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의 나라
이케가미 에이코 지음, 남명수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두가지이다. 일본 강점기의 아픔이 아직도 남아있는 우리에게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하기는 커녕 오히려 망언을 일삼아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적반하장의 대표격인 오만한 일본이라는 이미지. 그리고 소설과 만화, 영화부터 음식, 자동차 등등 밉지만 일제를 거부감 없이 - 어떨 땐 일본제품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감까지 보여가며 - 받아들이는 상반된 이미지이다. 감정적으론 싫지만, 축구나 야구의 한일전이라도 열리면 무조건 이겨야하는 대상이 일본이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일본은 우리와 가까운 나라가 된다. 소설책부터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에 데리야키간장에...우리 집에 있는 일본 제품도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있다.

 

나에게 일본하면 언뜻 떠오른 이미지는 긴 칼 옆에 차고 있는 사무라이와 그들의 할복자살, 일만 죽도록 열심히 하는 일개미의 모습이랄까.... 웬지 그들은 개인의 감정이나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대신 단체의 통일성을 더 중시할 것 같은 느낌. 몰개성화, 잘 짜여진 집단, 일중독, 그리고 고독한 개인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표면적으로는 누구에게나 대체로 친절하지만 한 발 더 다가서 가까워 지려고 하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 것 같은 사람들. 일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처럼 부정적이다.

하지만 슈퍼의 매대에선 다르다. 메이드 인 저팬이라는 걸 발견하면 웬지 신뢰감이 든다. 중국제품이라면 우선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것과는 반대로 일단 믿고 보는 것. 이것 또한 일본에 대해 갖는 이미지 중의 하나이다.

 

한국이나 중국은 예로부터 '무'보다는 '문'을 중시하는 문화이다. 사회를 이끌었던 지배계층도 문이 중심이었던 양반(선비)이다. 그러나 독특하게도 일본은 '무사(사무라이)'가 지배하는 나라이다. 무를 경시했던 우리와는 다르게 사무라이는 꽤 오랜시기(거의 1000년이나)동안 일본을 이끌어가는 주요세력이다. 비록 계급사회가 무너져 이제는 양반이 존재하진 않지만, 우리의 문화와 생각 저변엔 '선비정신'이 존재한다. 일본은 책제목에서 처럼 '사무라이의 나라'이다.  일본 역시 사무라이는 메이지 유신이후로는 사라진 계급이지만 일본을 이해하는 핵심 중의 하나가 사무라이일 것이다.우리에게 선비정신이 있듯 그들에겐 사무라이의 정신이 있다. 문이 중심인 문화와 칼이 중심인 문화의 차이는 극과 극처럼 큰 차이이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일본을 이해하는 첫걸음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단편적인 이미지만 갖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본이란 어떤 나라이며, 사무라이는 독특한 사회구조가 이끌어 온 나라에 대한 역사학적,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해서 쓴 책이라기 보다는 나같은 외국인을 위해 쓰여진 논문같은 책일것이다. 논문같은 책이기에 일반인이 편하게 읽기에느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일본이라는 사상의 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사무라이의 정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와는 다르게 무의 계급이 사회를 이끈 나라 일본. 명예와 평판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그 명예를 지키기 위해 행해졌다는 할복자살. 개인보다는 집단의 명예를 더 중히 여기는 일본. 지금은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일본식 평생직장의 개념. 미워하지만 일본의 제품이라면 믿을만하다고 믿는 신뢰감. 일본을 싫어한다면서 한국소설보다 일본소설을 더 많이 읽고 있는 지금 시대에서 일본을 무조건 배타적으로 밀어내기보다는 일본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리라. 한 걸음 다가가 그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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