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함께 - 생각하는 그림책 2
제인 시몬스 글.그림, 이상희 옮김 / 청림아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둘이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서 든 첫번째 생각은 아이들보다도 부모가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입니다. 제인 시몬스는 아이들이 어떻게 세상에서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서로에게 힘들어하는 부부가, 견원지간처럼 소원해진 부부가 먼저 관계회복을 위해서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에게 "친구와는 이렇게 지내는거야, 누나는 동생에게, 동생은 누나에게 복슬이와 땅꼬마처럼  서로를 인정해주면서도 사이좋게 지내는거야 알았지?" 라고 말하기엔 웬지 부모의 바른 모습이 먼저여야 하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엄마 아빠는 서로를 원수보듯 하면서, 매일 싸우면서 혹은 서로에게 냉랭하면서 '너희들은 서로를 인정하고 싸우지 말고 서로 사랑하고 잘 지내야 한다'를 말한다는 것은 웬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나이는 어려도 말은 하지 못할지라도 아이들도 다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도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둘이 함께]는 정말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자꾸만 누군가를 만나서 행복하고 즐거웠던 연애시절과 사랑때문에 힘들어서 헤어지는 모습, 결혼...이런 것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비오는날 우연히 만난 복슬이와 땅꼬마는 나란히 산책하거나 함께 놀며 깔깔대고 모든 게 근사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만 계속될 줄 알았던 둘 사이는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둘의 차이점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좋아하거나 무서워하거나, 헤엄치기를 좋아하거나 못하거나, 햇볕 좋은 날 나무 그늘이 시원해서 좋거나 추워서 싫거나, 너무 빠르거나 느리거나, 상대방이 너무 크거나 작거나...이젠 상대방이 힘들어집니다. 모든 게 끔찍해졌습니다.

그래서, 둘은 헤어져서 홀로 헤엄치고, 홀로 산책하고, 홀로 앉아 있습니다.

둘은 깨닫습니다. 서로 그리워한다는 것을.

 

그리고 찾아가 말합니다. "다시 친구하고 싶어." 브라보!! 멋진 친구들입니다. 

어른들은 어림도 없습니다. 다시 찾아가 친구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는 어른은 몇이나 될까요?

 

둘은 이제 함께 앉아 있거나 함께 놀며 깔깔댑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따로따로 하고 놀 때에도 함께 있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근사했습니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서로 좋아한다고, 친하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친구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친구가 좋아하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요. 옮긴이의 글처럼 '함께'는 그냥 '둘이 하나가 된다'는 말이 아니라 따로따로 행복한 채 나란히 더불어 행복한 관계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지금까지의 모습을 돌아보며 반성하기는 처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