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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 글 못 쓰는 겁쟁이들을 위한 즐거운 창작 교실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날아오는 공을 잡기는 커녕 피하지 못해 흠씬 얻어 터졌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작가의 말처럼 시도해보려고 하다 오히려 더 멍해졌습니다. 책 읽고 1주일이 지나도록 책 읽은 소감을 적지 않았더니 읽었던 내용조차도 기억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날아오는 공을 잡으라니요?
소설은, 아니 이야기는 쓰는 것이 아니라 잡는 것이랍니다. 대략난감입니다. 이걸 어찌 잡아야 할지 몰라 여기저기를 쏘다녔습니다. 덕분에 꽃구경 사람구경 실컷했습니다. 이야기는 떠오르지 않더군요. 날아오는 공이 있는지조차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혹, 하는 기대를 했습니다.
제가 책을 읽고서 소감이나 적어보자고 시작한 '책 읽고 리뷰'가 벌써 2년여가 넘습니다. 벌써 140번 넘게 리뷰를 써댔습니다. 처음엔 그저 독서에 집중하기 위한 목적으로, 좀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쓰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쓰다보니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왕이면 잘 쓰면 좋겠다는...
논술학원에 다녀볼까? 하는 고민을 했었습니다.
저는 논술세대가 아닙니다. 그래서, 늘 아쉽기도 부럽기도 한 리뷰가 논리정연하게 요목조목 따져가며 써진 것들입니다. 논술에 대해서, 글짓기에 대해서 배워본 기억이 없는 저에겐 부러운 부분이면서, 부족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정말 심각하게 논술학원을 다녀볼까? 아님 이참에 문창과에 편입을 해볼까를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목에 혹 했습니다.
연필로 고래잡는 것. 소설 '백경'이 생각나면서 나도,,,혹,,, 이 책을 읽으면 그런 불후의 명작은 아니더라도 저 스스로 만족하는 리뷰한 개쯤은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대학입시가 끝나고 전국수석인 학생과의 인터뷰기사는 늘 "학교공부에 충실했을 뿐이구요. 규칙적인 생활과 교과서 위주의 공부, 그리고 충분한 수면을 취했을 뿐이에요. 학원은 별로 다녀본 적이 없어요..." 뭔가 비법이 있겠지 하는 기대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합니다. 그 애는 우리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천재인거지요.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직업 소설가가 쓴 잘 쓰여진 소설만 접해서 그렇지, '오래된 정원'같은 소설만 소설은 아니다. 이건 좁은 의미의 소설이고 - 사실 이런 소설을 제가 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 그보다 훨씬 광범위한 것들 (이야기같은 것들)이 소설이니 너무 주눅들 필요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쉽지 않다는 것을 먼저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어린아이 (혹은 바보) 같은 마음을 가지라는 작가의 말은 그래서 위로가 됩니다. 책을 읽고 나니 멍해진 저를 발견하지만 그래야만 소설을 쓸 수 있다고 하니까요.
다카하시 겐히치로라는 작가는 참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표지의 사진을 보니 50세도 넘었을 것 같은데, 웃고 있는 표정만은 천진한 아이 같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이 아저씨의 사진을 여러번 보았습니다.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소설이 가장 재미있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작가, 그래서, 그 재미있는 세상에 푹 빠져 맘껏 놀라고 권하는 작가, 그런 후에 나만의 이야기를, 아주 조금 즐거운 거짓말을 넣어서 써보라고 권합니다.
그럼에도 불국하고 한 번 써볼까하는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은 제가 초등학교 6학년의 아이같은 심성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기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