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전의우 옮김 / 양철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것들은 우리를 기다려 준다. 하지만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의 뼈는 단단해지고 있고, 피는 만들어지고 있으며, 감각은 발달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우리는 '내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의 이름은 '오늘'이다." p. 169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의 나를 되돌아본다. "지금 오늘"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였는지,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지를. 잘 하고 있구나라는 확인보다는 후회가 되고 반성이 된다.

 

이 책은 상황상황에 맞게 아이를 어떻게 잘 키워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육아서는 아니다. 아이가 총기를 난사하는 교육현장, 마약과 범죄와 무분별한 섹스와 자포자기하여 자신을 학대하는 요즘의 청소년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풀어내는 이야기이다. 결론은 늘 그렇듯이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부모인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책날개에서 밝혔듯이 이 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부모와 교사들이 자신들이 맡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구해 냄으로써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무관심, 돈, 지나친 기대, 잘못된 훈계, 위선, 회피, 문제아를 위해, 존중의 발견, 아이를 떠나보내라]로 이루어진 각 장을 읽으면서 어떤 주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나를 발견한다.

 

아이 키우는 것이 육체적으로 피곤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힘든 것은 그동안 누릴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을 모두 내려 놓아야 한다는 것 - 여행, 영화, 운동, 공부...등등 - 이다. 모든 것의 우선 순위에서 나를 버리고, 아이를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것이다. 하루 24시간이 모두 내 것이었다가 일주일에 1시간도 내 것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힘든 것들을 포기하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 하기 싫어하는 내가 점점 그런 것들이 익숙해지고, 잠든 아이를 들쳐 안고 오랜 시간을 걸어갈 수 있는 힘은 분명 엄마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아마도 이건 내가 할머니가 되어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안다. 방법론을 알지 못하는 것이고, 설사 알더라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다. 머리로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리라. 패스트푸드가 아이에게 나쁜 것은 알지만, 무엇인가를 만들어 먹여야 하는 수고가 어려운 것이며, 똑같은 잘못에 눈감는 것은 훈육의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아이를 믿어주는 것. 아이를 인격체로 인정해 주는 것에서 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신문을 보면 온통 아이의 학습에 관한 기사와 광고이다. 나 역시 부모인지라 이런 광고와 기사에 솔깃한다. 다른 집 아이들은 다 하는 학습지나 학원을 한 두개는 해야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늘 나를 괴롭힌다. 물론,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은 기회를 주어야겠지만, 괜한 부모 욕심에 너무 일찍부터 아이를 옭아매지는 말아야지 하는 결심은 늘 한다.

 

우리 집엔 6달째 TV가 없다. 저녁을 지을 때마다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래도 TV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하며 늘 갈등한다. 그래 30분만 보여주는 거야 하면서 타협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장점보단 단점이 훨씬 많고, 교육적인 좋은 것을 취하기 보단, 채널을 돌릴 때마다 나오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거나 그외의 좋지 않은 것들이 훨씬 많음을 알기에 늘 고민을 한다.

동화책 읽어주는 것 말고는 아이와 놀아줄 줄도 모르는 재미없는 내가 아이와 치이고 싸우면서도 아이는 심심한 시간을 통해 책을 읽거나 다른 놀이를 찾아내기를, 무엇보다도 그 속에서 아이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주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아이게게 가장 큰 교육은 무엇보다도 화목한 가정과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영어 하나보다 글자 하나를 먼저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고 조잘거리며 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인용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나오는 아래의 글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늘 기억해야 할 금과옥조다. 

 

"좋은 추억, 특히 어린 시절 가족 간의 아름다운 추억만큼 귀하고 강력하며 아이의 앞날에 유익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사람들은 교육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아름답고 신성한 추억만한 교육은 없을 것이다.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 사람은 악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그리고 그런 추억들을 많이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면 글 사람은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할 것이다."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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