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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그림자의 책 ㅣ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그루버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한 편쯤은 읽지 않았을까?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작품은 남아 있으나, 작가에 대한 삶의 흔적은 베일에 가려있는 셰익스피어. 그래서인가 [셰익스피어는 없다]고 단언한 책제목을 본 기억이 난다. 로맹 가리의 또다른 이름인 에밀 아자르처럼 어쩌면 셰익스피어도 누군가의 또다른 이름이었을까?
마이클 그루버는 이런 정황을 근거로, 어딘가에 혹 있을지도 모르는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을 발견하는 과정을 이야기로 만들었다. 팩션 추리 소설쯤으로 분류해야 할 이 책은 추리소설 본연의 정의를 상실한 듯 하다. 전개는 느슨하고 지루하며 어딘지 어수선하다. 어쩌면 작가는 추리소설을 쓰려고 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브레이스거들이 어딘가에 숨겼다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발견하는 장면은 그저 사실을 전개하는 정도로 긴박하지도 않다. 작가는 오히려 제이크 미쉬킨의 화려한 여성편력과 어릴 적의 성장배경과 부모에 대한 이야기들에 더 공을 들였으며, 크로세티의 영화이야기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작가 마이클 그루버는 왜 제이크 변호사의 여성편력을 지나치게 자세히, 여러 장에 걸쳐 표현했을까? 제이크의 관심은 오로지 만나는 여자와 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게 이야기의 흐름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또한 크로세티의 지나치게 세세한 영화이야기와 영화 연출을 염두에 둔 구성 또한 지루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이런 부분을 생략하고 책의 두께를 줄였다면 꽤 괜찮은 소설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총585페이지의 촘촘한 글씨체로 써내려 간 이야기는 총 세축으로 이루어졌다. 저작권 전문 변호사인 제이크 미쉬킨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고서점에서 일하는 영화감독 지망생 크로세티와 미스테리의 여인 캐롤린 롤리의 이야기, 그리고 롤리와 크로세티가 우연히 발견한 고문서 속의 주인공 브레이스거들의 이야기이다.
그저 크로세티가 롤리의 흔적을 찾아가 만나면서 알아낸 진실 -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의 남편은 사실 형부였으며, 언니가 죽기 전까지 자매와 형부는 한 집에서 여자와 남자로 살았다는 부분은 - 영화광인 크로세티가 언급한 '차이나타운'의 잊혀지지 않는 부분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임팩트가 강하지 않았다. 잭 니콜슨이 여자의 뺨을 때릴 때 했던 그 절규 "She's my daughter, She's my sister. She's my daughter, She's my sister...." 는 정말이지 머리 속에 인이 박혔다.
어딘가에 있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부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작품을 쟁탈하기 위해선 사람 목숨 여럿 절단날테니 말이다.
P.487 "딕, 연극이란 무엇인가? 화요일이면 새 것을 올리고, 7일 후면 그들은 뭐 다른 것 없소. 이것은 전에 들었소. 하고 외친다네. 이는 한푼 두푼 장사이며, 음유시인과 곰 싸움의 중간에 자리하는 것이라네. 바람과 그림자처럼 무게라고는 없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