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전나무 - 안데르센 명작 동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이상헌 옮김, 마르크 부타방 그림 / 큰북작은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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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었으니 우리들의 나이에도 숫자 하나가 더해집니다. 어떤 이는 좋아할테고 어떤 이는 싫어하겠지요. 우리 집 아이들은 전자이고 저는 후자이겠지요.

 

딸아이가 여섯살이 되었습니다. 김치가 맵다며 물에 씻어달라던 아이가 그냥 먹겠답니다. "여섯살이니까." 하면서요. 여섯 살이 되면서 달라졌습니다. 아이는 여섯 살인 자신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가 봅니다.

둘째인 아들은 더합니다. 이제 4살이 된 아이가 묻습니다. 자기도 형아가 되는 거냐구요. 그렇다고 하니까, 자기이름 대신에 형아라고 합니다. "형아가 할거야. 형아 응가할래. 형아가...형아가..." 4살된 자신을 형아라며 어찌나 좋아하는지....

 

며칠 전 사람 많은 곳에서 딸아이가 묻습니다. "그럼 엄마는 몇 살되는 거야?""......음, 엄마 나이는 묻지 마세요." "왜?""왜냐면,....어른들은 나이 묻는 걸 싫어하니까."

 

책표지를 넘기니 커다란 토끼가 아주 작은 전나무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전나무는 자신이 얼른 자랐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따스한 햇볕도 신선한 공기도, 예쁜 꽃들도 귀여운 다람쥐들에도 통 관심이 없습니다.

숲 속의 커다란 나무들이 잘려나가는 것을 본 전나무는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합니다. 바다를 항해하는 멋진 배의 돛대가 되었다는 소리에 전나무는 바다로 가고 싶어집니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었다는 소리에 전나무는 멋지게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기뻐해. 자유롭고 파릇파릇한 너의 젊음을 즐기렴" 이렇게 속삭이는 햇살의 속삭임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어서 숲을 떠나고만 싶어집니다.

 

어느 추운 날 드디어 전나무는 소원대로 숲을 떠납니다. 그런데 그토록 바라던 일이 일어났는데도 왠지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숲 속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전나무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됩니다. 앞으로 어떤 즐거운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지만, 뿌리를 떠난 나무는 생명이 없다는 걸 전나무는 알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이제 전나무에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다락방 구석의 잊혀진 존재가 되고 결국엔 장작이 되어 사라지고 맙니다.

"숲 속 생활을 즐기라던 햇살의 말을 들을걸. 하지만 이젠 후회해도 소용없어. 너무 늦었어!" 전나무는 후회를 합니다.

 

아이들처럼 어린 전나무도 어서 자라기를 원합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지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빨리 흐르는 시간이 아쉽고 그땐 그 순간들이 얼마나 찬란한지 알지 못했을까를 안타까워합니다. 글씨가 많은 이 책을 우리 큰 아이는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지금이야말로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매순간이 소중하다.' 같은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새해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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