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계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윤기님의 번역이라서, 전세계를 놀라게 한 베스트셀러라기에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권당 45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두 권의 책은 나에겐 압박이었다. 아이 키우는 엄마가 - 더구나 유치원 방학이라 - 한 줌의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 악조건에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 두어시간씩을 할애하며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벤트의 덫에 걸리는구나라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작가는 도입부에 이미 친구 버니의 죽음을 친절하게 알려주었고, 헨리의 권총자살도 중간 어디쯤에서 알려준다. 그러니 당연 이야기의 전개는 느슨하다.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한 게 스토리가 아니란거다. 그래서 뒷 표지의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서스펜스로 가득한' 이란 문구는 아무래도 수긍하기엔 아니올시다. 

이들 6 학생의 교수 줄리언의 강의는 비극의 불씨가 된다.

<상권 85~86p. > " ....그래, 우리는 피비린내 나는 것, 참혹한 것들이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아름다움은 곧 공포인 것이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 앞에서 전율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도 그랬고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그렇듯이, 균형과 통제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 이상으로 아름답고 무서운 것은 없다..."

"내가 보기로, 디오뉘소스 제의가 우리에게는 무서운 유혹이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순수한 존재의 불길이 여기에 있다."

 

헨리와 커밀러, 프랜시스, 찰스는 디오뉘소스의 제의를 실행하기로 한다. 그 결과는 살인이다. 리처드는 결국 그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며, 버니는 자신이 거기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실과 그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진실을 견디지 못한다. 버니의 끊임없는 괴롭힘은 결국 그들에게 제 2의 살인을 가능하게 한다. 버니만 없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던 그들은 너무나 순진하다. 그래도 버니는 그들의 친구였다. 버니를 죽이고, 떠들썩한 버니의 실종사건의 과정에서, 장례식에서 그들의 심리상태는 더이상 버틸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작가는 상세하게 적어나간다.

 

<하권 47p.> 세수하면서야 나는 비로소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권 201p.> 내 가슴이 내게 말하기를, 강건하라, 너는 군병이 아니더냐. 그러나 나는 이보다 참담한 경우는 당해보지 못하였구나.

<하권 206p.>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얼마나 엄청난 짓, 얼마나 무서운 짓을 저질렀는지 알 것 같았다. 전속력으로, 벽을 향해 달려들어가고 싶었다.

 

그들의 지도교수 줄리언에 대한 묘사를 보자.

<하권406p.> 줄리언은 더이상 듣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그 무서운 짐을 자기 어깨로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권410p.> "줄리언은 말이야. 자기가 좋아하는 초콜릿은 다 골라먹고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것만 상자에 남겨두는,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줄리언은 영원히 일급 학자는 되지 못할 거야. 왜냐? 사물을 보되 자기가 선택하는 측면에서만 보거든."

 

줄리언 교수는 버니의 죽음에 헨리가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지만 헨리에게 그것을 '즉시' 돌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듯 도망치고 만다. 그저 버니의 죽음에 자신이 관여되어 있지 않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그는 적어도 버니의 죽음에 그의 제자들이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에 최소한 번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경찰에 진실을 알려야하나 말아야하나를 하루 정도는 고민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줄리언의 강의에 매료되어 그의 수업만 듣는 6명의 학생에게 그는 너무나도 무책임하다.


어쩐지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계속 떠오른다.

화자인 '나'  로버트가 햄든 대학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니 고전문학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첫번째 살인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오타 몇 개. (상권은 적어 놓은 포스트잍을 잃어버렸다.)

하권 254 3줄 : 선글라스과---> 선글라스와

하권 263 1줄 : 사실은 알고 --->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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