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인가 '생로병사..어쩌구'하는 프로그램에서 수상한 현대인의 식습관에 대한 것을 방영한 적이 있다. 30대 전후의 젊은 주부인데 골다공증이란다. 그녀가 도대체 무엇을 먹길래 젊은 나이에 골다공증인가를 파고 들어가보는데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다. 콜라를 입에 달고 살며 - 인터뷰 중에 왜 물을 마시지 않는냐는 질문에 맛이 없어서란다 - 아침은 도넛에 커피 한 잔, 점심은 햄버거와 콜라, 저녁은 양념치킨..이런 식이다. 놀랍게도 그녀는 아이의 엄마였다. 엄마는 패스트푸드를 먹으면서 아이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일 수 있기가 쉽지 않을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아이가 어려서 지금은 비록 엄마가 먹으라니까 아무 말 않고 패스트푸드가 아닌 음식을 먹는다 하더라도 그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면 중학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엄마는 패스트 푸드를 먹으면서 왜 나는 못먹는데? 왜 엄마만 맛있는 거 먹는데?' 라며 대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 그 엄마가 그 아이를 임신했었을때는 어떻게 먹었을까가 일단 더 궁금했다. 10달 동안 온전한 음식만 먹었을까?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안타까웠던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엄마가 아니었으면 혹하지 않았을 '내 아이를 해치는 맛있는 유혹, 트랜스 지방'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이 책은 제목처럼 내 아이에게 해를 가할 천인공노할 주범 트랜스 지방때문에 읽게 되었다.
읽어보니 일단 안심이 되었다.
내 장바구니의 주요 품목은 우유,요구르트, 요거트와 과일과 야채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야 과자를 좋아하지만 집에서는 어쩌다 주는 특별식이다. 좋아하겠구나 하며 산 캔디는 냉장고에서 수납장에서 몇 달째 굴러다닌다. 발렌타인데이때 산 초콜릿은 냉장고에 들어간 이후로는 아직 한 개도 꺼내먹지 않았다. 솔직히 아이들이 그런 걸 먹을 시간이 없다. 유치원에 다녀와서 요구르트와 과일로 간식을 먹고나면 저녁시간이고 저녁먹고 나면 씻고 자야하니 정말로 과자를 먹을래야 먹을 시간이 없다. 우리집엔 다시다도 맛나도 미원도 없다. 국물맛 내는 데는 멸치와 다시마를 사용하고 튀기는 요리도 그닥 즐기지 않고, 배달해서 먹는 음식도 거의 먹지 않으니 나나 아이들은 비교적 건강식에 가까운 음식을 주로 섭취하는 편이다.
책을 읽으니 트랜스지방이란 놈은 해도 너무하고 이로울 것 하나 없는 백해무익한 놈이다. 더 조심해야겠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한가지 잘못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 있으니 들기름을 주로 볶는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참기름은 무침용, 들기름은 볶는데를 상식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들기름은 무침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포도씨 오일은 튀김용, 올리브유는 샐러드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도 썩 좋은 상식은 아니었다는 것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올리브유는 압축유를 이용할 것, 포도씨유보다는 올리브유가 튀김용으로 더 낫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다.
아, 그리고 생돼지고기에 의외로 트랜스지방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돼지가 주로 먹는 사료에서 비롯된 듯하단다. 음식물쓰레기나 폐처분된 과자나 빵등을 먹고 자란 돼지에 트랜스지방이 축적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자연상태로 방목된 돼지나 소, 닭, 계란을 먹어야 한다니...이 부분에서 골치가 아프다. 그걸 어찌 일일이 다 확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어린시절 비오는 날이면 엄마가 늘 해시주던 음식이 있었다. 튀김이다. 야채튀김, 삼각형 모양의 식빵튀김, 그것도 아니면 밀가루 반죽을 그냥 튀겨서 설탕에 굴린 튀김. 그때 엄마가 사용하시던 기름은 쇼트닝이었다. 그 시절이야 먹을 게 귀해서 엄마가 만들어주신 튀김이 거의 유일한 호사스런 간식이었다. 그 쇼트닝이 트랜스 지방의 주범이었다.
쇼트닝으로 튀김을 해주시던 것만 빼면 100점짜리 건강식만 만들어 주신 친정엄마의 소박한 밥상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란다.
저자는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을 것. 지방은 가급적 먹지 말 것을 강조한다.
사과와 토마토, 브로콜리, 마늘, 들깨, 고구마, 버섯을 많이 먹고 걷기 운동을 많이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비단 위에 열거한 음식뿐이겠는가? 자연에 가까운 거친 음식을 튀기거나 굽지 않고 생으로 먹거나 찌거나 조려서 먹는 방법을 택할 때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어려서의 식습관은 참 중요하다. 친정엄마가 해주시던, 그때는 벌레 기어다니는밥상이라고 싫어했던 그 음식들 덕에 나는 비교적 좋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나도 아이에게 우리 엄마처럼 좋은 식습관을 물려주는 것. 그것이 엄마인 내가 해야 할 첫번째 의무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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