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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ㅣ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 창비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에게 가장 큰 벌은 무엇일까? 나에게 묻는다면 무릎꿇고 앉아서 금과옥조같은 말씀만 몇시간씩 듣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편지는 나에겐 조금 그런 느낌이었다. 벌 받는듯한 느낌. -- 솔직히 지루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고미숙의 열하일기 그 유쾌한 시공간이란 책이 생각났다. 그 책에 연암 박지원 선생과 다산 정약용 선생의 초상화가 나온다. 근엄해 보이지만 입가와 눈가에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하고 계시는 풍채좋은 뚱뚱한 박지원선생과 빼빼마른 모습에 독수리처럼 매서운 눈매와 앙다문 입가에서 풍기는 고고한 학자의 모습을 한 정약용선생의 모습은 정반대이다. 요즘의 장르로 치면, 우스운 개그도 섞어가며 강의할 줄 아는 인기좋은 교수님과 인기없고 어려운 과목을 강의하시는, 다 맞는 말이지만 한없이 지루한 노교수님..쯤이라면 맞을까?
꿇어앉았던 무릎이 아프고, 온 몸이 베베꼬이게 할만큼 지루했지만, 책을 덮고 나니 좋았던 페이지를 적어놓은 포스트잍이 빽빽하다. 그만큼 귀담아 들어야 할 글이 많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듯이, 선생의 글을 읽고나니 웬지 무언가를 해낸듯한 성취감이 든다.
책에는,
두아들에게 보내는 당부의 글...주로 쉬지않고 공부하고 겸손하여 페족으로서 살아가기 힘들때 일수록 수신제가 해야한다는 엄부로서의 지엄한 당부가 대부분이다.
둘째형님 현산 정약전선생과 주고받았던 학문적 교류 .... 형님을 선생이라 부르면서 오갔던 학술적인 토론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형제지간에 이런 심오한 대화를 나누시다니 나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다산의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글...오랜 유배생활에서도 쉬지않고 학문에 정진하고 제자를 양성하는 노학자의 기개가 새삼 존경스럽다.
다산선생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학문으로부터 인간관계, 군자의 도리같은 것부터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예를 들자면 농사를 지을 때는 과실과 채소를 같이 재배하며 뽕나무를 심어 누에를 길러서 가계에 도움이 되게 하며, 개고기를 잡아먹는 법에, 염색을 하는 방법, 물고기, 천문학, 제사....등등 선생이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이 있기는 한걸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들들에게 당부하는 편지에서는 선생이 아들들을 돌볼 수 없는 몸이기에 추상같은 목소리로 다그칠 수 밖에 없는 아비의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게 부성이고 사랑이리라.
책 속에는 아비로서, 학자로서, 스승으로서 세상에 당부하고 싶은 글들이 많다. 한번쯤 적어보는 것도 후세의 도리이리라....
<책 속에서>
무릇 하늘이나 사람에게 부끄러운 짓을 아예 저지르지 않는다면 자연히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안정되어 호연지기가 저절로 우러나온다. <156p>
내가 벼슬하여 너희들에게 물려줄 밭뙈기 정도도 장만하지 못했으니 오직 정신적인 부적 두 글자를 마음에 지녀 살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이제 너희들에게 물려주겠다....한 글자는 근(勤)이고 또 한 글자는 검(儉)이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도 나은 것이니 일생 동안 써도 다 닳지 않을 것이다. <157p>
무릇 하나의 하고픈 일이 있다면 그 목표되는 사람을 한 사람 정해놓고 그 사람의 수준에 오르도록 노력하면 그런 수준에 이를 수 있으니, 이런 것은 모두 용기라는 덕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일찍이 티끌만큼도 남의 잘못을 ㅇㅇ서해주지 않았는데 출렁거리는 넓은 강물처럼 포용할 수야 있겠느냐? 국량은 근본은 용서해주는 데 있다. 용서할 수만 있다면 좀도둑 같은 좁은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도 참을 수 있는데 하물며 보통사람에 있어서랴? <170p>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거든 그 일을 하지 말 것이고 남이 듣지 못하게 하려면 그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다. 이 두 마디 말을 늘 외우고서 실천하다면 크게는 하늘을 섬길 수 있고 작게는 한 가정을 보존할 수 있을 거다. <174p>
편지 한 장 쓸 때마다 두번 세번 읽어보면서 이 편지가 사통오달한 번화가에 떨어뜨렸을 때 나의 원수가 펴보더라도 내가 죄를 얻지 않을 것인가 라고 생각하면서 써야 하고, 또 이 편지가 수백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보여지더라도 조롱을 받지 않을 편지인가를 생각해본 뒤에 비로소 봉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바로 군자가 삼가는 바다.<174p>
남자는 모름지기 사나운 새나 사나운 짐승처럼 사납고 전투적인 기상이 있고 나서 그것을 부드럽게 교정하여 법도에 맞게 해야만 유용한 인재가 되는 것입니다. <200p>
그중에 잘못된 해석이 있으면 조목조목 논박해서 가르쳐주시고 의당 절차탁마하여 정밀한 데로 나아가게 해주십시오. 그러다가 더러 갑이다 을이다 서로 우기며 분쟁이 오감으로써 어린시절 집안에서 다투던 버릇을 잇는 것도 절로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231p>
상관이 엄한 말로 나를 위협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이 봉록과 지위를 보전하고자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무릇 봉록과 지위를 다 떨어진 신발처럼 여기지 않는 자는 하루도 수령의 지위에 앉아 있으면 안된다. <270p>
수입을 헤아려 지출을 하는 것이 성인의 법이다. <274p>
무릇 사람은 경건한 마음이 일어날 때 그 무릎이 저절로 꿇어지며, 꿇어앉은 자세를 풀면 속마음의 경건함도 역시 해이해지는 것이다. 얼굴빛을 바르게 하고 머리를 공손히 갖는 것은 꿇어않지 않고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278p>
원컨대 그대는 이뒤부터는 문장학에 대한 뜻을 끊고 빨리 돌아가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게. 그리하여 안으로는 효우의 행실을 돈독히하고 밖으로는 공부를 부지런히 함으로써 성현의 격언이 항상 몸에 배어어기지 않도록 하게. 곁들여 과거공부도 닦아 발신을 꾀하여 임금을 섬길 수 있도로 노력하게. 이렇게 하여 소대의 상서로운 인물이 되고 후세의 위인이 되도록 힘쓸 것이요, 경망스런 취미 때문에 천금같은 몸을 경솔히 버리지 말게. <2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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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아서 다 적지 못했다.
다산 선생은 상업을 그다지 좋게 보시지 않으셔서 오일장도 최소한만 두고 없애야 한다고 하신다. 맨 마지막 인용글을 보면 소설류같은 글을 좋아하시지 않았다. 재미는 없으신 양반이다.^^;;