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 p.s. i love you
모리 마사유키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한시간도 걸리지 않을만큼 얇은 만화책.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봅니다.

오랜된 편지보관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거기에는 꽤 오래된 내가 있었고, 친구들이 있었고, 특별한 친구였던 남편이 있었습니다. 꺼내서 읽어봅니다.

고등학교 친구에게 보냈던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어...어떡하지?" 하며 보냈던 내 편지에 대한 답글이 있습니다.

또, 이젠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지만 살갑게 편지들이 오갔던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젊은 내 남편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친구인 대학친구의 편지가 있네요.---물론, 제 남편은 이 친구를 무지하게 싫어했습니다. 지금 보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의 남편이 되었을 친구의 편지를 살짝 공개해봅니다.

 

"...난 참 다행으로 생각했어. 자칫하면 피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사이인데도 우리는 벌써 어떤 벽 하나를 없앴어. 여태까지 나는 가끔씩 내 마음이 우울할 때 기댈만한 친구가 하나도 없었어. 그래서 대학에 들어오면 좋은 친구를 찾고 싶었어.....그렇지만 지금 나는 네가 진실을 가지고 대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게 생각해. 울적할 때마다 나를 불러, 그때마다 같이 있어줄께(수업도 같이 빼먹을 수 있어) 나도 울적해질 땐 너를 찾을께. 그때 너도 같이 있어줄 수 있지? 그러리라고 믿어...."

 

남편이 이 친구를 경계했던 이유를 이 편지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지금보니 이건 좋아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그저 좋은 참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바보~~(이 편지는 남편이 보면 큰 일 날 것 같습니다.ㅎㅎㅎ)

 

고등학교 친구들과 주고 받았던 편지를 다시 보면서 오늘은 그 친구들에게 쭉 전화를 돌려야겠습니다. 이젠 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가 된 친구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또 남편과 주고 받았던 편지들과 수많은 메모들을 봅니다. 결혼 2주년때 저에게 준 메모도 있습니다. 공개하기가 좀 부끄러워 생략하지만, 추신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지만 소중했던, 파릇했던 그 시절의 만남들을 떠올려봅니다.

 

오늘은 정말로 우체국 소인이 찍힌 반가운 편지를 받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에게 예쁜 카드라도 만들어서 보내야겠습니다.

그저 마음만 분주하고 바빠서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았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