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왕의 전설
라우라 가예고 가르시아 지음, 권미선 옮김 / 평사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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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남자가 있다. 전사로서 젊고, 잘 생기고, 늠름하고, 인자하고, 신중하고, 영리하고, 용감하고, 재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교양도 풍부하고 박식하며 얼굴과 몸매만 잘생기고 출중한 게 아니라, 영혼도 아름다운 남자. 게다가 그는 왕자이다. (p.13~14)

먼 옛날, 마호메트와 이슬람 이전의 아라비아 킨다 왕국의 왈리드 왕자가 그이다. 사막의 정령 '드진'의 가호아래 태어난 왈리드 왕자는 정말 다 갖춘 완벽한 인물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소유한 왕자가 정작 소유하고 싶은 것은 아름다운 시 '카시다'를 짓는 것이다.

 

세상 사람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소유했지만, '카시다'만큼은 제 것으로 하지 못한 왕자는 그 하나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우를 범한다. 양탄자나 짜는 평범한 자 '함마드'의 시가 자기의 것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왕자는 자신의 소망을 위해 옳지 않은 방법을 선택한다.

 

세상의 모든 역사를 담은 양탄자를 짜라는 왕자의 명령에 함마드는 결국 세상의 모든- 과거, 현재, 심지어는 미래까지 포함한 - 역사를 담은 양탄자를 짠다.

세상의 모든 역사를 담은 양탄자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 가에 따라 화가 되기도 인생의 지침이 되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에겐 저주의 양탄자이다.  저주의 양탄자는  결국 킨다왕국을 멸망시킨다. 뒤늦은 회한에 잠긴  왕자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양탄자를 찾아 나서게 된다.

 

사막의 도적떼 '술룩'이 되어서, 베두인의 목동이 되어서, 상인이 되어서,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 '사하라'를 사랑하지만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으면서 왕자는 인생을 배운다. 



 

아버지 킨다 왕은 '사람은 모든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고, 삶은 우리에게 비싼 값을 치르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유언한다. 그리고, 왕자는 과거의 잘못때문에 자책하고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너는 이상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말리크. 가끔 우리 인간은 잘못을 저지른다. 우리가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자책한다면 평생 땅바닥에서 눈도 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라고 부유한 상인 라스치드는 말한다.

 

아버지의 유언과 라스치드 상인의 말은, 인생의 매 순간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고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내 자유의지에 의한 결정이기에 모든 행동엔 책임이 따르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떠돌이 왕의 전설]은 세상의 완전 소중한 남자 '왈리드 왕자'- 세상의 모든 것을 거의 다 갖춘 자-가, 나머지 하나를 갖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었주던 미성숙한 한 젊은이가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인생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소망하는 것을 이루는 과정에 대해, 선택과 책임에 대해, 운명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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