소리 한 번 없이 묵묵히 살아갈 것입니다. 홍수가 지면 또한 그대로 눈보라와 폭풍도 의연하게 견대 낼 것입니다. 그저 그렇게 제자리에 솟아 있을 뿐 어떤 질곡과 수모와 고통에도 울지 않을 것입니다. 그 서러움을  대신하여 울어 주는 것은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이겠지요. 나 또한 어미나무처럼 하늘 끝자락까지 자라나서 의연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p.128~129"

 

이젠 하찮은, 아니 너무나 더러워서 똥친막대기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남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재희는 똥친막대기로 자신을 괴롭혀 온 동네아이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지요. 그래서 똥친막대기는 다시 한 번 꿈을 꿉니다. 생명에 대한 꿈 말입니다. 어두운 뒷간에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까요. 

"꿈을 꾸고 있으면 언제가는 그 꿈이 현실로 연결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그 것을 믿습니다. p.139"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범람하는 홍수에도 용케 살아남아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땅에 누워만 있던 내가 땅에 꼿꼿이 설 수 있게 되었지요. 땅 속 깊숙이 박힌 내 몸이 근질거립니다. 뿌리가 나려나 봅니다. 막대기인 내가 홍수에 떠내려올 때에도 살아야 겠다는 꿈을 접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그래서 말라 죽어질 내 운명에 곁들여진 행운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노라고 어린 백양나무가지는 말합니다. 어미나무가 그랬던 것처럼 뿌리깊은 나무가 되어 그늘 드리우는 아름드리 백양나무가 되겠다 다짐합니다. 

 

삶이 이전 어느 때보다 팍팍하고 힘겹습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이럴 때, 우리 문학의 큰 나무같은 김주영작가는 슬그머니 백양나무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금까지 세상이 힘들다는 걸 모르고 살아오던 여린 가지가 어미에게서 떨어져 나와서 그 막대기가 다시 뿌리를 내리게 되는 이야기. 그 이야기는 어쩐지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어린나무처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그래도 백양나무 가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접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른인 나보다도 더 의연하게 어려운 삶을 헤쳐나가는 모습, 희망을 잃지 않는 여린 나뭇가지의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사진은 http://blog.naver.com/jinheri/30026880525

그대의 창을 지나는 여우비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나는 백양나무의 곁가지입니다. 지금까지는 어미나무에 붙어있으면서 어미로부터 물과 자양분을 공급받으며 살아왔습니다.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평화롭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어미나무로부터 떨어져 나오게 됩니다. 아직 기차의 기적소리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한적한 시골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던 암소가 기차의 기적소리에 놀라 날뛰면서 '백양나무의 곁가지'인 나는 어미의 곁을 떠나 놀라 날뛰는 암소를 부리기 위한 나무막대기가 됩니다.

어미나무의 곁을 떠나보니 언제 말라죽을지도 모르는 신세가 되고, 물과 양분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암소를 부리는 막대기가 되었다가 농부의 어린 딸, 재희를 단속하는 회초리가 되었다가, 뒷간의 똥을 휘젓는 똥친 막대기가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한 발도 움직일 수 없는 '나'는 이제야 거친 비바람에도, 눈보라에도 묵묵히 지탱해준 어미 백양나무의 고마움을 깨닫습니다.

"어미 나무는 그 자리에 서서 한평생을 상처를 입으면 입는 대로, 가뭄이 들면 또 그대로 볼멘소리 한 번 없이 묵묵히 살아갈 것입니다. 홍수가 지면 또한 그대로 눈보라와 폭풍도 의연하게 견대 낼 것입니다. 그저 그렇게 제자리에 솟아 있을 뿐 어떤 질곡과 수모와 고통에도 울지 않을 것입니다. 그 서러움을  대신하여 울어 주는 것은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이겠지요. 나 또한 어미나무처럼 하늘 끝자락까지 자라나서 의연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p.128~129"

 

이젠 하찮은, 아니 너무나 더러워서 똥친막대기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남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재희는 똥친막대기로 자신을 괴롭혀 온 동네아이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지요. 그래서 똥친막대기는 다시 한 번 꿈을 꿉니다. 생명에 대한 꿈 말입니다. 어두운 뒷간에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까요. 

"꿈을 꾸고 있으면 언제가는 그 꿈이 현실로 연결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그 것을 믿습니다. p.139"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범람하는 홍수에도 용케 살아남아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땅에 누워만 있던 내가 땅에 꼿꼿이 설 수 있게 되었지요. 땅 속 깊숙이 박힌 내 몸이 근질거립니다. 뿌리가 나려나 봅니다. 막대기인 내가 홍수에 떠내려올 때에도 살아야 겠다는 꿈을 접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그래서 말라 죽어질 내 운명에 곁들여진 행운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노라고 어린 백양나무가지는 말합니다. 어미나무가 그랬던 것처럼 뿌리깊은 나무가 되어 그늘 드리우는 아름드리 백양나무가 되겠다 다짐합니다. 

 

삶이 이전 어느 때보다 팍팍하고 힘겹습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이럴 때, 우리 문학의 큰 나무같은 김주영작가는 슬그머니 백양나무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금까지 세상이 힘들다는 걸 모르고 살아오던 여린 가지가 어미에게서 떨어져 나와서 그 막대기가 다시 뿌리를 내리게 되는 이야기. 그 이야기는 어쩐지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어린나무처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그래도 백양나무 가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접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른인 나보다도 더 의연하게 어려운 삶을 헤쳐나가는 모습, 희망을 잃지 않는 여린 나뭇가지의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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