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탄생 (반양장) - 대학 2.0 시대, 내 젊음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완전 매료된 문장을 먼저 적어본다.

같은 방향으로 달려야 하는 좁은 골목에서는 오직 선두에 선 자만이 우승자가 됩니다. 잘해야 금은동 메달리스트만이 승리자의 시상대에 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늘처럼 열린 공간에서는 모두가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날 수 있습니다. 360명이 360도의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360명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있지요. 그것이야말로 '넘버 원'이 아니라 '온리 원'의 독창성을 확증하는 경주입니다.<p.24>

얼마전 어느 일간신문에서 이어령교수님이 서울대 입학생에게 고한 기사의 내용을 인상깊게  읽었다. 스쳐지나가기 마련인 기사인데도 첫 문장부터 시선을 끌어당기는 힘이 대단했다. 두 장여의 신문기사 내용을 꼼꼼히 읽으면서 감탄했었다. 

나는 대학을 갓 입학한 스무살도 아니고, 사회에 첫 발을 내밀어야 하는 대학 졸업반도 아니다. 그렇다고 직장의 신입생도 아니다. 이제 곧 웬만해서는 세상사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을 코앞에 둔 주부이자 아줌마이다. 고로 내가 이 책을 읽을 이유는 - 표면상으로 보자면 -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마도 엄청난 후회를 했을 것이다.

올해 76세라는 이 분의 카리스마와 열정이 책 속 가득 뿜어져 나온다. 메모지와 볼펜을 책의 맨뒷페이지에 꽂아두며 책을 읽었다. 적어놓고 싶은 구절이 너무나 많았다. 가슴깊이 새기고 싶은 문장도 너무나 많았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참 좋겠다. 이런 멋진 인생의 로드맵을 제시해주는 책을 만나니 말이다. 그리고, 아쉬웠다.  이 책을 읽는 지금의 내 나이가 스무살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을 살아온 노교수의 글은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다. 내가 살아보니 이렇더라며 꼬장꼬장하게 훈수하는 그런류의 글과는 차원이 다른 그 어떤 것. 이제 청년이 되는 이 땅의 젊은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참 멋지게도, 감히 따라가지 못할 지식과 지혜로 가득찬 글들은 정말이지 찬사에 찬사의 글로 리뷰를 쓰고 싶은 심정뿐이다. 

나는 지금의 내 나이가 참 좋다. 예전엔 머뭇거리며 하지 못했던 감사의 말도, 이젠 진심으로 할 수 있을만큼 삶에 여유도 생겼다. 이전엔 세상을 비판적이고 날까롭게 보았던 시선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감사할 일도 많아졌다. 그렇지만, 뭔가 안정적인 것에 자꾸만 안주하게 되더라는 것은 그만큼 젊음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책 속에서처럼 배부르고 등 따슨 것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젊다는 것의 특권은 아마도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기회의 장이며 어떤 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불완전함일 것이다. 불완전하다는 것, 깨지기 쉬울 만큼 여려서 감성적일 수도, 불같이 뜨거울 수도 있는 시기. 눈물 흘리는 모습도 밉지 않고, 그 눈물 쓰윽 닦고 다시 뛰는 모습은 더 아름다운 시기. 바로 청년의 모습이다. 돌아보면 그 시절은 그래서 아름답다. 순간처럼 짧기 때문에 그 시절이 더 그립고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실패해도 아름답다. 이미 최선을 다했으므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실패도 용서가 되는 유일한 시기가 젊음, 바로 그 때라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진작에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젊음은 로또 복권처럼 뽑는 것이 아닙니다. 젊음에서 방황이 용서되는 이유, 엎어져 무릎을 깨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와, 그 상처에서 더 신선한 새살이 돋아나는 행운 - 이 모든 것은 생명가라는 개미구멍의 기점을 잃지 않을 때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자, 이제 어지러운 곡선 사이에서 곧게 뻗은 직선을 다시 한번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곡선이 직선으로 이어지는 마음의 지도와 같은 여러분의 대학은 방황이 용서되는 유일한 성역이며, 동시에 분명한 목표를 가르펴 주는 화살표입니다. <p.82>

교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방황했고, 좌절했던 내 20대를 생각한다. 그때 날 잡아주던 멘토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그렇게 실패하고 좌절했던 삶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이었을까도 생각해본다.  

백발 성성한 분도 이렇게 열정적이신데, - 사실 웬만한 젊은이보다 더 젊은이다우시다 - 훨씬 젊은 나는? 하며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 그리고, 신발끈 바싹 조여 매고 달려보아야겠다. 아직 난 죽지 않았어~ 하면서 말이다.
 

아, 다시 대학가고 싶다. 

 <주옥같은 문장들> 

여러분은 다양성과 개방성 그리고 자율성의 새로운 기류 위에 뜬 대학생들입니다. 이제 자유롭게 자신의 힘으로 날아야 할 때가 온 것이지요. 뜨는 것은 바깥의 힘에 의한 것이지만 나는 것은 자체 동력에 의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것은 바람 탓을 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부모 탓, 사회 탓, 정치 탓, 아무리 탓을 해도 통하지 않습니다. <p.25>

연필처럼 유연한 사고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정관념을, 편견을, 그리고 일상성에 토대를 둔 도구적 사고를 지울 수 있는 하나의 지우개. 연필과 함께 붙어 있는 지우개. 이것이 앞으로 다가오는 젊은이들이 필요로 하게 될 새로운 사고의 틀일 것입니다.<p.154>

조금은 문법에서 어긋나고 철자가 맞지 않아도 상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이 나의 삶을 조금이라도 놀랍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만한 일탈은 젊음의 이름으로 용서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p.161> 

여러 짐들 가운데 유독 유리컵 아이콘에 X표를 칠한 'FRAGILE'의 빨간 꼬리표를 단 짐짝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이 지구호의 짐칸에 실린 인간의 모습인 것입니다. 다른 생물들은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다 제 나름대로 앞가림을 하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유독 인간만이 의사가 업이는 생명을 부지하기 어려운 요주의 꼬리표가 달인 유리 그릇인 것입니다. <p.164>

과학적인 분석ㅇ르 통해 보면 뒝벌Bumble bee의 몸체는 절대로 날 수가 없는 구조라고 합니다. 퉁퉁한 몸집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수탉은 어디로 보나 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었지만 실제로 날지는 못합니다. 뒝벌이 날아다니며 꿀벌을 따올 때 수탉은 벌레를 쪼아 먹으며 네발 달린 짐승처럼 걸어 다닐 뿐입니다.  대학의 젊은이들은 더 이상 닭이 아니라 뒝벌이어야 합니다. 리얼리즘과 실증주의에 머물지 말고 한걸음 더 나아가야만 역설적이게도 진정한 '삶의 리얼리티'를 획득할 수 있는 것입니다.<p.229>

 

러분 대학생들은 세계는 동과 서의 지역에 따라서 각기 다른 로컬문화가 있다는 것과 그것을 넘어선 지구 규모의 글로벌 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서로 다른 별모양에서 확인하고 새롭게 인식하지는 것이지요.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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