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갇혔어요.

거울 속의 거울 ㅣ 메타포 1
미하엘 엔데 지음, 에드가 엔데 그림, 이병서 옮김 / 메타포 / 2008년 3월

 
영화 '추격자'를 봤다. 피튀기는 무서운 장면의 대부분은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감독은 관객의 마지막 바램을 거절했다. 힘들게 탈출한 미진이를 끝내 살려주지 않는다. 미진이와 딸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말이다.

 

소설 '거울 속의 거울'을 보면서 추격자의 영상이 지워지지 않는다. 숨막히고, 피를 뒤집어 쓴 것 같은 느낌, 미로 속에 갇혀 허우적대고 있는 듯한 느낌. 제목이 주는 느낌이 책을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 각오는 했다. 그래도

모모의 미하엘 엔데의 작품이라기에 반갑게 집어든 책은 채 첫 장(章)을 끝내지도 못하고 덮어버릴 수 밖에 없다. 나는 호르야. 귀기울여봐 그럼 나를 들을 수 있을거야...로 시작하는 난해한 글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글 속에 갇혀서 나는 허우적대고 있다. 미로 속에 갇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각 장(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는 미로에 갇힌 자들이다.  상식을 가진 내가 존재하지만 나 이외의 모든 존재들은 그 곳에 순응한 채, '내가 이 상황을 어쩔 수 있겠어 그저 이 상황에 맞게 남들처럼 사는거지.' 라고 말하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애쓰지만 결국 포기한 채 다른 이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으로 매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짧은 단편이지만, 결코 쉽게 읽을 수 없는 이야기. 작가는 30편의 단편을 퍼즐조각처럼 나누어 놓고, 그 퍼즐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서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완성하게끔 했다고 한다. 이야기의 끝에 작가는 친절하게 30개의 퍼즐을 알려주었고, 중간중간 그의 아버지가 그린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도 있고, 각 장마다 굵은 글씨로 힌트도 알려준다. 그렇지만, 읽어도 도통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옮긴이의 글을 읽어보니 그도 3년이나 미로에 갇혀서 헤맸다니 일단 안심이다. 나만 어렵게 느낀 건 아니라는 것과 나처럼 책을 읽으면서 미로에 갇힌 것처럼 갑갑했었다 하니 말이다. 그래도, 옮긴이의 26조각에 대한 정답과 해설을 읽어보았어도 도통 알 수가 없다.

 

아, 책 읽고 이렇게 답답했던 적은 없었다. 추격자의 미진이처럼 피를 뒤집어 쓴 느낌이다. 손전화의 주파수도 잡히지 않아 세상과 소통할 수 없는 답답함. 구해줄 이를 기대할 수도 없는 무섭고 절박한 그 심정을 느꼈다면 나만의 지나친 과대망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